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별 중의 별’ 버나드 쇼의 교차대구법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입력2006-11-16 09: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별 중의 별’ 버나드 쇼의 교차대구법
    영국의 극작가·소설가·문학비평가·사회주의 선전문학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특히 산문극작가로서 영국에서 제일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며 날카로운 감각과 기지가 넘친다. 그의 말은 역설로 가득 차 있고, 특히 교차대구법에 의한 언어구사는 인류 역사 이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 ‘돼지 등에 편승하는’ 교차대구법

    버나드 쇼는 ‘피기백 방식’ 교차대구법을 즐겨 사용했다. 피기백 방식(Piggyback System)이란 무엇인가? piggyback fly(돼지 등에 붙은 파리)를 연상해보자. 파리는 돼지 등에 편승(便乘)하여 돼지가 가는 길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피기백 방식은 본래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나 컨테이너를 통째로 화물 열차에 올려 수송하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여기선 이미 잘 알려진 문장이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되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나드 쇼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Man and Superman’에서 주인공인 태너(Tanner)가 하는 말을 보자.

    I said, with the foolish philosopher, ‘I think; therefore I am.’ It was the woman who taught me to say, ‘I am; therefore I think.’ (나는 그 어리석은 철학자를 따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줬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데카르트가 남긴 문장을 활용하되 think와 am을 맞바꾼 것이다. 한편 스웨덴 작가 아우구스트 슈트린트베르그(August Strindberg)는 I dream, therefore I exist(나는 꿈꾼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쇼가 유명해지기 전인 1880년대, 런던의 유명 출판사에 원고를 하나 보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나 쇼가 한창 이름을 날릴 때 그 출판사로부터 작품을 출판할 의향이 있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그러자 쇼는 “Better never than late(늦는 것보단 아예 하지 않는 게 낫지요)” 하고 답신을 보냈다. 흔히 Better late than never(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라고 하는데, 이것을 변형해 출판사에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이다.

    (2) 영국 서간문 역사상 가장 멋진 서신왕래

    버나드 쇼는 생전에 25만 통 이상의 편지를 썼다. 열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영국과 북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린 여배우 테리(Alice Ellen Terry)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1890년대에 시작된 이 ‘편지연애’는 영국 서간문 역사상 가장 멋진 서신왕래로 기록된다.

    버나드 쇼는 영국 배우 캠벨(Patrick Campbell)과도 편지를 교환했다. 쇼와 캠벨이 주고받은 편지는 1952년 책으로 출판되었다. 여기에서도 예외 없이 교차대구법이 등장한다.

    I realize the full significance of the singular fate which has led me to play with all the serious things of life and to deal seriously with all its plays. (나는 삶의 모든 진지한 것을 향유하고, 그 모든 즐거운 삶을 진지하게 대처하도록 이끈 남다른 운명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고 있다.)

    Standing between you the Englishman, so clever in your foolishness, and this Irishman, so foolish in his cleverness, I cannot in my ignorance be sure which of you is the more deeply damned. (어리석은 가운데 아주 현명한 잉글랜드 사람과 현명한 가운데 아주 어리석은 아일랜드 사람 사이에 서 있는 나는 무지해서 누가 더 철저하게 저주받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1904년에 공연된 버나드 쇼의 작품 ‘John Bull’s Other Island’에서 Father Keegan이 한 말이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버나드 쇼는 자신의 조상에 특별한 애정을 갖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생 런던에 살면서 잉글랜드인에게 특별히 호감을 보였던 것도 아니다.

    (3) 교차대구어법을 구사한 희곡 ‘Major Barbara’

    버나드 쇼는 희곡 작품을 통해 종교적 자각을 탐구하고, 사회와 사회악의 결탁을 파헤쳤다. ‘Major Barbara(소령 바버라)’는 구세군으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받는 군수품 제조업자의 원칙과 행동이 오히려 종교적이고 구세군이 위선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구세군 소령의 이야기다. 버나드 쇼는 이 극에서도 여러 차례 기교가 뛰어난 교차대구법을 보여준다.

    Lady Britomart : You ought to know better than to go about saying that wrong things are true. What does it matter whether they are true if they are wrong? (그릇된 것을 참된 것이라고 말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그것들이 옳지 않다면 참이건 아니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Undershaft : What does it matter whether they are wrong if they are true? (그것들이 옳다면 거짓인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Lady Britomart : He never does a proper thing without giving an improper reason for it. (그는 적절한 일을 할 때마다 반드시 그것이 부적절한 이유도 얘기한다.)

    Cusins : He convinced me that I have all my life been doing improper things for proper reasons. (그는 내가 평생 적절한 이유를 들어 부적절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4) 평론에서 드러난 교차대구법

    그의 평론에서도 교차대구법은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It is feeling that sets a man thinking and not thought that sets him feeling. (인간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느낌이지만, 생각이 느끼도록 하지는 않는다.)

    1894년 2월 ‘Fortnightly Review(격주평론)’에 실린 글의 일부이다.

    No man in these islands ever believes that the Bible means what it says; he is always convinced that it says what he means. (이 섬사람 어느 누구도 성경이 씌어진 그대로를 의미한다고 믿지 않는다; 자기들이 생각한 대로 씌어져 있다고 확신한다.)

    1895년 4월 ‘Saturday Review(토요 평론)’에 실린 글의 일부이다.

    ‘인간과 초인’에서 주인공 태너는 ‘The Revolutionist’s Handbook(혁명당원 안내서)’의 저자이다. 버나드 쇼는 희곡에 박진감을 주기 위해 이 안내서 전문을 부록으로 만들었는데, 그중 교차대구법이 쓰인 부분들을 골라보았다.

    The reasonable man adapts himself to the world; the unreasonable one persists in trying to adapt the world to himself. Therefore, all progress depends on the unreasonable man.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계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줄곧 세계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결국 모든 변화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Youth, which is forgiven everything, forgives itself nothing; age, which forgives itself everything, is forgiven nothing. (모든 것을 용서받는 청년기는 아무것도 스스로 용서치 않으며 스스로 모든 것을 용서하는 노년기는 아무것도 용서받지 못한다.)

    Take care to get what you like or you will be forced to like what you get.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갖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에게 아무거나 주고, 그것을 좋아하도록 강요한다.)

    When a man wants to murder a tiger he calls it sport; when the tiger wants to murder him he calls it ferocity. (사람은 호랑이를 죽이고 싶으면 그것을 스포츠라고 부른다: 그러나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려고 하면 그것은 만행이 된다.)

    (5) 작품 서문에 자주 나타난 교차대구법

    버나드 쇼의 교차대구 명문은 작품 서문에도 자주 나타난다.

    If you cannot have what you believe in you must believe in what you have. (당신이 믿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당신이 가진 것을 믿어야 한다.)

    ‘The Doctor’s Dilemma’ 서문에 나와 있는 말이다.

    ‘Androcles and the Lion’은 초기 기독교에 관한 철학적 희곡. 집단 공개처형을 선고받은 초기 기독교 집단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려는 주제는 누구나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반드시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안드로클레스와 사자’ 서문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All movements which attack the existing state of society attract both the people who are not good enough for the world and the people for whom the world is not good enough. (사회의 현 상태를 공격하는 모든 운동은 세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세상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관심도 끈다.)

    ‘Heartbreak House’의 서문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It is said that every people has the government it deserves. It is more to the point that every government has the electorate it deserves. (모든 국민은 그들의 자격에 어울리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모든 정부는 그 자격에 어울리는 국민을 갖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The Millionairess’의 서문엔 이런 말이 나온다.

    The law is equal before all of us; but we are not all equal before the law. (법은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것은 아니다.)

    ‘Back to Methuselah’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When the master has come to do everything through the slave, the slave becomes his master, since he cannot live without him. (주인이 노예를 통하여 모든 일을 하려고 하면 노예가 그의 주인이 되고 만다. 그는 노예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는 몇 년이 지난 후 이 같은 견해를 좀더 간결한 모순어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Mastery is the worst slavery of all.’(누군가를 지배하려는 것은 최악의 예속이다).

    (6) 교차대구법으로 절묘하게 묘사된 종교관(觀)

    버나드 쇼는 때때로 전통 방식에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했다. 교차대구는 그의 다소 파격적인 종교관에서도 발견된다. 그는 1913년 ‘The Times’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종교관을 교차대구어법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The conversion of a savage to Christianity is the conversion of Christianity to savagery. (야만적인 사람이 기독교에 귀의하는 것은 기독교가 야만으로 귀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There is a voluptuous side to religious ecstasy and a religious side to voluptuous ecstasy. (신앙적 환희에는 관능적인 면이 있고 관능적 환희에는 신앙적인 면이 있다.)

    Some people are passionate about their religion, others religious about their passions. (종교에 열정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열정을 신봉하는 사람도 있다.)

    ‘Man and Superman’에서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The great danger of conversion in all ages has been that when the religions of the high mind is offered to the lower mind, the lower mind, feeling its fascination without understanding it, and being incapable of rising to it, drags it down to its level by degrading it. (연령을 불문하고 개종은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고매한 사람의 신앙이 저속한 사람에게 전파될 경우, 저속한 사람은 그 신앙의 본질을 깨닫는 일 없이 맹목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하여 그 신앙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 신앙을 천박한 수준으로 타락시킨다.)

    (7) 자본주의에 대한 호의적 혐오(kindly dislike)

    버나드 쇼는 자신의 대담한 비평적 관점을 많은 다른 관심분야에까지 확장하여 그가 살던 당시의 정치적·경제적·사회학적 사상 형성에 기여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자.

    The upholders of Capitalism are dreamers and visionaries who, instead of doing good with evil intentions, do evil with the best intentions. (자본주의 신봉자는 악의를 갖고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를 갖고 악을 행하는 몽상가요 공상가이다.)

    이 말은 ‘Everybody’s Political What’s What?’에 나온다.

    버나드 쇼는 자본주의에 대해 소위 ‘kindly dislike(호의적 혐오)’했다. 그는 자본주의를 a form of perverted idealism(비뚤어진 이상주의의 한 유형)이라고 보고 이렇게 말했다.

    Capitalism is not an orgy of human villainy : it is a Utopia that has dazzled and misled very amiable and public spirited men. (자본주의가 악의 잔치는 아니다 : 공공정신을 가진 대단히 온화한 사람들을 현혹하고, 헛갈리게 만드는 이상향이다.)

    (8) 주옥같은 명언들

    ‘Back to Methuselah’에서 등장인물 Napoleon은 이렇게 말한다.

    Superiority will make itself felt, Madam. But when I say I possess this talent I do not express myself accurately. The truth is that my talent possesses me. … It is genius. It drives me to exercise it. I must exercise it. I am great when I exercise it. At other moments I am nobody. (부인, 탁월함이란 스스로 느껴지는 법이지요. 내가 이러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 나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지요. 사실은 나의 재능이 나를 소유하고 있어요. … 중요한 것은 재능이죠. 그것이 절 움직이고, 전 그것을 발휘해야 해요. 그것을 발휘할 때 내가 위대해지죠. 그렇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버나드 쇼는 영국의 전쟁 방식을 이렇게 평하기도 했다.

    We always lose the first round of our fights through our habit of first declaring war and then preparing for it. (우리는 늘 싸움의 1라운드는 진다. 일단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 전쟁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1940년 6월, BBC 방송용으로 이 문구를 준비했으나 실제로 전파를 타진 않았다.

    끝으로 버나드 쇼의 주옥같은 명언 몇 가지를 더 살펴보자.

    Success covers a multitude of blunders. (한 번의 성공이 수만 번의 실패를 덮어준다.)

    Power does not corrupt men; fools, however, if they get into a position of power, corrupts power. (권력은 인간을 부패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바보들이 권력을 잡으면 그들은 권력을 부패시킨다.)

    We have no more right to consume happiness without producing it than to consume wealth without producing it. (부를 쌓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소비할 자격이 없듯, 행복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누릴 권리가 없다.)

    There may be some doubt as to who are the best people to have charge of children, but there can be no doubt that parents are the worst. (누가 아이를 가장 잘 돌보는지에는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최악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It is not pleasure that makes life worth living. It is life that makes pleasure worth having (삶을 살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건 즐거움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이 즐거움을 누려볼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만든다.)

    버나드 쇼의 작품 ‘In Good King Charles Golden Days’에 나오는 말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