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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류층 사교모임

해외 갤러리서 정기 만남, 와인과 재즈가 ‘교양 척도’

  •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esuishs@kisdi.re.kr

대한민국 상류층 사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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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미술 지식, 경제력 달리면 ‘탈퇴 압박’ 전화
  • 고학력 전문직보다 운영·관리직이 모임 핵심
  • 명문대 학연, 해외 유학, 경제력이 연결망 구성요건
  • ‘런던 시즌 모임’ ‘런던 소사이어티’가 롤 모델
  • 타 대학과 연계활동 지수 월등하게 높은 이화여대
대한민국 상류층 사교모임

19세기 유럽 상류사회의 모습을 주로 그린 이탈리아 화가 프레데릭 솔라크로이의 ‘티 파티’. 그림 위쪽 사진은 서울 강남 전경.

상류사회란 무엇인가. 한국에 상류사회는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지위를 이어가는가. 우리 가운데 상류사회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살아가면서 상류사회의 사람들을 만나보기나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상류사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저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 2세의 집과 자동차, 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등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지 실제의 모습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생활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과 다른 계층집단을 분리하는지, 드라마 속의 신데렐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아볼 길이 없다.

이렇듯 접근하기 어려운 상류사회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재벌을 중심으로 한 상류사회,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상류사회, 공식적 사회활동을 잘 하지 않으면서도 부와 지위를 누리는 상류사회가 존재한다. 이들 상류사회는 규모는 작지만 한 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 등 주요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지배력을 행사한다. 한 사회가 작동하는 데 핵심적 기능을 갖는 집단이기에 상류사회는 당연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상류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상류사회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류사회는 폐쇄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득도, 공유정보도 비밀

필자는 2002년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팀과 함께 한국사회의 상류사회를 조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필자 주위에 상류층이, 아니 상류층에 근접한 사람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무언가 상류사회와 끈이 닿아 있어야 조사를 진행할 터인데, 그러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설령 간신히 찾아냈더라도 대상자를 접촉하는 과정에 조사 의도가 무엇이냐를 설명하다가 인터뷰 자체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필자는 20개 정도의 인터뷰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조사를 시작한 지 거의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조사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들이 사는 곳을 직접 찾아가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상류사회 사람들이 드나든다는 레스토랑이나 클럽으로 달려가 무작정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뷰 초반에는 질문에 답을 곧잘 해주다가도, 막상 자신과 관련된 예민한 부분에 대한 질문, 예를 들어 소득이나 모임 안에서 주고받는 정보의 종류 등에 관한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자신의 신상을 절대 밝히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필자는 이들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정리하면서 가명 혹은 이니셜을 사용해야 했다.

인터뷰는 주로 상류사회의 성원들이 다른 상류사회 성원들과 관계를 맺는 사교모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교모임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한국 상류사회가 움직이는 주된 방향을 포착하기 위함이었다. 조사한 인터뷰 샘플 중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단, 여기서 제시하는 사교모임의 이름은 필자가 임의로 사용한 것이며, 실제로 대부분의 사교모임은 이름이 없다).

먼저 대기업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기업정보를 공유하는 ‘대기업 OB 모임’이 있고, 명문대 치의대 출신 중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치과의사 와인동호회’, 서울 K고 시절 고액과외를 함께 받고 같은 명문대에 진학한 남성들이 서울 명문 S여고와 E여대를 졸업한 여성들과 조인트한 일명 ‘KS’회, 아버지의 재산 덕택에 유복한 생활을 누리며 밤에는 남산 등지에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단체 드라이브를 즐기는 고교동창생 모임 ‘드라이버 클럽’ 등이 있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세 개의 사교모임이 있다. 대학교수, 큐레이터, 전문직 종사자 등 고전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정기적으로 갤러리에서 만나는 ‘고전미술동호회’, 여성 전문직(유명 기업 실장급), 여성 CEO 등이 모여 재즈와 와인을 즐기는 ‘여성재즈와인동호회’, 그리고 강남·서초 지역에서 의사나 변호사로 근무하는 서울 S고 동창생들의 모임인 ‘서울 S고 내 강남·서초 근무자 모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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