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교차대구법(Chiasmus)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 일러스트 이우정

    입력2006-11-16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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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차대구법(Chiasmus)
    품사나 의미가 비슷하거나 상반된 어휘가 짝을 이루는 것을 대구라고 하는 한편, 비슷한 구조에서 주요 어휘나 형태만 바뀐 두 개 이상의 절이 짝을 이루는 것을 교차대구라고 한다. 예를 들어 boy and girl은 대구법이고, The boy is handsome, the girl is pretty는 교차대구법이다. boy를 girl로, handsome을 pretty로 단어만 바뀌었을 뿐 문장의 구조는 같다. 또한 dog-eat-dog(骨肉相爭)은 대구이고, Dog does not eat dog: Dog does not bite dog(개는 개를 먹지 않는다: 개는 개를 물지 않는다·동족은 싸우지 않는 법)은 교차대구이다.

    영어로는 chiasmus라 하는데, chiasmus는 원래 그리스어로 ‘to mark with a chi(카이로 표시하기)’란 의미이다. 그리스어 자모(字母) 제22자가 ‘X’인데 이것을 chi[카이]라고 읽는다. ‘X’는 교차(交叉)를 나타내는 표지(標識)로도 사용된다. 오늘날에는 chiasmus가 수사학 용어가 되어 우리말로는 교차대구(交叉對句) 또는 병행배열(竝行配列)이라고 한다.

    (1) 역전(逆轉) 교차대구

    교차대구어법에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ABBA구조이다. 뒷문장의 어순을 앞문장의 어순과 반대로 배열하는 방식, 즉 어순전치(語順轉置) 방식이다. One should eat to live, not live to eat(살기 위해 먹어야지 먹기 위해 살아선 안 된다)가 전형(典型)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인기 작가 뒤마(Dumas)가 쓴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The Three Musketeers)’의 슬로건 All for One, One for All(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도 좋은 예다.



    vice versa(반대 또한 같음)를 활용해도 좋은데, ‘흑을 백이라 부르고 백을 흑이라 부르다’를 영어로 할 경우 Call black white, and call white black으로 하든가 Call black white, and vice versa라고 해도 된다. You can change your faith without changing your gods. And vice versa(신을 바꾸지 않고도 신앙을 바꿀 수 있다. 그 반대도 되고)와 같이 쓸 수도 있다.

    If a man will begin with certainties, he shall end in doubt ; but if he will be content to begin with doubts, he shall end in certainties. (확신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은 회의로 끝나고, 의심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확신을 갖고 끝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말이다.

    영국의 철학자 조지 에드워드 무어(George Edward Moore)는 Reality can destroy the dream, why shouldn’t the dream destroy reality(현실은 꿈을 깨뜨릴 수 있어. 그런데 왜 꿈이 현실을 깨뜨려선 안 되지?)라고 말한 바 있다.

    Life imitates art far more than art imitates life(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보다 삶이 예술을 모방할 때가 훨씬 많다)는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말이다.

    내용이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 To lead the people, walk behind them(남을 이끌고자 하면 그들 뒤에서 걸어보라)은 노자(老子)의 말이요, Do to others as you would be done(남에게 대접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의 말이다.

    (2) 대조 교차대구

    문장의 형태가 같은 두 문장에서 주요 단어들이 ‘유-무’ ‘안-밖’ ‘선-악’ ‘약-독’ ‘같음-다름’처럼 대립관계를 이룬다.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이 대표적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 Life’s tragedy is that we get old too soon and wise too late(삶이 비극인 것은 너무 빨리 늙고, 너무 늦게 철이 든다는 것이다)도 교차대구를 보여준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말 또한 그렇다.

    Half the world is composed of people who have something to say and can’t, and the other half consists of people who have nothing to say and keep on saying it. (세상의 반은 할 말이 있지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반은 할 말이 없는데 계속 말하는 사람들이다.)

    살다보면 헛갈릴 때가 많다. 녹피(鹿皮)에 쓴 가로 왈(曰)자가 때론 날 일(日)자가 되기도 한다. 대조교차대구로 된 우스갯소리 한 토막을 보자.

    When doing something without being told, you’re overstepping your authority. When your boss does the same thing, that’s initiative. (부하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설치는 것이고, 상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When you take a firm stand, you’re being bull-headed. When your boss does it, he’s being firm. (부하가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고집불통이기 때문이고, 상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3) 유사 교차대구

    우리말의 ‘~와 같이’ ‘~처럼’에 해당하는 as나 like로 연결되는 경우다. 영국 시인 존 밀턴(John Milton)이 말한 Childhood shows the man, as morning shows the day(아침이 그날 하루를 보여주듯 어린 시절은 그 사람의 장래를 보여준다)가 유사병행의 전형이다. 이 말은 우리 속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와 일맥상통한다.

    성경의 잠언(Proverbs) 27장 8절도 유사(類似) 병행을 이루고 있다. Like a bird that strays from its nest is a man who strays from its home. (고향 잃은 사람은 보금자리 잃은 새와 같다.)

    It is the province of knowledge to speak and it is the privilege of wisdom to listen.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4) 반복 교차대구

    같은 어구가 반복되는 경우를 반복 교차대구라 한다. ‘성경’의 시편(Psalms) 29장 1절은 반복(反復) 병행이다. Ascribe to the Lord, O mighty ones, ascribe to the Lord glory and strength. (너희 권능한 자들아, 영광과 능력을 여호와께 돌리고 돌릴지어다.)

    미국 독립전쟁 때 장군 앨런(Ethan Allen)은 1789년 2월12일 주치의가 임종을 앞둔 그를 위로하려고, 천사가 장군을 기다린다고 하자 “Waiting are they? Waiting are they? Well, let’em wait(나를 기다린다고? 나를 기다린다고? 좀 기다리라고 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영국의 역사가 액턴(Acton)은 이런 말을 남겼다.

    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Great men are almost always bad man.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는 바,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나쁜 사람이다.)

    미국의 여류작가인 저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의 시구 ‘A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는 유명한 반복 병행이다.

    교차대구법으로 구사된 패러독스를 보자.

    There is neither egg in eggplant nor ham in hamburger. And neither pine nor apple in the pineapple. English muffins were not invented in England. French fries were not invented in France. (Eggplant(가지)에는 egg(달걀)가 없고, 햄버거에는 햄이 없다. 파인애플에는 pine(소나무)도, 애플도 없다. 잉글리시 머핀은 영국에서 생겨난 게 아니다. 프렌치 프라이 또한 프랑스에서 생겨나지 않았다.)

    문장 구성 면에서 반복교차대구를 이루는 경우를 보자.

    The great society asks not only how much, but how good; not only how to create wealth, but how to use it; not only how fast we are going, but where we are headed. (위대한 사회는 양뿐만 아니라 질을; 부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을; 얼마만큼 빨리 진전하느냐뿐만 아니라 어떠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느냐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제36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Lyndon Baines Johnson)이 1965년 연두교서(the State of the Union Message)에서 한 말이다.

    (5) 남자와 여자에 대한 교차대구

    남과 여가 대조적인 존재인 바, 이에 대한 교차대구법도 많다.

    Though women are angels, yet wedlock’s the devil. (여자는 천사지만, 결혼한 여자는 악마다.) 영국 시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말이다.

    A man is as old as he’s feeling, a woman as old as she looks. (남자는 스스로 느낄 만큼 나이를 먹고, 여자는 외모로 드러나는 만큼 나이를 먹는다.) 영국 작가 모티머 콜린스(Mortimer Collins)가 한 말이다.

    키플링이 남긴 말도 재미있다.

    Take my word for it, the silliest woman can manage a clever man; but it takes a very clever woman to manage a fool. (내 말을 믿어라. 아무리 우둔한 여자라 해도 영리한 남자를 다룰 수 있지만, 우직한 남자는 아주 영리한 여자가 아니면 다룰 수 없다는 것을.)

    The most important thing is not to find a girl with whom you want to go into bed.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find a girl with whom you want to get up from it.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잠자리에 들 여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서 함께 일어날 여자를 찾는 것이다.) 덴마크 화가 로처(Jens Thielsen Locher)의 말이다.

    Marriage is like a cage, one sees the birds outside desperate to get in and those inside equally desperate to get out. (결혼은 새장과 같다. 밖에 있는 새는 기를 쓰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안에 있는 새는 필사적으로 나오려고 한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의 말이다.

    Keep your eyes wide open before marriage, half shut afterwards.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뒤에는 반쯤 감아라.)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Nuptial love makes mankind; friendly love perfects it; wanton love corrupts and debases it. (부부 간의 사랑은 인간을 만들고, 우정 어린 사랑은 인간을 완벽하게 하며, 방종한 사랑은 인간을 타락시키고 추하게 만든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말이다.

    Marriage is, that relation between man and women in which the independence is equal, the dependence mutual, and the obligation reciprocal. (결혼은 남녀 간의 관계를 말하는데, 독립성에선 동등하고, 의존성은 상호적이며, 의무는 상대적이다.) 미국의 작가 앤스패처(Louis Kaufmann Anspacher)가 한 말이다.

    미국의 시인 내시(Frederic Ogden Nash)는 결혼에 대하여 이렇게 읊었다.

    To keep your marriage brimming,
    With love in the loving cup
    Whenever you’re wrong, admit it
    Whenever you’re right, shut up.
    사랑의 컵에 사랑이 찰찰 넘치도록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잘못할 때마다 그것을 인정하고,
    당신이 옳을 때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미국의 앤 랜더스(Ann Landers)는 인생 상담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칼럼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세계 1200여 신문에 게재됐다. 앤 랜더스는 결혼에 대해 어떤 말을 남겼을까?

    All married couples should learn the art of battle as they should learn the art of making love. Good battle is objective and honest - never vicious or cruel. Good battle is healthy and constructive, and bring to a marriage the principle of equal partnership. (결혼한 사람들은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한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며 정직하지, 결코 악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좋은 싸움은 유익하고 건설적이며, 결혼생활에 동등한 협력 관계를 가져다준다.)

    (6) 성경 속의 교차대구

    성경에도 교차대구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문장이 많다.

    잠언 10장 1절을 보자.

    A wise son bring joy to his father, but a foolish son grief to his mother.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기쁨이요 어리석은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

    민수기(Numbers) 23장 8절을 보자.

    How can I curse those whom God has not cursed? How can I denounce those whom the Lord has not denounced? (하느님이 저주하시지 않은 자를 내가 어찌 저주하랴. 여호와께서 욕하시지 않은 자를 내가 어찌 욕하랴.)

    잠언 3장 9~10절을 보자.

    Honor the Lord with your substance and with the first fruits of all your produce; Then your barns will be filled with grain, and your vats will be bursted with new wine.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희들의 창고가 곡식으로 가득 찰 것이요, 너희들의 술통이 새로운 술로 넘칠 것이니라.)

    마태복음(Matthew) 7장 13~14절을 보자.

    Enter through the narrow gate. For wide is the gate and broad is the road that leads to destruction, and many enter through it. But small is the gate and narrow the road that leads to life, and only a few find it.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길이 넓어 거기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작고 길이 좁아 찾는 이가 적다.)

    전도서(Ecclesiastes) 1장 1~9절을 보자.

    The words of the Teacher, the son of David, king in Jerusalem. Vanity of vanities, says the Teacher, 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What do people gain from all the toil at which they toil under the sun?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니라.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슨 이익인가?)

    A generation goes, and a generation comes, but the earth remains forever. The sun rises and the sun goes down, and hurries to the place where it rises.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되 땅은 영원히 있느니라.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The wind blows to the south, and goes around to the north; round and round goes the wind, and on its circuits the wind returns. All streams run to the sea, but the sea is not full; to the place where the streams flow, there they continue to flow.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계속 흐르느니라.)

    All things are wearisome, more than one can express. The eye is not satisfied with seeing, or the ear filled with hearing. What has been is what will be, and what has been done is what will be done;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만물이 고달프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니라.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하리라. 해 아래는 새로운 것이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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