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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namsung@korea.ac.kr

‘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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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린성 3개 기업, 무산철광 50년 개발권 확보
  • 훈춘무역공사, 라진항 3, 4부두 50년간 조차
  • 평양 주요백화점 임대·경영권, 중국 기업으로
  • 중국 자본이 북한 땅을 파고든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따라 각 성(省) 기업들이 북한 내 주요 지하자원 광산개발권을 따내고, 항구와 철도 등 주요 인프라를 공동 건설하거나 수십년 조차(租借)하는 식으로 독점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평양을 가득 메운 중국 소비재는 북한 소비층의 구매행태를 장악한 지 오래. ‘동북공정의 경제버전’으로 추진되는 이 같은 추세는 한반도 통일과정과 그후의 갈등을 배태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북한에 있었다. 10월26일 평양에 들어간 필자 일행은 이튿날 평양 옥류관에서 저녁을 먹은 후 밤 8시가 지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140km 떨어진 묘향산 향산호텔로 이동했다. 거리에는 ‘불멸의 조중친선’과 ‘환영 호금도 동지’라는 글귀가 씌인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묘향산 길을 밤에 이동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초 일정과 달리 향산호텔에서 이틀을 묵은 후 귀국길에도 평양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직접 순안공항으로 가야 했다. 우리의 청와대 경호실에 해당하는 북측 호위총국에서 후 주석의 평양 체류기간 중 남측 인사들이 평양에 숙박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고 한다. ‘평양시내 밖 숙박’이라는 원칙은 북측이 극진히 예우하며 초청한 진보 성향의 통일원로 그룹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이들도 향산호텔에서 사흘 밤을 보내야 했다.

이번 방북기간에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앞둔 지난 10월9일 중국 우이(吳儀)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완공된 대안친선유리공장의 기술자들이었다. 대안친선유리공장을 건설한 야오화유리집단공사 소속 중국 기술자들은 2억6000만위안(약 340억원)이 투입된 첨단유리공장의 운영방법을 북측 기술자들에게 6개월째 전수하고 있었다. 후 주석도 평양 방문기간 중 유리공장의 컴퓨터 통제실을 찾아 기술전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대동강 주변에 풍부하게 매장된 규사를 사용해 하루 300t의 유리를 생산하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은 북한과 중국의 우의와 협력을 상징하는 금자탑으로 칭송되고 있다. 현대화된 설비를 갖춘 대안친선유리공장은 부지가 29만3000㎡, 연 건축면적이 15만7500㎡에 달하지만 불과 15개월 만에 완성되어 ‘속도전’을 자랑하는 북한 당국을 놀라게 했다. H빔을 사용하여 조립식으로 최단기에 완공된 공장 건설과정은 공사기간 내내 조선중앙TV 저녁 종합뉴스에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북한 전역을 달구고 있는 중국 자본의 진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의 붐만 해도 2004년 봄을 기점으로 본격화한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004년 4월2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경제·무역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북한측과 다양한 형태의 호혜협력을 행할 것을 적극 장려한다”고 천명한 일이었다. 신의주 특구의 양빈 장관이 구속되고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이 지연되는 등 북·중간 이상설이 확산되던 당시 상황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 기업 대북진출 장려는 극히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철, 무연탄, 동, 금, 아연, 목재까지

중국 정부의 보증문서가 나오자 민관 차원의 대북진출이 본격화됐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베이징자오화유롄(北京朝華友聯)문화교류공사’를 설립해 정부 차원에서 대북진출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민간상업 촉진 및 투자업무 자문회사인 이 회사는, 민관영을 통틀어 북한이 유일하게 자문권한을 인정한 기업이다. 자오화유롄공사는 형식상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를 대행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중국 기업들의 대북투자는 중국 중앙정부와의 교감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영민 부위원장은 2005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린 투자사업설명회에서 “2004년말 현재 북한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300개이며, 그중 40%인 120개가 중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오화유롄공사의 톈하루이 기획부 경리에 따르면 2005년 6월말 현재 이 회사를 통해 북한측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항목이 300개가 넘는다.

이렇듯 날이 갈수록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중국 자본의 대북진출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구한말 서구열강이 조선을 침략할 때 경쟁적으로 얻어낸 지하자원 및 목재 채굴권이다. 둘째로는 에너지, 항만 및 물류 등 사회간접자본의 투자 및 조차권(租借權)이 있고, 셋째로 의류·신발·식품 및 가전제품 등 소비재상품을 직접 수출하는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지하자원 채굴이다. 빠른 성장으로 각종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중국 경제는 북한의 지하자원 확보에 깊숙이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터 중국의 동북부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건설경기가 활발해지자 각종 건설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고, 이 때문에 중국은 각 성(省) 차원에서 북한 지하자원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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