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대권 인수 준비 중’… ‘MB맨’ 24시

낮엔 “탈(脫) 여의도 개혁”, 밤엔 “위하Lee 건배!”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11-10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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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후보의 참모들’을 함께 선택하는 행위다.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자 ‘아칸소 마피아’가 워싱턴을 장악하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386의 세상’이 되는 것이 선거의 이치. ‘부동의 1위’ 이명박 후보의 참모들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며 이들은 대선 2개월여를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대권 인수 준비 중’… ‘MB맨’ 24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여론 지지율에서 타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10월10일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 이 후보는 58.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위 정동영 후보 지지율(11.4%)의 5배가 넘는다.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에도 이 후보는 67.85%대 9.1%(문국현 단일 후보), 64.0%대 18.7%(정동영 단일 후보)의 큰 격차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MB(이 후보의 이니셜) 측근들은 매일 달력을 한 장씩 찢는 심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공비행에 따른 ‘기강해이’ 정도가 걱정거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가 10월12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대세론에 안주해선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다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적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국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민을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선 승리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범여권에선 “선거전은 이제부터”라고 벼른다. 각자의 마음속에서 ‘정권 인수 구상’을 하고 있을 ‘MB맨’의 24시를 취재했다.

    “신고식 톡톡히 치렀다”

    ‘경북일보’ 정치부장을 하다 사표를 내고 10월초 이명박 선대위에 합류한 김좌열씨. ‘지방언론 담당 총괄팀장’을 맡게 된 그에게 언론사 이름과 날짜 등이 빼곡히 적힌 서너 장짜리 서류가 건네졌다.



    “이명박 후보에게 들어온 각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서를 정리한 것이다. 무려 186건. 일거리가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나도 기자 해 봐서 아는데 자신의 인터뷰 요청이 뒤로 밀리면 속이 상한다. 각 언론사에 공정하게 일정 잡아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 총괄팀장은 모 지방 언론사의 ‘창간기념 이명박 후보 인터뷰’를 주선했다. 이 후보가 인터뷰 도중 “이회창 전 총재에게 고문직을 제의한 적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듣고 그는 깜짝 놀랐다.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와의 어색한 갈등 양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

    인터뷰가 끝난 뒤 부랴부랴 해당 언론사에 “그 부분만 좀 빼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는 “잘될 것”이라고 후보측에 보고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해당 신문은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이 후보 발언을 기사화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전 총재측은 “고문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중앙 언론에서도 일제히 기사를 써댔다. 그는 “진땀 났다, 신고식 톡톡히 치렀다”고 했다.

    김 총괄팀장은 매일 오전 7시30분까지 여의도 사무실에 출근해 늦은 밤 퇴근한다. 12월19일 투표일까지는 토·일요일도 반납이다. 이명박 선대위 구성원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다. 김 총괄팀장은 “예를 들면 오전 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 문국현 후보의 130억원대 재산 공개 등 선거와 관련된 이슈를 놓고 토론한다. ‘NLL 발언에 후보가 직접 대응은 하지 말자’ ‘문국현 후보가 제주도 땅 기부체납으로 130억 재산 부분을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일단 지켜보자’는 등의 전략이 세워진다”고 설명했다.

    “형제 중에 가장 ‘깡다구’ 세다”

    이명박 후보는 ‘여의도식 정치의 탈피’를 자주 역설한다. 이후 이 후보 선대위의 주요 인사들도 ‘탈(脫)여의도 개혁’의 전도사가 되고 있다. ‘탈여의도’란 “관료화, 비대화, 비효율화된 3류 정치·정당 구조를 개혁해 ‘소비자’인 국민의 만족을 높이는 투명화, 슬림화, 효율화된 ‘생산성 높은 정치’를 하자”는 취지다. 일종의 ‘일류기업 문화’를 정치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자연히 조직내부 경쟁을 통한 실적 향상 방식이 도입된다. 이런 스타일은 이 후보의 인생역정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 후보는 가난한 집안의 셋째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대건설 회장,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거쳐 유력 대통령후보에까지 올랐다. 후보 자신이 ‘승부욕’과 ‘권력 의지’로 충만한 인물인 것이다.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참모에게 “우리 형제 중에 명박이만큼 ‘깡다구’ 센 사람도 없다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의 참모들은 대체로 실무형이다. 기업, 학계, 공직, 언론계 출신의 외부 영입파와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 등 전문 정치인이 융합된 구조다. ‘표’는 ‘신동아’ 취재를 통해 이명박 후보의 참모진을 주요의사결정자 7인, 국회의원, 원외 측근, 서울시장 시절 참모, 선대위 전문가그룹, 자문그룹, 언론위원회, 선대위 (부)위원장급 영입 인사 등 8개 그룹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밖에 동지상고, 고려대, 현대건설 출신 지인들이 있다.

    직책상 국회의원들이 선대위의 요직에 임명됐지만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수직적 명령계통으로 보기는 힘들며 이 후보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실무진이나 외부 영입파도 상당하다.

    이들은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 문제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어쩌면 이는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역사 인식의 빈곤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의 참모들은 대체로 ‘동교동계’와 같은 끈끈한 ‘우리끼리 의식’도 희박하다. ‘지역색’을 드러내는 사람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캠프에선 일을 억지로 떠맡기지 않는다. 스스로 기획해 실행하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실적’을 중시하는 문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박영준 전 서울시 국장은 수년 전 이명박 후보의 외부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했다. 이 후보의 강연 내용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 후보의 인지도, 호감도가 높아지는 한 요인이 됐다. 이 후보의 신임을 얻은 박 전 국장은 한나라당 경선 때 전국 각 시도에 이명박을 지지하는 전문가 포럼을 조직을 했다. 한때 다른 후보 진영에서 지방대 교수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 후보측은 지방의 지식인 사회를 선점했다고 한다.

    캠프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외부 영입 케이스인 이 후보 선대위 모 고위관계자는 좋아하던 술도 거의 끊었다. 제 시간에 출근 못하거나 제대로 대답 못하면 점수가 깎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 이 후보가 아침회의 도중 “어, 숫자에 밝은 그 친구 어딨어?”라고 한 참모를 호출했는데 그날 마침 그 참모가 결근을 했다. 그 참모의 관리자는 안절부절못했다.

    “20년보다 길었던 20일”

    외부에서 영입된 한 선대위 간부는 “직장생활 20년 한 것보다 이 후보 캠프에 자리 잡기까지 20일 동안 더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오너(owner, 이 후보)가 내가 다니던 회사 사장에게 전화해 ‘좀 쓰겠다’고 했다. 당연히 예우 받으며 일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단 며칠 만에 ‘나’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0월1일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한민국 747이 무슨 대표공약?’ ‘한반도 대운하 한다? 토목 출신 강조하려는가’ ‘IT 공약, 노무현 정부 정책보다 부실’이라고 쓴 팩스를 보내 당내에 파문이 일었다. 한나라당 측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 사건에 대해 이명박 측근그룹과 당 조직 간 불협화음의 표출로 보는 관점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 따르면 공약 수립 등 무게 중심이 당 정책위보다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에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일류국가비전위원회의 부위원장은 경선 당시 이 후보 공약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강만수 전 차관이 맡고 있다. 이 위원회 산하에는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국제과학기업도시 등을 전담하는 특위가 설치돼 있다.

    이 후보는 사람 욕심이 많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캠프에 쟁쟁한 언론인 출신이 수십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모 언론사 현직 간부에게 초선의원을 여러 번 보내 스카우트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한 참모는 “내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상득 부의장이 상가에 와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 갔다. 몇 년 전엔 이 후보가 우리 가족을 초대하더니 내 아들을 무릎에 앉히며 다정스럽게 대해주었다. 결국 이상득 부의장이 ‘내 동생 좀 도와주게’하며 캠프 합류를 요청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MB는 기억력이 좋다. 삭제해도 복구되는 e메일과 같다. 2006년 1월1일 새해 서울시장 관사 개방 때 한 대학교수가 인사를 하자 MB는 ‘아, 그 때 타워호텔에서 한번 뵌 적 있죠?’라고 해 상대가 깜짝 놀랐다. 때로는 이런 기억력이 참모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 출범한 이 후보 선대위는 파격이라 할 수는 없지만, 과거 대선 선대위에 비해 군살을 뺀 점이 눈에 띈다.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10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 “실세 의원들 앞으로 이력서가 계속 쌓인다” “경선 때 직함 갖고 열심히 뛴 분들 중에도 선대위 못 들어온 분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후보 성향 상 국정운영에서도 슬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2급 비서관이면 적어도 국정경험이 풍부한 50대 중반이 맡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때는 386 측근이 많이 맡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인사 거품이 상당부분 꺼질 것이다.”(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

    김시관 공보담당 팀장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 그 자체만으로도 행정, 경제, 교육, 과학기술, 일자리, 투자유치, 지역개발 등 사회 각 분야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집권한다면 취임 수개월 만에 대통령 친인척, 측근의 부동산 비리 의혹이 터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참모진(내정자 포함)
    주요 의사결정자 7인 이상득(국회부의장), 이재오(부위원장, 전략홍보, 의원), 정두언(의원), 최시중(고문, 전 한국갤럽 회장), 박희태(의원), 김덕룡(한민족네트워크위원장, 의원), 이방호(선대본부장, 사무총장, 의원)
    국회의원 임태희(후보 비서실장), 안상수(원내대책위원장, 원내대표), 박형준(대변인), 나경원(대변인), 홍준표, 권철현(특보단장), 정종복(종합상황실장), 정의화(직능정책본부장), 권오을(유세지원단장), 정병국(홍보기획본부장), 주호영, 이병석(국민통합특위 총괄간사), 이윤성, 최경환(경제살리기특위 총괄간사), 김형오(일류국가비전위원장), 김학송(전략기획본부장), 고흥길(언론위원회), 윤건영, 진수희, 주성영, 박계동, 차명진 등

    -선대위 부위원장 : 정형근(부위원장, 대외협력), 이한구(부위원장, 정책), 이강두, 이상배, 이해봉, 김무성, 김학원, 전여옥, 원희룡 등
    원외 측근 이춘식(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백준(전 서울메트로 감사, 전 현대그룹), 곽승준(정책기획단장, 고려대 교수), 백용호(이화여대 교수) 등
    서울시장 시절 참모 정태근(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영준(전 서울시 정무보좌역), 강승규(전 서울시 홍보기획관), 조해진(전 서울시 정무보좌관), 박대원(전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임재현(수행비서관), 김희중(비서관), 강만수(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장석효(전 서울시 행정 부시장), 김윤경(메시지 담당 비서), 제타룡(전 도시철도공사 사장), 조광권(전 교통회관 교통연수원장), 백성운(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
    선대위 전문가 그룹 (외부 영입인사 & 한나라당 출신) 이동관(공보, 전 동아일보), 배용수(공보, 한나라당), 권택기(기획, 한나라당), 신재민(메시지, 전 조선일보), 진성호(뉴미디어, 전 조선일보), 이태규(공동기획단장, 전 윤여준 의원 보좌관), 양휘부(상임특보, 전 방송위원), 박흥신(공보부실장, 전 경향신문), 김시관(공보, 전 동아일보), 김좌열(공보, 전 경북일보), 김대식(대외협력), 구본홍(상임특보, 전 MBC), 지승림(전 삼성 구조본 부사장), 오세경(변호사), 은진수(변호사), 조봉규(변호사, 송법회), 김용환(조직, 한나라당), 경윤호(조직, 이명박 경선 캠프), 김인규(방송전략, 전 KBS), 정군기(보도분석, 전 SBS), 이성완(TV토론, 전 KBS), 곽경수(홍보기획, 전 경기영어마을), 김정수(방송연설, 시인), 송태영(공보, 한나라당), 김헌진(외신), 이몽룡(방송특보, 전 KBS), 이재성(전략, 한나라당), 구득환(정책, 한나라당) 등
    자문그룹 류우익(한반도 대운하, 서울대 교수), 추부길(경선본부 대운하추진 부본부장), 김도종(명지대 교수), 이철영(홍익대 교수, 전 LG그룹), 윤원중(전 의원), 이성희(전 당 사무부총장) 조원철(연세대 교수), 이왕재(서울대 의대 교수), 남성욱(고려대 교수), 김휴종(추계예술대 대학원장), 임채성(건국대 교수), 사공일(전 재무부 장관), 유종하(전 외무부 장관), 안병만(전 한국외대 총장), 유장희(이화여대 명예교수), 국제정책연구원(GSI),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단 등
    언론위원회 고흥길(위원장, 의원), 이영덕(자문단장), 최규철(부위원장, 전 동아일보), 김효재(상임특보, 전 조선일보), 이성준(상임특보, 전 한국일보), 김종완(상임특보, 전 동아일보), 특보 : 임연철(전 동아일보), 함영준(전 조선일보), 황재홍(전 동아일보), 서옥식(전 연합뉴스), 김영만(전 서울신문), 임은순(전 경향신문), 김해진(전 경향신문), 김경희(전 일간스포츠), 조명구(전 한국일보), 이상현(전 한겨레), 기세민(전 남도일보), 정용욱(한섬기획 대표) 등
    선대위 (부)위원장급 외부 영입인사 공동선대위원장 : 유종하(전 외무부 장관), 박찬모(전 포항공대 총장), 배은희(리젠 대표이사), 김성이(이화여대 교수). 박범훈(문화예술정책위원장, 중앙대 총장). 경제살리기 부위원장 : 윤진식(전 산자부 장관), 황영기(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윤구(국민통합특별위원장,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태현(양성평등본부장, 전 한국여성학회 회장)


    ‘보스형 대통령 통치’ 우려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히 이 후보 선대위에서도 ‘실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대위 인선 발표를 사흘 앞둔 10월7일 오전 7시30분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인 7인(이상득 부의장, 최시중 고문, 이재오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박희태 의원, 김덕룡 고문, 임태희 비서실장)과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인사와 정책 등 주요 현안은 이 후보와 이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원외 인사’인 최시중(72) 고문이 눈에 띈다. 그는 선대위 공보조직을 정비하는 등 캠프 내에서 숨은 실력자로 통한다. 다음은 선대위 한 간부가 설명하는 최 고문의 프로필이다.

    “최시중 고문은 동아일보 부국장을 거쳐 한국갤럽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3억 연봉도 마다하고 이 후보 돕기에 나선 것으로 안다. 사적으로 최 고문에게 이 후보는 대학 동기(이상득 부의장)의 동생이 된다. 급할 때 후보에게 ‘명박아, 그게 아니고…’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측근이다. 사석에서 최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 만든 뒤 1년간 세계일주나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심이 없다. 그를 따르는 몇몇 캠프 관계자가 ‘휴대전화는 꼭 로밍 해서 가시라’고 말하긴 하지만.”

    이 후보의 참모들 중 일부는 저녁 자리에서 가끔 ‘위하Lee!’라고 건배하기도 한다. 경력이나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이 후보 참모들에 있어 이 후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 후보의 ‘CEO형 리더십’은 ‘정쟁(政爭)의 정치’에서 탈피해 정치의 본질적 기능인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기업인 출신 이 후보가 도덕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런 기대 때문이다.

    “지금은 기업인의 글로벌 감각이 가장 깨어 있다. ‘가장 세계화된 세력이 당대를 리드한다’는 법칙은 그리 틀린 적이 없다.”(‘신동아’ 2006년 5월호 ‘CEO형 정치인’ 기사)

    그러나 ‘CEO형 리더십’이 비대해질 경우 ‘보스형 대통령 통치’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비서진이 직언을 못 하는 등 대통령 견제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까지 이 후보의 참모 라인에서는 ‘헌신’은 보이지만 그들만의 ‘개성’이 대외적으로 국민에게 표출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유시민 전 장관, 안희정 전 특보, 김두관 전 장관 등 참모의 개성이 너무 튀어서 탈인 노무현 대통령측과 대조된다.

    상상 그 이상의 네거티브?

    대선을 2개월 앞둔 이명박 선대위의 최대 관심사는 범여권에서 제기할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이명박 선대위 한 팀장은 “범여권이 MB를 이길 방법은 이제 네거티브뿐이다.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고차원적이고 입체적이며 감성지수가 극대화된 진일보한 네거티브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번의 꿈 얘기를 했다. 한나라당 경선 투표 전날 박근혜 후보가 꿈에 나타나 ‘여론조사는요?’ 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깼는데, 다음날 박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져 낙마했다고. 신정아씨가 미국에서 돌아와 뉴스를 도배하던 무렵 이 관계자는 에리카 김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공항이 아수라장이 되는 꿈을 꿨다고 한다. MB 참모들에게 네거티브는 꿈에서도 못 잊는 두려운 존재다. 이들에게는 ‘도곡동 땅’ 검찰 발표로 하마터면 MB가 경선에서 질 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대위 참모들은 투표일까지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측은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실현됐다. 11월 중순 이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네거티브 캠페인이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존의 선거 이론도 단지 이론일 뿐이다.”

    선대위 전략파트에서는 국회 상임위 중 ‘이명박 국감’과 직결된 정무, 법사, 재경, 건교위의 의원수를 다시 조정해 한나라당 의원이 이들 상임위에서 최소한 수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왔으나 현실적으로 의원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대세론은 네거티브에 이어 두 번째로 무서운 적이다. 이명박 선대위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영남지역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나라당 의원 선거구의 이명박 후보 득표율을 내년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영남권과 다른 지역은 기준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이른바 ‘등급제’ 아이디어도 나왔다. 의원들에게 끊임없이 긴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섀도 캐비닛’ 함구 불문율

    이명박 선대위 관계자들에게는 불문율이 하나 생겨났다.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야당에서 정권을 잡는 경우를 예상해 각료 후보를 상정한 ‘그림자 내각’) 문제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여기엔 한나라당 만의 아픈 기억이 서려 있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을 때 모 시사주간지가 ‘이회창 후보의 섀도 캐비닛’을 가상한 기사를 내보냈다. 다수의 한나라당 중진 의원이 해당 상임위와 관련된 부처의 장관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회창 후보 선대위 회의에서도 이 기사는 화제가 됐다. 한번 웃고 넘어가면 되는 기사인데, 섀도 캐비닛에 포함되지 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얼마 후 이 후보측에선 “집권하면 현역 의원 가운데에선 장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는 이회창 후보 대선운동을 해야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욕을 오히려 꺾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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