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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봉’의 마술은 ‘피의 장난’

  •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진압봉’의 마술은 ‘피의 장난’

‘진압봉’의 마술은 ‘피의 장난’
꽃씨 받아 싹 틔워 종(種)의 이음줄에 생명을 매다는 신성한 경작지. 곧추선 방망이가 넋을 잃고 실성한 채 발 구르며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마법의 화훼 단지. 그 신비한 화원(花園). 한데 뒤엉켜 뜀박질, 절구질, 맷돌질로 자지러지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천혜의 유원지. 찾을 때마다 온몸으로 감싸 포옹해주는 아늑한 보금자리. 그곳이 바로 남성의 다섯 번째 다리, ‘제5지(肢)’의 본향이다.

원래 제5지는 과묵한 무골호지(無骨好脂). 하지만 말릴 수 없는 우직한 고집이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서서 보채는 전성기의 경거망동, 그런가하면 까닭 없는 파업과 태업으로 사내들을 당황케 하는 지독한 심술. 죽는 순간까지 한사코 건너야 하는 운명의 다리. 놀라운 순발력과 끈질긴 지구력으로 벌이는 한판 정념의 춤사위. 그 난장(亂場)의 춤으로 남녀 사이에 인연의 끈을 다져주는 교감의 다리.

그러나 세월의 유속에 떼밀려 닳고 휘청거리면서 수명의 한계에 도달, 드디어 붕괴하는 참사를 맞기도 한다. 교량으로써의 용도가 폐기된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 그때부터 이른바 지체 부자유자, 실향민의 대열에 들어선다. 실향의 방황과 번민. 제5지의 변고는 존재의 이유를 자문해야 하는 근원의 문제다.

발기와 이완이라는 변신의 곡예사, 제5지. 그 마술의 정체를 밝혀보자. 피스톤 댄싱의 기린아, 제5지는 2개의 발기 기둥(음경 해면체)으로 이뤄진 특수 혈관이다. 혈관 확보가 어려운 응급 상황에서 혈관으로 대용해도 무방할 만큼 훌륭한 혈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장 혈관 질환이 발기 부전증을 동반하는 까닭도 발기 기둥의 혈관 구조 때문이다. 이는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 질환, 당뇨병을 앓고 있는 남자들이 실향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혈압이 정상 범위(120/80mmHg)에 있는 남성은 발기 기둥 내 혈압이 90mmHg 이상만 되면 굿 섹스에 부족함이 없다. 90mmHg의 압력은 450∼550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수직 강직도에 해당하며, 여성의 입술 새로 무분별한 파열음이 새어 나올 때까지 멸사봉공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다.

여성의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위용은 출중한 인화성(引火性)과 끈질긴 지구력이 핵심이며, 이는 발기 기둥의 작동체계(operating system)에서 비롯된다. 발기 기둥은 제반 발기 시설물을 내장하며, 이 시설물은 완전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제어된다. 따라서 작동체계의 제로 디펙트(zero defect)가 정상 발기에 필연적 요건이 된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의 성능에 결함이 없고 모든 악기가 정확한 음정과 음률을 발휘해야 아름다운 관현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발기에 관여하는 내분비계, 혈관계, 신경계가 모두 제대로 작동해야 경이로운 발기의 매직이 가능하다. 자웅지란(雌雄之亂)을 진압할 수 있는 ‘진압봉’의 마술은 피의 장난, 즉 혈류 역학적 현상이다.

평소의 순진한 모습, 이완기(Flaccid phase). 이때는 겨우 연명할 정도의 혈류로 최소한의 영양 공급만을 취하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 시기의 발기 동맥은 직경 0.5mm. 초속 15cm 정도의 혈류 유입속도를 보인다.

그러나 성적 자극을 받으면 몸을 털고 일어나 나들이 채비를 시작한다. 발기의 본산, 발기 기둥으로 들어가는 혈류가 부산해지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잠재기(Latent phase)라고 하며 발기 기둥 내 압력이 서서히 상승, 몸체의 길이가 늘어난다. 발기 동맥의 직경이 2배 정도(1mm) 커지고 최고 혈류 유입 속도가 초속 30cm를 상회한다. 발기 기둥 내 압력이 올라가면 그 압력 때문에 혈류 유입이 방해받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발기 기둥 내 혈압이 점차 높아져 자신의 최대 용적까지 팽창한다. 이 시기가 팽창기(Tumescent phase)다. 팽창기를 지나면 유입 혈류량과 유출 혈류량이 동일해지는 시점에 이르러 발기 기둥 내 혈압은 수축기 혈압의 85% 정도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때 피스톤 댄싱이 가해지면 음부 신경이 자극받아 발기 기둥 주변에 있는 골격 근육이 수축하면서 발기 기둥 내 승압(昇壓)을 더욱 부추긴다. 이때가 바로 차돌 같은 환상적 위용을 보이는 시점이다.

이와 같은 초고압 상태의 발기 기둥은 혈류 출입이 정지되어 정적(靜的) 상태의 죽은 공간(Dead space)을 형성한다. 이를 강직성 발기라고 하며 근육의 피로가 심해 수분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사정 직후에는 신경의 전기 자극이 중단되어 발기 기둥 내압이 일시적으로 약 5mmHg 증가하는데 이는 발기 기둥 내부 혈액을 쥐어짜 내보내기 위해 발기 기둥 내 발기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발기 동맥 혈류가 감소하면서 이완기 수준으로 떨어지고 완전히 이완될 때까지 제5지의 몸통은 부피를 줄이면서 짧아진다. 이것이 발기와 이완의 한판 매직이다. 보잘것없는 오지(奧地)의 작은 부품 하나. 그것의 변신이야말로 신기가 아닐 수 없다.

신동아 2006년 5월 호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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