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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의 철학

쇠똥구리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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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농촌에서 커다란 통을 땅속에 묻고 그 속에 분뇨를 담아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농민들은 이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취사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지혜가 요즘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깊은 땅속 석탄층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가스를 시추공으로 채광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다. 탄층 메탄가스 개발은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실용화되어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매장량의 100배가 넘는 10조t 정도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생산기술이 확보된다면 당분간은 에너지 걱정을 덜어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에너지원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과학기술의 개가로 로마클럽의 충격적인 보고에 대한 걱정을 덜어낼 수 있겠지만, 여기에도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자원은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풍족한 에너지원이라도 시간이 가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활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매일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산업폐기물이 ‘도시 광물(Urban Minerals)’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만약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에서 보듯 수백만 마리 동물의 배설물이 쇠똥구리의 재활용 없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 상상을 우리 사회에서도 할 수 있다. 매일 도로를 질주하며 도시 외곽으로 실려나가는 덤프 트럭 안의 각종 폐기물을 언제까지 방치하면서 살아야 할까? 최근 들어 각종 전자제품에 포함된 납 등 중금속을 분리하여 회수하는 기술이 도입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회수율이 높지 못하다니 안타깝다.



얼마 전 ‘자원 재활용 국제 공동연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그들에겐 복도의 전기와 화장실의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런데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습관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도, 혹은 어둡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세기가 ‘자원의 지배’에 혈안이 된 세기였다면, 금세기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자원을 탐사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세기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 발전을 이루는 한편 유한한 자원과 환경을 유지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자원 소비행태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인류의 문명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는 더 미룰 수 없는 고민이다.



신동아 200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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