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화법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 일러스트 이우정

    입력2006-11-16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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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ease-ism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화법
    미국의 한 오피스 빌딩의 승강기로 들어선 한 사람이 안내원(elevator operator)에게 “Top(맨 위층)”이라고 말하자 안내원은 “Top, please”라고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탑승객이 이를 거절하자 안내원이 탑승객을 승강기 밖으로 밀어냈다. 결국 안내원은 벌금을 물었다.

    Please를 붙이지 않으면 법률 위반(legal offense)은 아니지만 무례하게(discourtesy) 들린다. Please는 아주 사소하지만 이게 없다면 거칠게 들릴 많은 요구사항을 싹싹하게 들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Could you hit the top, please? Thanks! 혹은 Please press the button for the top floor라고만 했어도, 아니 Please, top 이렇게만 말했어도 만사형통이었을 텐데.

    Please, come here(이리로 와주세요)는 본래 May it please you to come here(여기로 오는 것이 당신의 마음에 드시옵기를)가 진화한 것이다. please의 기능이 타동사(기쁘게 하다)에서 부사(제발)로 바뀐 셈이다.

    딸아이가 “Daddy, can I watch now(아빠, 저 지금 TV 봐도 돼요)?”라고 말하면, 아빠는 필시 “What’s the magic word(그 말버릇이 뭐냐)?”고 반응할 것이다. 반면 식당에서 “It’s cold in here, please”라고만 해도 점원이 에어컨을 끄거나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 식당에서 “Can I have a drink(술을 마실 수 있을까요)?” 하고 말하면 대뜸 “What’s the magic word?”라고 되묻는다. 그때는 “Oh I see, please(좀 부탁할게요)”라고 공손히 대답하는 게 좋다. 즉 What’s the magic word?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좀 고분고분하게 말씀하시지 그러세요” 같은 의미다.

    화자는 항상 ‘Please-ism’을 유념해야 한다. Treat others as you wish to be treated(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하라)란 말도 있지 않은가.

    영국의 수필가이자 언론인인 가드너(Alfred George Gardiner)의 말이 흥미롭다. “Please” and “Thank you” are the small change with which we pay our way as social beings. (“Please”와 “Thank you”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빚지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잔돈이다.)

    완서어법 (Meiosis)

    단정적 표현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조심스럽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사법이 완서어법(緩徐語法·Meiosis)이다. seem이 완서어법에 쓰이는 대표적인 동사다.

    The weather is improving. (날씨가 좋아진다.) 단정적 표현

    The weather seems to be improving. (날씨가 좋아질 것 같다.) 완서적 표현

    The weather should(would) seem to be improving. (어쩐지 날씨가 좋아질 것 같다.) 좀더 완서적인 표현

    톰은 분명히 공부를 좋아함에도 Tom seems to like study(톰이 공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고,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는데도 There seems (to be) no need to hurry(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하는 게 완서적 표현이다. 하지만 I seem to have heard his name(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은 화자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The Economist’ 2006년 6월8일자에 실린 ‘Why the World Cup is better than the Olympics(월드컵이 올림픽보다 더 흥미로운 이유)’란 제목의 기사 일부를 보자.

    Think of all those robotic East German sprinters, Rumanian gymnasts and Chinese swimmers churned out by state-backed programmes. By contrast, a winning football team needs not just athleticism but also a spark of creativity and style that cannot be manufactured by sport’s central planners. Even taking drugs does not appear to be much help for footballers. (국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대량 생산된 로봇과 같은 동독의 단거리주자, 루마니아의 체조선수, 그리고 중국의 수영선수들을 떠올려보라. 이와 대조적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스포츠 핵심 입안자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스포츠 정신과 함께 섬광과 같은 창의력과 스타일을 필요로 한다. 약물을 복용해도 축구선수들에겐 별반 효과가 없는 게 분명하다.)

    ‘Even taking drugs does not appear to be much help for footballers’에서 ‘appear’는 완서법이다. 따라서 ‘appear’를 ‘~이라고 여겨지다’로 해석하는 것보다 ‘~임이 분명하다’로 옮기는 게 좋다.

    영어에서는 단정적 부정어보다 준(準)부정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몰랐다’를 표현할 때 ‘I didn’t know at all’보다는 ‘I little knew’를 쓰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도 ‘It’s no wonder’ 보다는 ‘It is little(small) wonder’라고 한다.

    Giving up habits is very hard. It is small wonder that people dislike changing. (습관을 버리기는 대단히 힘들다. 사람이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little이 care·think·know·dream·guess·expect·realize·believe·suspect·imagine·question·suppose·understand·be aware of 앞이나, 문장 맨 앞에 쓰이면 대개 ‘전혀 ∼않다(not at all)’라는 의미이다.

    I little knew what awaited me.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Little did I dream a letter would come from him. (그에게서 편지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완서화법의 한 형태로 곡언화법(曲言話法·Litotes)이 있다. 의식적으로 어떤 것의 규모나 중요성을 실제보다 축소해 표현하는 화법(understatement)이다. 예를 들어 ‘pretty good(상당히 좋은)’ 대신에 ‘not bad(나쁘지 않아)’를 쓰는 것이다. 이렇듯 삼가서 하는 표현은 과장법과 대조적으로 절제된 표현 안에 액면 이상의 뜻과 메시지가 함축되어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주 쓰이는 표현엔 다음의 것들이 있다.

    no few(=not a few=many·수가 적지 않은) no little(=not a little=much·양이 적지 않은) not many(수가 많지 않은) not much(양이 많지 않은) not seldom(종종) not long ago(바로 최근에) not once or twice(한두 번이 아닌) not without reason(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not unattractive woman(매력이 없지 않은 여성)

    완곡어법(Euphemism)

    문화가 발달할수록 직설적인 화법보다 우회적으로 듣기 좋게 말하는 부드러운 말투(mild expression)를 쓰려고 신경을 쓴다. 수사학(Rhetoric)에서 이를 완곡어법(婉曲語法·Euphemism)이라고 하는데, euphemism은 본래 그리스어로 ‘좋은 표현법’이란 뜻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Only two things are infinite, the universe and human stupidity, and I’m not sure about the former. (세상에서 무한한 건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 딱 두 가지다. 그런데 우주가 정말 무한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직 인간의 어리석음만이 끝이 없다는 것을 이렇듯 완곡하게 표현했다.

    ‘We are not hypocrites in our sleep(인간은 잠자는 동안만큼은 위선자가 아니다)’은 결국 ‘인간이 깨어 있는 동안은 위선자’라는 이야기다. 영국 작가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t)이 한 말이다.

    우리는 흔히 누가 죽었을 때, ‘죽었다’라고 하지 않고, ‘사망했다, 돌아가셨다, 영면했다, 세상을 떴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영어도 마찬가지다. ‘He is dead(그는 죽었다)’ 대신 ‘He is no more’를 쓰면 완곡한 표현이 된다. 또한 ‘After my parents died’ 보다 ‘After my parents passed away’가 한결 부드러운 표현이다.

    You have the right to remain silent and refuse to answer questions. Do you understand?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와 답변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Anything you do say may be used against you in a court of law. Do you understand? (진술하는 것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You have the right to consult an attorney before speaking to the police and to have an attorney present during questioning now or in the future. Do you understand? (경찰에서 진술하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지금이나 향후 심문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를 참석시킬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If you cannot afford an attorney, one will be appointed for you before any questioning if you wish. Do you understand? (변호사를 고용할 능력이 없을 경우 원한다면 국선 변호사를 선임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If you decide to answer questions now without an attorney present you will still have the right to stop answering at any time until you talk to an attorney. Do you understand? (변호사 없이 지금 심문에 응한다 할지라도, 변호사가 도착할 때까지는 언제라도 답변을 중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Knowing and understanding your rights as I have explained them to you, are you willing to answer my questions without an attorney present? (당신의 권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드렸는데,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 심문에 응하시겠습니까?)

    경찰이 이렇게 물었을 때,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I’ll take the Fifth라고 말하면 된다. the Fifth는 the Fifth Amendment(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미국 수정헌법 제5조)를 말한다. 변호인 선임을 원할 때는 I want a lawyer라고 하면 된다.

    미란다 권리(Miranda Rights)라고도 하는 미란다 준칙의 ‘미란다(Miranda)’는 사람 이름이다. 1963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납치강간혐의로 체포된 22세의 미란다라는 청년은 2시간 동안 수사를 받은 뒤 범죄를 자백했다. 피해자도 그를 범인으로 지적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미란다는 수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묵비권 등의 권리를 통보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그의 변호인측은 미란다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에 대해 듣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해 1966년 결국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자백을 받기 전 반드시 변호인단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의 피의자 권리를 알려야 하는 것을 미란다 원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명령문은 의문문이다?

    Pass me the pepper, will you(후추 좀 건네주시겠습니까)?의 will you?는 꼬리표(tag)처럼 붙어 있다고 해서 tag question(부가의문문)이라고 칭하는데 사실 Will you pass me the pepper?에서 Will you가 뒤로 도치된 것이다. 따라서 ‘명령문+부가의문문’과 ‘의문문’은 같은 문장인 셈이다. 명령문 뒤에 붙이는 will you?는 상승(↗)조로 말하면 부드러운 의뢰나 권유를 나타내고, 하강(↘)조로 말하면 명령조가 된다.

    ‘부디 이 편지를 좀 써 주시겠습니까?’는 Will you be kind enough to write this letter for me? 아니면 Write this letter for me, be kind? 라고 표현할 수 있다. be kind?는 Will you be kind enough to의 생략형이다.

    can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라!’다

    원어민이 쓰는 You can do it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흔히 ‘넌 할 수 있어’라고 알고 있지만 원어민은 ‘(네가 할 수 있으므로) 네가 해라’ ‘네가 하는 것이 좋다’ 같은 가벼운 명령이나 권고의 의미로 사용한다. 상대방이 할 수 있는 것이므로 해주기를 바라거나, 하라고 지시하는 어조다. 다음의 문장과 대화도 마찬가지다.

    You can go.(가도록 하여라). You can switch off your pager.(호출기 좀 꺼줄래). You can forget about it.(그 일은 이제 잊어버리게).

    A: My computer is awfully slow. It’s taking a long time to save this document. (컴퓨터가 엄청 느리네요. 문서 하나 저장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려요.)

    B: You can ask Robert. He’s a computer person. (로버트에게 부탁해봐요. 컴퓨터에 대해 잘 아니까.)

    부정문에서는 ‘∼할 수 없다’보다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이를테면 You can’t run here는 ‘여기서 뛰면 안 된다’로 옮겨야 맞다. 미국의 인기 TV시리즈 ‘CSI : Las Vegas’에 나오는 대사 You can’t broadcast는 ‘큰소리로 말하지 마라’란 의미고, 영화 ‘Waking The Dead’(1999)에서 주인공 빌리 크루덥(Billy Crudup)이 방탕한 형에게 You cannot be here라고 말하는 것은 ‘여기에 오지 마세요’란 뜻이다.

    cannot은 may not보다 일반적이며, 좀더 강한 금지를 나타낼 때는 must not을 쓴다.

    강한 의지를 표현해야 할 땐 수사의문문을 써라

    구약성서의 창세기편에 카인(Cain)과 그의 동생 아벨(Abel) 이야기가 나온다. 카인은 농부였고, 아벨은 목자(牧者)였다. 카인은 여호와에게 농산물을 바치고, 아벨은 가축을 제물로 바쳤는데, 신이 아벨이 바친 제물은 반기고, 카인이 바친 제물은 반기지 않았다. 그러자 카인이 아벨을 질투하여 돌로 쳐 죽였다.

    이를 안 신(神)은 모른 척하고 카인에게 물었다. Where is your brother(네 동생은 어디 갔느냐)? 그러자 카인이 Am I my brother’s keeper(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며 시치미를 뚝 뗐다. Am I my brother’s keeper?는 I am not my brother’s keeper(저는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 아닙니다)를 의문문으로 바꿔 강한 부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의문문을 수사의문문 또는 반어(反語)의문문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Rhetoric Question(수사의문문)이라고 한다.

    Do you know it(너는 그것을 아느냐)? 하는 물음에 모른다고 답해야 할 때, 평범하게 No, I don’t라고 하는 것보다 How should I know it(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라고 되묻는 게 받아들이는 쪽에서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어떤 주식이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표현 또한 Nobody knows보다 Whoever knows(누가 알겠습니까)?가 강한 부정으로 들린다.

    Whoever knows?에서 Whoever는 Who의 강조형으로 ‘도대체 누가’란 의미를 지닌다. 원래는 Who ever가 분리되어 있었으나 요즘은 붙여서 사용하다.

    ‘야, 정말 배고픈데’를 영어로 표현할 경우 I’m very hungry라고 해도 의미는 통한다. 그러나 원어민은 ‘Boy! Am I hungry?’([?]대신 [!]를 붙이기도 한다)를 즐겨 사용한다. 위 문장에서처럼 주어+동사 어순이 뒤바뀐 형태 앞에 Boy나 ‘Oh’ ‘Oh, boy’가 선행할 때 열이면 열 수사의문문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boy는 유쾌함과 놀람 또는 실망과 지루함을 나타내는 감탄사(interjection)로 우리말의 ‘야! 이런, 참!, 물론’ 등에 해당한다.

    주어+동사 구문을 정치(定置)구문이라 하고, 동사+주어 구문을 도치(倒置·inversion)구문이라 한다. 정치가 정상상태라면 도치는 비상상태인 셈, 즉 도치란 상대의 주의를 끌기 위한 일종의 포고(布告)인 셈이다. ‘아아!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맛이야’를 원어민은 흔히 ‘Oh! Am I suffering from stress?’라고 표현한다.

    수사의문문은 intonation(억양)이 일반의문문과 다르게 적용된다.

    Isn’t it strange?(↗) (그것 이상하지 않아?)

    Isn’t it strange!(↘) (그것 이상하군!)

    전자처럼 rising tone(상승조·上昇調)이면 일반의문문이고, 후자처럼 falling tone(하강조·下降調)이면 수사의문문이다. ‘Oh, am I tired?’의 경우 끝을 올리면 ‘내가 피곤한가?’라는 우스운 질문이 되므로 끝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아, 정말 피곤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60년 2월27일 쿠퍼 재단(the Cooper Institute)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What is conservatism? Is it not adherence to the old and tried, against the new and untried? (보수주의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새로운 것과 해보지 않은 것에 반대하여 옛것과 해본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까?)

    첫째 문장은 형태나 의미 모두 의문문이다. 하지만 둘째 문장은 형태는 의문문이나 의미는 첫째 문장에 대한 대답이다. It is adherence to the old and tried, against the new and untried(그것은 새로운 것과 해보지 않은 것에 반대하여 옛것과 해본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다)를 강한 어조로 표현하기 위해 의문문으로 바꿔 말한 것이다.

    마태복음(Matthew) 5장 13절과 14절에 수사의문문이 나온다.

    You are the salt of the earth. But if the salt loses its saltiness, how can it be made salty again? It is no longer good for anything, except to be thrown out and trampled by men.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 데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세상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해 결코 변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태복음 6장 25절도 수사의문문이다.

    Do not worry about your life, what you will eat or drink; or about your body, what you will wear. Is not life more important than food, and the body more important than clothes?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까, 혹은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Have I not reason to lament What man has made of man?은 영국 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쓴 수사의문문이다. ‘인간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내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에선 시인의 비통함이 강하게 묻어나지 않는가.

    우리 속담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영어 속담 A leopard cannot change his spots(표범은 자기의 반점을 바꿀 수 없다)를 수사의문문 Can the leopard change his spots?로 바꾸면 그 의미가 훨씬 강하게 전달된다.

    영국 시인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시 ‘Ode to the West Wind(서풍에 부치는 노래)’도 수사의문문으로 끝을 맺는다.

    Be through my lips to unawakened earth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내 입을 빌려 잠자는 대지에게
    예언의 나팔이 되어다오. 오 바람아,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이밖에도 ‘죽다’를 의미하는 표현이 꽤 많다. expire(숨을 거두다) depart(세상을 떠나다) decease(사망하다) be gone(세상을 하직하다) depart this life(이승을 떠나다) leave the world(세상을 떠나다) join the majority(죽은 사람에 끼다) breathe one’s last(마지막 숨을 쉬다) sleep the long sleep(영원히 잠들다) take one’s last sleep(영원히 잠들다) return to Mother Earth(대지로 돌아가다) go to one’s eternal home(영원의 집으로 가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것 또한 우리말이 그렇듯 영어도 ‘매장하다(bury a person)’처럼 직설적인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대신에 흔히 ‘안장(安葬)하다’로 번역되는 lay a person to rest(sleep)를 주로 쓴다. 고인(故人)을 가리킬 때도 the deceased를 쓰긴 하지만 ‘떠나신 분’이라는 의미의 ‘the gone’이나 ‘the departed’가 좀더 듣기 좋은 표현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평가 방법 중에 수우미양가가 있다. 빼어날 수(秀)-넉넉할 우(優)-아름다울 미(美)-좋을 양(良)-옳을 가(可), 완곡어법의 극치라 할 만하다. 미국의 평가 용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xcellent-Very good-Good-Fair-Poor에서 보면 Poor를 제외하고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좋은’이라는 의미다. 참고로, excellent는 부정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This book is not excellent는 잘못된 표현이다. This book is not good이라고 해야 한다.

    ‘중고차’를 말할 때 used car보다 secondhand car 혹은 pre-owned car가 듣기에 좋다.

    Your wish is my command!

    A: What are you up to, buddy? (자네 지금 뭐하고 있어?)

    B: I’m arranging these documents. Can you give me a hand? (서류를 정리하고 있어. 도와주겠나?)

    A: Sure, your wish is my command. (물론이지.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Your wish is my command를 직역하면 ‘당신의 바람은 나에게 주어진 명령입니다’가 된다. 여기서 ‘my command’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데, my가 command의 주격이면 ‘내가 하는 명령’이 되고 my가 command의 목적격이면 ‘나에게 주어진 명령’이 된다. 위 문장의 경우 후자로 해석한 것이다. 의역을 하면 ‘분부만 내리십시오’ ‘무슨 소원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란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영화 ‘Aladdin’에서 알라딘이 램프를 손으로 문지르자, 마법사 지니가 나타나 알라딘에게 “Your wish is my command!”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A: Oh, this black convertible in front of us is going so slow! (어, 우리 앞에 있는 검은색 오픈카가 너무 느릿느릿 가는데요!)

    B: I know! Why don’t you just pass that car? (그러네요, 저 차 추월하지 그래요?)

    A: Your wish is my command! Here we go! (분부대로 하죠. 자, 갑니다!)

    B: Hey, slow down! There is a cop over there. (어, 속도를 줄이세요. 저기 경찰이 있어요.)

    좋아하는 여성에게 말을 걸 때 효과를 보는 이른바 ‘작업용 멘트’를 ‘pick-up line’ 또는 ‘chat-up line’이라고 한다. 위 대화에서처럼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Your wish is my command!’를 외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chat-up line이 아닐까. 애처가나 공처가는 My wife’s wish is my command라고 해야 할 것이다.

    Your wish is my command와 같은 의미를 갖는 표현으로는 ‘As you wish’ ‘I am entirely at your service’ 등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주연한 영화 ‘Bicentennial Man’(1999)은 인간과 아주 흡사한 로봇하인에 관한 이야기다. 앤드루라 하는 이 로봇은 리처드와 그 아내를 ‘주인님’과 ‘마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받드는데, 식구들에게는 “I am at your service(무엇이든지 분부만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I am John Robot Andrew at your service(저는 로봇 앤드루라고 합니다. 분부만 하십시오)”하며 인사한다. 레스토랑에 가면 종종 웨이터가 “I am John Smith at your service(저는 존 스미스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분부만 하십시오)” 할 때가 있는데,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이 고객에게 처음 인사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How shall I address you?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직접대면(對面)하는 방법과 편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는 것. 직접대면의 첫 순서는 말을 거는 것이고, 간접대면의 첫 순서는 주소를 쓰는 것이다.

    영어 address는 이 두 행위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address가 명사로 쓰이면 ‘인사말·연설’ 또는 ‘수신인의 주소’이고, 동사로 쓰이면 ‘말을 걸다·연설하다’ ‘~을 ~라고 호칭하다’ ‘주소(성명)를 쓰다’가 된다. 구체적으로 상대를 어떻게 addressing(호칭)하는지를 알아보자.

    Mr.(=mister)는 master(주인·지배자·선장·고용주)가 변형된 것으로, Mr. Smith처럼 남자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이다. Mr. Speaker(의장님), Mr. President(대통령 각하)처럼 관직명 앞에 붙어 존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Mr.의 자세한 용법은 다음과 같다.

    Mr. · Mr

    ▼ 영국에서는 작위 없는 남자에게, 미국에서는 일반 남자에게 쓴다.

    ▼ 영국에서는 Mr 다음에 마침표(period)를 찍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성(姓)이 같은 사람이 둘 이상일 경우엔 Mr. Smiths 또는 Messrs. Smith라고 쓴다.

    ▼ 성이 다른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칭할 때는 Messrs. Smith and Brown 또는 Mr. Smith and Mr. Brown이라고 한다.

    ▼ 부부를 칭할 때는 Mr. and Mrs. John Smith라고 한다.

    ▼ 전화 통화 중에 자신을 지칭할 때 남성임을 나타내기 위해 Mr.를 쓰기도 한다. This is Mr. Smith speaking(나는 스미스입니다).

    ▼ ‘Messrs. World Trading Co.(월드상사 貴中)’처럼 Mr.의 복수형 Messrs.는 서신을 보낼 때 회사이름 앞에 붙이기도 하나 미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Mrs. · Mrs

    ▼ 기혼여성에 대한 경칭으로 남편의 성 앞에 붙인다. 미국에선 Mrs. Mary Smith 하는 식으로 여성 자신의 이름과 남편의 성을 혼용하는 게 일반적이나 영국에서는 미망인이 아니면 법률 서류에 기재할 때를 제외하고는 남편의 성만 쓴다.

    ▼ 영국에서는 Mrs 다음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경향이 있다.

    ▼ Mrs.의 복수형은 Mmes. 혹은 Mesdames인데, 보통 Mrs.를 반복해 쓴다.

    미국에서는 딱딱한 느낌을 주는 형식적인 표현이라 하여 Mr.나 Mrs.를 잘 붙이지 않는다. “How shall I address you(뭐라고 불러드려야 하죠)?” 또는 “What do I call you?” 하고 물으면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보통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Just call me Henry.” (그냥 헨리라고 불러요.)

    “Don’t mister me.” (내 이름에 Mr.를 붙이지 말게.)

    “Don’t call me mister; it’s very distant.” (Mr.를 붙여 부르지 말아요. 멀게 느껴지거든.)

    중년을 족히 넘은 여자 어른이 꼬마에게 Call me aunt Mary(메리 아줌마라고 불러요) 하고 말하는 건 일상적이다. 미국인은 경칭을 빼고 이름만으로 불리는 것을 호감(acceptance)과 다정함(friendliness)의 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사가 “Call me Andrew”라고 했을 때, 그것을 바로 실천하려 하면 어색할 것이다. 그럴 땐 살짝 미소를 지으며 “After a while perhaps, but thank you anyway(시간이 좀 지나면요. 어쨌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미국인들은 이처럼 격식 따지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격식을 갖춰야 할 때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이름 앞에는 직함(occupational title)을 붙여준다.

    diplomats(외교관), ambassadors(대사), members of the Senate(상원의원 ex. Senator Smith), top government officials(정부 고위 관리 ex. Governor Rockefeller(록펠러 지사)), judges(판사), doctors(의사), professors(교수), clergy(성직자 ex. Reverend Gray(그레이 목사))

    처칠 경? 윈스턴 경!

    Sir는 원래 손윗사람 또는 의회 의장에게 쓰는 경칭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가게나 식당, 혹은 관공서에서는 청년기 남자 고객에게도 “Good afternoon, sir!”라고 한다. 반면, 꾸짖거나 빈정거릴 때 비하에 가까운 호칭 buster(이봐)를 대신해 반어적으로 sir를 사용하기도 한다. Will you be quiet, sir! (이봐, 조용히 좀 하시지!)

    영국에서는 baronet(준(準)남작)이나 knight(나이트작(爵))의 이름 앞에 Sir를 사용한다. 그런데 Sir를 성(surname)에 붙여서는 안 된다. Sir winston Churchill이나 Sir winston이라고 해야지 Sir Churchill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흔히 ‘처칠 경(卿)’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윈스턴 처칠 경’이나 ‘윈스턴 경으로 해야 맞다. 마찬가지로 Sir Isaac Newton이나 Sir Isaac이라고 하지 Sir Newton이라고 하지 않는다.

    madam의 중간음 소실형인 ma’am은 하녀가 안주인에게, 점원이 여자 손님에게, 학생이 여자 교사에게 하는 호칭이다. 교사가 “Is Jack present(잭 왔니?)”라고 물으면 학생이 “Yes, ma’am”이라고 대답하는데, 이때의 발음은 [jesm]이다. 미국의 가게나 식당, 관공서에서는 20대 젊은 여성 고객에게도 ‘Ma’am’이라고 칭한다. 고객은 왕이기 때문이다.

    A: How should I address the customers? (고객을 어떻게 부를까요?)

    B: If possible, address them by name. Or address them as Sir(Ma’am). (가능하다면 고객의 이름을 부르세요. 그렇지 않으면 ‘Sir(Ma’am)’라고 부르세요.)

    ‘You and I’ · ‘I and You’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이던 1970년대, “나와 신민당”이라고 했다가 당내에서 난처해진 적이 있다. 반대파 의원들이 “신민당과 나”라고 해야 하는데 자신을 앞세웠다며 비난한 것. 우리말이나 영어나 인칭대명사를 나열할 때 그 순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영어에서는 상대편인 2인칭을 앞세우는 게 철칙이다. ‘You and I are friends’ ‘He and I are friends’ ‘You, he and I are friends’ 하는 식으로.

    We ought to be together - you and I; We want each other so (우리는 함께여야 합니다. 그대와 나;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원합니다.) 헨리 앨퍼드(Henry Alford)의 시 ‘You and I’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칭대명사가 복수일 경우에는 1인칭, 2인칭, 3인칭의 순서로 배열한다. ‘We and you’ ‘We, you and they’처럼. 반면 궂은일에는 나(I)를 앞세운다.

    I and you are to blame. (나와 너에게 책임이 있다.)

    You as well as I are to blame. (나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

    A as well as B 형태의 문장은 ‘B뿐만 아니라 A’ 하는 식으로 뒤에 나오는 주어를 먼저 해석한다.

    참고로, 인칭에 철학적으로 접근할 때는 예외가 적용된다. 독일의 종교철학자 마틴 부버(Martin Buber)의 저서 중에 ‘Ich und Du’(1923)가 있다. 영어로 옮기면 ‘I and You’, 우리말로 하면 ‘나와 너’이다.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관계엔 두 가지가 있는데 ‘나와 너’ 그리고 ‘나와 그것’이다. ‘나와 너’는 인격과 인격, 주체와 주체의 만남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영원한 상대자인 신(神)과의 관계로 확장된다. 또 다른 관계인 ‘나와 그것’은 인간과 물체, 주체와 객체의 관계로 이용과 소유의 개념을 지닌 만남이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종종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된다.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는 상대를 사고나 행동의 대상으로 다룬다. ‘Ich und Du’는 이 주제를 다룬 고전이다.

    ‘Do you understand me?’를 쓰지 마라!

    인간의 감정이란 우리말을 쓰나 영어를 사용하나 마찬가지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가 “What’s your name?” 하고 물으면 수사관의 취조(取調)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May I have your name?이나 Will you give(tell) me your name?이 정중하고 듣기 좋은 표현이다.

    직업을 물을 때도, What are you?나 What kind of job do you have?는 실례되는 어투이고, What business(profession) are you in?이 무난하다. Who(m) are you working for?도 직업을 묻는 정중한 표현인데, 문자 그대로 옮기면 ‘누굴 위해 일하느냐?’이지만 ‘직장이 어디냐’ ‘어느 회사에 다니냐’는 물음이다.

    우리말에서는 동사의 어간과 어미 사이에 보조어간 ‘시’를 끼워넣어 존칭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이해하다’의 높임말은 ‘이해하시다’이다. 그러나 영어에는 이런 보조어간이 없으니 적절한 어휘와 표현을 골라 써야 한다.

    Do you understand me?는 마치 외래어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지만 정작 원어민들은 이 표현을 잘 안 쓴다. 생략형 Understand?나 수동형 understood?도 마찬가지다.

    understand는 under와 stand의 합성어로 상관이 부하에게 말하는 강압적인 어감을 지녔다. 결국 ‘내 말을 잘 알아모시겠느냐?’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답은 대개 ‘Yes, sir.’이다.

    Understand를 써야 할 상황에 Are you clear(깨끗하게 이해됐나요)?를 쓰면 수평적 관계에서 질문하는 게 된다.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Am I clear(나의 설명이 깔끔했나요)?이다. Am I clear?는 이해가 안 됐으면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지녔으나 Understand?나 Understood?는 ‘그것도 이해 못하느냐’고 따져 묻는 책임전가형이다.

    비슷한 의미로 자주 쓰이는 또 다른 표현은 Did you get me? 혹은 Got it?이다.

    A: Look at all these typos you made. I don’t wanna see such sloppy work ever again. Got it? (이 많은 오타를 좀 봐요. 다시는 이런 성의 없는 보고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아시겠죠?)

    B: Absolutely. I’ll work on it right away. (그럼요.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typo: 오타(typographical error의 줄임말)

    그렇다면 ‘알아들었다’는 뜻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You make a point!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point는 (사물이나 문제의) 요점·중점·핵심을 뜻한다.

    참고로, 의문문 You got it?은 ‘알아들었지?’란 의미지만, 평서문 You got it은 ‘잘 알아모시겠습니다’라는 의미이다. You got it은 I got it(알겠습니다)보다 상대방의 뜻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표현이다. ‘문 좀 열어주세요’와 같은 사소한 부탁을 받았을 때도 You got it이라고 답할 수 있다.

    군대조직이나 경찰조직에서 상관이 명령할 때 ‘Yes, sir’라고도 답하지만 ‘You got it, sir’라고도 한다. 상사가 “I want you to take care of the rest(네가 나머지 문제를 처리해라)” 하고 말하면 부하는 “You got it”이라고 답한다. 이 경우 You got it은 I take care of the rest를 뜻한다.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할 땐 Do I know you?

    어떤 사람이 반갑게 알은체를 하는데 누군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보통 “저를 아세요?” 하고 묻는다. 이를 영어로 옮기면 Do you know me?일 것 같지만 미국인은 이런 상황에서 “Do I know you(제가 아는 분인가요)?”라고 묻는다. 이는 I don’t know you. Do I know you?에서 앞 문장을 생략해서 말한 것이다. 어쨌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Do you know me(당신 나 알아)?” 하고 묻는다면 상대가 민망할 텐데, Do I know you?라고 물으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대화를 보자.

    A: Can I speak with you for a second?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B: I’m sorry but do I know you? (죄송하지만 저를 아세요?)

    A: Oh, yes. (그럼요.)

    B: All right, tell me how do I know you? (그럼 어떻게 저를 아세요?)

    A: You used to be my babysitter. (제가 어렸을 때 저를 돌봐주셨잖아요.)

    하나 더!

    You bet? You bet!


    bet은 ‘내기를 걸다’ 또는 ‘내기를 걸 정도로 단언하다’라는 의미이다. 일상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사용된다.

    I bet you a pound on that. (그것에 1파운드 걸겠다.)
    I bet you. (확실해.)
    You bet? (틀림없단 말이지?)
    You bet! (틀림없어!)

    You bet보다 더 강한 어조를 띠는 표현은 ‘You bet your life!’ ‘You bet your boots!’ ‘You bet your bottom dollar!’ 등이 있다,
    Done!이나 (That is) Agreed!는 내기에 응하여 ‘좋아’ ‘그렇게 하자’라고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또 다른 대화를 보자.

    A: I know you, don’t I?(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

    B: Oh, yes. (그럼요.)

    A: All right, tell me, how do I know you? (그럼, 어떻게 절 아세요?)

    B: Okay. I was your disciple in my elementary school days. (예. 저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제자였습니다.)

    영화 ‘The Punisher’(2004)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은 자신을 죽이려고 나타난 생면부지의 킬러가 알은체하자 자신을 아느냐고 묻는다.

    Do I know you?는 잘 모르는 사람이 알은체하고 말을 걸어올 때 응대하는 표현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 말을 걸 때도 사용한다. Do I know you from somewhere? 혹은 Haven’t we met somewhere? 하면 ‘전에 어딘가에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라는 의미가 전달된다.

    알고 쓰면 돋보이는 come · go

    ‘내가 너에게로 간다’를 영어로 바꾸면 I’m going to you가 아니라 I’m coming to you다. 이는 우리말과 달리 말하는 이가 아닌 듣는는 이, 즉 상대방 중심으로 표현하는 영어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방 밖에 있는 사람이 밖에 있는 제3자에게 “들어가도 돼요?”라고 물을 때는 “May I go in?”이라고 하지만, 방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물을 때는 “May I come in?”이라고 말한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방 밖에 있는 사람 쪽으로 나갈 수 없을 땐 “I can’t come out”이라고 한다.

    파티를 주최하거나 파티와 관계 있는 누군가를 초대할 때는 “Are you coming to the dance tomorrow?”라고 하는 반면, 화자가 파티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람일 때에는 “Are you going to the dance tomorrow?”라고 묻는다.

    I’m coming(곧 가겠습니다)은 부름을 받아 상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의미이고, I’m coming with you(함께 가겠습니다)는 상대가 가는 쪽으로 동행하겠다는 뜻이다.

    ‘집으로 갑니다’를 영어로 표현할 때 I’m going home과 I’m coming home 둘 다 쓸 수 있는데, 전자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중점을 두는 표현이고, 후자는 ‘집’에 중점을 두는 표현이다.

    A: Do you know where the Intercontinental Hotel is? (인터콘티넨탈호텔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B: Take the third exit, you come to. (3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여기서 you come to는 목적지에 중점을 둔 표현이다.

    영화 ‘Wild Things’(1998)는 두 여자와 두 남자가 속고 속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상류사회 자녀들이 다니는 해변의 한 초호화 고등학교의 상담교사인 샘(Matt Dillon 분(扮))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인물. 어느 날 여학생 켈리(데니스 리처드 분)가 요염한 몸짓으로 샘을 유혹한다. 다음날 켈리는 샘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결국 법정에 선 샘, 그는 “I didn’t come”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는데…. 여기서 come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뜻과 다르다. I didn’t come은 ‘사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신(神)을 의식하는 어법

    ‘나는 비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와 ‘나는 비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별반 차이 없어 보이지만 영어에서는 I think it will not rain(나는 비가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을 잘 사용하지 않고, I do not think it will rain(나는 비가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자연의 사실은 긍정으로, 인간의 생각은 부정으로 표현한다. 말 한마디를 해도 신(神)을 의식하는 것이다. 인간이 무엄하게도 신이 하는 일을 재단(裁斷)할 수 없다는 겸허한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미국에는 국교(state church)가 없다. 1791년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 to the Constitution)(1791)에 명시된 바와 같이 종교의 자유는 미국의 기본권이 되었다. 따라서 미국을 모든 종교의 안식처(The United States is a refuge for all religions)라고도 한다.

    시제(tense)를 너무 믿지 마라

    세상에 확실한 게 어디 있는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인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I doubt about everything, even about my doubt(나는 모든 것을 의심한다. 심지어 나의 의심까지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어나 영어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로 끌어와서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둔갑시키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일을 현재의 일로 서술하는 것은 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종종 총을 맞고 죽어가면서 “I’m dead(나는 이미 죽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엄밀히 말해 아직 죽지 않았지만 그만큼 죽음을 확신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특히 대화에서 미래의 일을 말하는 데 현재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미래의 현재화이다.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표나 계획상 미래에 확실히 일어날 일을 말할 때는 현재형으로 표현한다. 비행기 이착륙시간을 알리는 기내방송을 보자.

    You start from New York at five in the morning and arrive in Paris after six and half an hour of flying. (여러분은 오전 5시에 뉴욕을 출발해 6시간30분 후 파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올 확률이 높다고 했더라도 It rains tomorrow라고 하지는 않는다.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는 신이 아니고서는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하면 현재시제를 쓸 때보다 확실성이 더욱 강조된다. “나는 내일 파티에 (꼭) 가”를 I go to the party tomorrow라고도 하지만, I am going to the party tomorrow라고 하면 확실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표현이 된다. 의미전달효과의 극대화다.

    따라서 현실적 개념의 시간(time)과 심리적 개념의 시제(tense)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시제는 마음의 심리 상태에 따라 조작(manipulation)이 가능하여 말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시간과 무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글을 보자.

    “오는 토요일 생애 첫 휴가를 시작합니다. 내가 가는 첫 번째 장소는 발리입니다. 비행기는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떠납니다. 그날 오후 늦게 발리에 도착합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머무릅니다. 15일 발리를 떠납니다. 그러고는 필리핀으로 갑니다.”

    미래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합니다’ ‘가는’ ‘떠납니다’ ‘도착합니다’ ‘머무릅니다’ 등 모두 현재시제로 되어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 위의 글을 영어로 옮겨보자.

    This coming Saturday I am beginning my vacation of a lifetime. The first place I am going to is Bali. My plane leaves at 6:30 Saturday morning. I arrive in Bali late that afternoon. I am going to stay at the Intercontinental Hotel. I leave Bali on the fifteenth, and travel to the Philippines.

    미래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am beginning, am going, leave, arrive, travel 등 모든 동사를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 썼다.

    국내 대부분의 영어학습서들은 서술동사가 왕래발착시종(往來發着始終)동사 - go, come, return, start, leave, depart, reach, arrive, begin, embark, commence, end, finish - 일 때 확실한 시점을 나타내는 미래부사와 함께 쓰이면, 그 형태가 현재나 현재진행형이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What are we having for dinner?는 미래부사가 없으니 현재진행형으로 해석하면 ‘우리는 저녁으로 무엇을 먹고 있는가?’이지만 ‘저녁엔 뭘 먹지?’하는 미래형으로 해석해야 옳다. I’m having dinner with my wife는 두 가지 상황이 가능하다. What are you doing(너 뭐하고 있니)?에 대한 답일 때는 ‘아내랑 저녁 먹고 있어’라고 해석해야 맞지만 Why are you going(왜 가니)?에 대한 답일 때는 ‘아내랑 저녁 먹기로 했어’라고 해야 어울린다.

    바(Bar)에서 웨이터가 술을 마시고 있는 여자 손님에게 What are you drinking, madam?라고 하면 무슨 술을 마시고 있느냐고 묻는 게 아니라 “한잔 더 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것이다. 이럴 때 더는 마시고 싶지 않으면 No more, thanks라고 하면 된다.

    주어가 1인칭이거나 3인칭인 현재진행형은 지금까지의 설명을 적용하면 되지만, 주어가 2인칭인 문장의 현재진행형은 사정이 좀 다르다. 다음의 세 문장을 보자.

    I am resigning as of tomorrow.

    The president is resigning as of tomorrow.

    You are resigning as of tomorrow.

    위 두 문장은 나 혹은 의장이 내일부로 사임한다는 이야기인 반면, 셋째 문장은 “귀하는 내일부로 사임해야 합니다”라는 정중한 명령이다.

    It is my birthday tomorrow and I am having friends over(=round). (내일은 나의 생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한다.)

    It is her birthday tomorrow and she is having friends over(=round). (내일은 그녀의 생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한다.)

    It is your birthday tomorrow and you are having friends over(=round). (내일은 너의 생일이니 친구들을 초대해야지.)

    미래부사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You are not doing that here! (여기서 그걸 하면 안 돼!)

    Now you are talking! (이제 말씀하시지요!)

    You are not leaving now! (지금 떠나서는 안 돼!)

    Now you are doing your work, Tom! (이제는 공부해야지, 톰!)

    ‘빗자루 드니 마당 쓸라 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자발적으로 하려는데 남이 하라고 하니 하기 싫어진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명령하기는 좋아해도 명령받기는 싫어한다. 따라서 남에게 무엇인가를 시킬 때는 명령형을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의미는 명령문이지만 형태는 평서문인 어법이 발달했다.

    Can I~ 보다 May I~ 가 정중한 표현

    ‘어서 오십시오’ ‘제가 도와드릴까요?’의 의미를 갖는 표현으로는 Can I help you?나 May I help you?가 있다. 간혹 둘 중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고민되기도 하는데, May I∼?가 Can I∼?보다 정중한 인상을 준다. How may I help you?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를 뜻하므로 가장 적극적인 질문이다.

    May I use your phone(전화 좀 써도 되겠습니까)?에 대한 답으로 ‘아니, 안 됩니다’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No, I’m sorry나 I’m afraid you cannot을 쓴다. No, you may not은 불허한다는 뉘앙스가 있고, must not은 금지의 표현이라 앞의 두 문장보다 딱딱하게 들린다.

    상대가 May I smoke here(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좋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래도 좋다고 대답하려면 Yes, certainly(please)나 Sure를 쓰면 된다. may로 물었다고 해서 Yes, you may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말할 때 주로 쓰인다.

    점잖게 명령하려면 You will~

    다음은 광복 직후 남한에 내려진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점령군사령관의 포고문 제3조이다.

    All persons will obey promptly all my orders and orders issued under my authority. Acts of resistance to the occupying forces or any acts which may disturb public peace and safety will be punished severely. (주민은 본관 및 본관의 권한으로 발표한 명령에 즉각 복종해야 한다.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혹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조동사 will은 ‘∼하는 거다’(아랫사람에게), 또는 ‘∼해주시는 겁니다’(윗사람에게) 식의 부드러운 명령을 표현한다. 형태는 평서문이지만, 상대의 행동을 아예 정해놓은 것 같은 여운을 풍기며, 정중한 것 같으면서도 실은 거부할 수 없도록 강한 어조를 띠고 있다. 명령문은 오직 2인칭에만 국한된다고 배웠지만, will을 활용하면 모든 인칭에 명령문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1인칭에 사용된 경우를 보자.

    We will now say grace. (감사기도를 드립시다.)

    Seeing (that) it is 9 o’clock, we will wait no longer. (벌써 9시가 됐으니 더는 기다리지 맙시다.)

    2인칭에 사용된 경우를 보자.

    You will have to fill out some forms.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해주시지요.)

    You will have to pay the penalty, ma’am. (부인, 벌금을 내셔야 합니다.)

    All that I ask of you is that you will be a true lover.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겁니다.)

    3인칭에 사용된 경우를 보자.

    The class will arise. (교실에서) (전원 일어나세요.)

    All students will attend roll call at 9 o’clock. (9시에 출석을 부를 테니 전원 참석할 것.)

    The secretary will please read the minutes of the last meeting. (서기는 지난번 모임의 회의록을 읽어주세요.)

    ‘내가 말한 대로 하세요’를 영어로 표현할 때 어떤 조동사를 쓰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어세(語勢)를 띠기도 한다.

    You will (please) do as I tell you. 어세가 가장 강함

    You must do as I tell you. 어세가 강함

    You have to do as I tell you. 어세가 강함

    You ought to do as I tell you. 어세가 강함

    Do as I tell you. 어세가 다소 강함

    You should do as I tell you. 명령보다 권고에 가까운 어세.

    Miranda Rule의 외유내강(外柔內剛)

    사법제도는 묵비권을 인정한다. 형사 피의자(defendant)가 부당한 심문을 당하는 것을 막고 경찰관의 위법 증거 수집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영화에서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면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하고 고지(告知)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이게 바로 Miranda Rule(미란다 준칙)이다. Miranda Warnings(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고 얻은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 그런데 미란다 준칙에는 명령문 형태의 문장이 단 하나도 없다. 영화 ‘Robocop’(1987)에서 로봇경찰관인 머피(Murphy)가 범인을 박살내면서 또박또박 고지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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