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시처럼 음악처럼… ‘Wolf Lieder’

  • 최은정 음반평론가 rabnina@dreamwiz.com

    입력2006-11-06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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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처럼 음악처럼… ‘Wolf Lieder’
    깡마른 체구에 커다란 눈동자, 얼음 같은 차가움과 미소년의 미소를 가진 얼굴. 이안 보스트리지를 바라보노라면 그가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음성을 지닌 리릭(lyric) 테너라는 찬사가 마음에 쉽게 와닿지 않는다.

    196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이안 보스트리지는 원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 출신. 어려서부터 관심을 가진 성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993년 위그모어홀 공연을 통해 늦깎이 테너로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최근 그가 발표한 ‘볼프 가곡선집(Wolf Lieder)’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대가 안토니오 파파노와 호흡을 맞췄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휴고 볼프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만든 것으로 괴테, 아이헨도르프, 뫼리케의 시에 곡이 붙여졌다.

    볼프 가곡은 시의 운율보다는 언어의 리듬에 맞춰 곡을 만들어내는 ‘데클러메이션(declamation)’ 기법이 사용됐다. 따라서 낭송풍 멜로디의 억양과 뉘앙스를 잘 살려 노래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스트리지는 이지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음색으로 작곡가의 강렬한 창작열을 느낄 수 있도록 풍부한 표현력을 전달한다.

    특히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곡을 붙인 ‘신중한 사랑’은 볼프의 가곡 중 가장 로맨틱한 곡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절절한 심정이 보스트리지의 미성과 잘 어우러진다. 뫼리케의 시에 곡을 붙인 ‘은둔’은 볼프의 가곡 중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감수성 예민한 사람의 심정을 보스트리지 특유의 청아함으로 표출한다.



    풍부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론적, 분석적 해석으로도 유명한 이안 보스트리지와 안토니오 파파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 이 음반에선 슈만과 슈베르트, 포레의 가곡과는 차별화된 매력과 시적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다.

    미카 아게마쓰 ‘POESIA’

    시처럼 음악처럼… ‘Wolf Lieder’
    ‘인디언 하프(아르파)의 요정’ 미카 아게마쓰의 신보가 발매됐다. 1982년 일본 나가노 현에서 출생한 미카 아게마츠는 인디언 하프라는 다소 낯선 악기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신동이다. 기악 연주자로는 드물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들의 악기’라고 하는 하프가 남미로 전해져 라틴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하프보다 작으면서도 화려하게 변한 게 인디언 하프다.

    그간 라틴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클래식과 스탠더드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로 음악적 다양성과 유연성을 선보인 미카 아게마쓰의 신보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민요 ‘언덕 위의 집’, 리드미컬한 선율이 돋보이는 ‘고향’ 등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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