2006년 5월호

인삼 속 숨은 진주 ‘진산’의 실체

원자력의학원, 섭취 후 항암면역효과 18배 증강 확인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6-05-02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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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초 국책사업으로 연구가 시작돼 13년 만에 그 효과가 밝혀진 천연물질 ‘진산’. 인삼에 든 극소량의 다당체인 진산은 동물실험 결과 항암면역증강 효과와 항암치료에 의한 부작용 완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에서 효능특허를 인정받기도 했다.
    인삼 속 숨은 진주 ‘진산’의 실체
    ‘진산(Ginsan)’이라는 물질이 있다. 건강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만 들으면 이 물질이 인삼과 관련이 있는 어떤 물질임을 눈치챌 것이다. 인삼의 국제적 학명은 ‘진셍(Ginseng)’으로, 국내 인삼 가공식품의 이름에는 이제 인삼이라는 단어보다 진셍이 더 많이 쓰인다.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약자인 KT&G에서 G는 진셍의 앞자를 딴 것이다.

    진산은 분명 인삼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하지만 지금껏 인삼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강심제나 이뇨제로 한방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사포닌은 인삼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에도 들어 있다. 인삼에 특히 많이 들어 있을 뿐이다. 인삼이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을 발휘하는 데 사포닌이 대표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진산은 오직 인삼에서만 추출한다. 그것도 인삼에는 3%만 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추출하려면 인삼의 나머지 성분(97%)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런데도 진산이라는 물질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효능이 뛰어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진산의 발견

    과연 진산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효능을 지닌 것일까. 진산은 인삼(Ginseng)과 다당체(An)의 합성어로, 한국원자력의학원(옛 원자력병원) 면역학교실 윤연숙 박사(약학, 면역학)가 1998년 4월 이름붙였다. 즉, 윤 박사가 세계 최초로 이 물질을 발견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자체로 국가적 차원의 쾌거라고 할 만하다. 버섯에 많이 든 것으로 알려진 다당체는 현재 항암효과와 면역증강 효과가 한창 검증되고 있는 신물질. 거기다 인삼에서 추출한 것이라 하니 일반인이 봐도 뭔가 있어 보인다. 윤 박사가 2000년 8월 특허청, 2002년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효능특허’의 제목은 ‘조혈촉진 작용, 골수방어작용, 암세포 살해 면역세포 생성작용 및 방사선 민감작용이 우수한 인삼 다당체’.



    효능특허는 기본적으로 제조기술 특허나 배양 특허 등 다른 특허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 특허가 주로 생산공정에 대한 것이라면 효능특허는 그 물질의 인체에 대한 효능을 인정하고 이 물질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다. 사실 윤 박사가 진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미 13년 전인 1993년 12월. 하지만 그때 출원한 특허는 5년 후인 1998년에 가서야 받아들여졌다. 당시 신물질에 붙여졌던 이름은 ‘면역증강효과를 나타내는 인삼단백다당체, 진산’이었다.

    진산에 부여된 효능특허를 풀이하면 진산은 혈액 내의 혈구(백혈구)를 만드는 작용을 하면서 T세포, B세포 등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골수의 기능을 보호하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관련 세포, 즉 NK세포(자연살해세포), 대식세포, LAK세포를 생성시키는 다당체라는 뜻이 된다. 효능의 대부분이 면역기능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체는 세균과 바이러스, 이물질이 들어오거나 암세포가 생성되면 자신의 모든 면역체계를 가동해 이를 막는다. 우리는 이들이 몸속에 들어오거나 생기면 곧바로 해당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포, 바이러스, 암세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기와 물, 혈액 등을 통해 몸속에 들어오지만 면역체계가 이를 막아내고 있을 뿐이다. 질병이란 우리의 면역체계가 이들과의 싸움에서 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암세포가 인체의 적군이라고 한다면 백혈구, 면역세포, 면역관련 세포는 아군인 셈이다. 이 중에는 일반 병사도 있지만 특성에 따라 일당백 싸움 능력을 가진 ‘특공 세포’도 있다. 특히 자연살해세포인 NK세포는 암세포만 찾아서 정확하게 죽이는 세포로 유명하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크기를 줄이는 세포에는 대식세포와 T세포, LAK세포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운 동물실험 결과

    인삼 속 숨은 진주 ‘진산’의 실체

    인삼에서 진산을 추출하는 시설. 진산 추출법은 벤처기업 코인텍만이 가진 기술이다.

    진산의 효능특허는 신물질인 진산이 대부분의 면역세포 또는 면역 관련 세포를 생성하거나 그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즉, 인체의 면역 대사를 촉진해 질병에 대항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물질이란 뜻이다. 여러 가지 질병 중 윤 박사가 특히 주목한 질병은 한국남성 3명 중 1명은 걸린다는 암이다. 한국인은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에 위암 발생률이 높고, 폐암은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다.

    윤 박사팀이 2000년 효능특허를 얻은 다음 2001년 고려인삼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나타난 진산의 효능은 놀랍다. 윤 박사는 이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암에 걸린 쥐에 진산을 주입한 결과 종양(암)세포의 성장을 60%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진산을 주입한 쥐와 일반 대조군 쥐를 비교한 결과 진산을 주입한 쥐의 NK세포의 활성은 2.4배, T세포의 증식은 2.1배, 사이토킨(Cytokine, 항체의 생성을 유도해 외부의 침입에 대항해 싸우는 분자) 산생능(생산능력)은 300배로 현저히 증가했다.

    또한 암세포의 전이를 44% 억제했으며 골수모세포(조혈모세포)의 경우 4.7배, 백혈구 수치는 2배 증가하는 등의 효능을 보였다. 암세포 살해 면역세포 생성작용은 3.5배 늘었고, 방사선 민감작용에서 일반 대조군에 비해 45%의 방사선 감소 수치를 나타냈다.”

    이 연구 결과의 의미는 작지 않다. 지금껏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암치료법은 수술요법, 방사선요법, 약물화학요법 등. 면역요법은 전세계적으로 이런 치료법의 보조요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최근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동물실험이지만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또는 면역 관련 세포가 이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를 낸 물질이 국내의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산이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암치료 보조제 ‘헬리크’(독일)나 ‘피시바닐’ ‘레티난’(일본)의 대체물질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 특히 진산은 기존 항암 보조제와는 달리, 면역 관련 세포들의 활동력만 높일 뿐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몸에 100% 흡수되는 고나노분자물질인 까닭에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편이다. 진산의 추출과 판매를 담당하는 벤처기업 코인텍의 강신학 회장은 “진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결과, 최고 18배의 항암 면역증강 효과가 확인됐으며 면역기능의 핵심인 골수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암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산 3kg을 얻기 위해 그 비싼 인삼 100kg 중 97kg을 버리는 이유도 모두 거기에 있다. 진산은 ‘인삼 속의 진주’”라고 극찬했다.

    양산화, 제품화 성공

    항암면역증강효과와 함께 윤 박사의 동물실험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방사선에 대한 부분과 골수모세포 증가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항암 약물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경우, 가장 큰 부작용이 혈액(혈구)과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골수세포가 파괴된다는 점. 따라서 항암치료를 오래 받은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서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진산은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를 45% 줄임과 동시에 골수세포를 4.7배, 백혈구를 2배나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즉, 이는 진산이 방사선 치료와 약물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사실 윤 박사의 이번 발견은 1990년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암전문 종합병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당시 원자력병원) 면역학 연구실에 암 면역물질 및 암 치료물질의 개발을 제의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원자력병원은 인삼, 홍삼, 버섯, 쑥 등 70여 종의 약용식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인삼 속에 기존에 알려진 사포닌이 아닌 다당체 물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과정까지 3년이 걸렸고, 면역세포 활성화와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예산도 수십억원이 들어갔다.

    인삼 속 숨은 진주 ‘진산’의 실체

    진산이 면역세포를 증강시킴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하는 모식도.

    연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산을 항암제나 방사선 피폭에 의한 골수장애 방어제, 항암치료 부작용 완화제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와 임상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면 항암치료제 등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문제는 이 물질을 국민이 먹을 수 있도록 어떻게 빨리 양산화하고 상품화하는가였다. 진산은 인삼 성분 중 3%밖에 들어 있지 않고 물에 잘 용해되지 않는 까닭에 추출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원자력병원 면역학연구실은 때마침 이 추출기술을 가진 코인텍이라는 회사를 발견했고, 진산은 그래서 상품화되기에 이르렀다. 면역치료제로 개발하기까지는 임상을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업체측은 일단 진산을 건강식품으로 내놓기로 결정한 것.

    현재 진산은 암환자나 암 예방을 목적으로 복용하는 진산 원액인 진산고, 직장인의 면역력을 높여줘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는 진산겔, 수험생이나 자녀를 위한 진산액 등이 주문에 의해 팔려 나가고 있다. 코인텍은 제품의 원료인 ‘진산’에 대해 원자력의학원 면역학연구실에서 출고별 품질검사를 받고 있다. 혹 있을지 모를 불량품을 막기 위해서다.

    ‘진산’ 제품화한 코인텍 이승근 대표

    “인삼에서 진산 추출하는 기술은 우리만의 비법”
    인삼 속 숨은 진주 ‘진산’의 실체

    국산 면역증강물질인 ‘진산’을 양산해 제품화한 코인텍(www. kointec.org) 이승근 대표를 만나 진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국책사업의 결과물인 진산의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인삼의 97%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진산이 세계를 대표하는 건강식품이 되고 치료제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진산 제품이 여러 가지인 이유가 뭡니까.
    “연구 결과 진산은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환자용은 100% 원액인 진산고를, 면역력 향상을 통해 건강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적정 용량이 들어간 진산겔과 진산액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진산이 많은 이에게 알려져 있습니까.
    “효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암환자, 당뇨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면역력 증강을 위해 먹고 있습니다. 여러 환자가 진산을 먹고 질환을 치료했다는 사례도 있지만 여기서 소개하기는 무엇합니다. 아직은 치료제가 아니라 식품이니까요. 대전시티즌 축구선수단도 진산을 먹고 있습니다.”

    -인삼에서 진산을 추출하기가 힘든가요.
    “원자력의학원에서 저희 업체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저희만이 가지고 있는 비법이라 할 수 있죠.”

    -2006년 금산 세계인삼엑스포 공식상품화권자로 선정됐더군요.
    “그렇습니다. 이로써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봐야죠. 진산이 국책사업의 결과물인 만큼 수익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각종 사회단체에 진산 제품을 많이 기증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150명의 암환자, 당뇨환자에게 제품을 무료로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정의 달을 맞아 4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진산고, 진산겔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신제품인 진산-D를 증정하고, 재구매할 때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티켓을 모든 고객에게 드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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