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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17대 국회의원 밀착 관찰기

배지 안 달기, 동아리방 같은 의원실, 홈페이지 가꾸기, 너도나도 대권 프로젝트

  • 글: 장덕수 이지폴뉴스 기자 edsalt83@easypol.com

‘튀어야 산다’ 17대 국회의원 밀착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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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17대 국회의원 밀착 관찰기

17대 국회에선 한글 명패를 사용하는 의원들이 크게 늘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만의 협상에 의해 일방적으로 국회의장 등 원 구성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신상발언을 하는 도중 다른 당 의원석에서 “잘했어”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강 의원은 이에 발끈해 의원석을 향해 “개인이 아니라 국민대표로서 지적한 건데 누가 잘했어라고 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에 재선 이상 의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말 잘했다고 해주는 것”이라며 “처음이라 알 리가 있나,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혀를 찼다.

쉬는 시간엔 의원 10여명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다가 국회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몇몇 여성 의원은 물이 담긴 종이컵이나 노트북을 회의장에 갖고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국회 직원들과 가벼운 실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명패도 한글이름 명패로 대부분 바꿨다. 전체 의원 중 80% 정도가 한글이름을 선택했다. 지난 16대(42.1%)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명패뿐만 아니라 국회 모든 자료에서도 의원 이름이 한글로 쓰여지게 돼 국회 공식기록물도 점차 한글전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람함의 극치, ‘의원회관’

17대 국회의 파격은 정책연구와 민원인 면담 등 의정활동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의원회관’에서도 계속됐다. 제2의 집 같은 곳이기에 의원회관에서 17대 국회의원들의 ‘자유 발랄함’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생전 처음 국회에 들어오는 보좌관과 비서관들까지 합세해 대학 기숙사와 비슷한 분위기다. 16대까지의 귄위와 격식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의원회관을 담당하는 최모 경위는 “우리야 골치 아프죠. 누가 의원인지, 보좌관인지, 비서관인지 알 수가 없어요. 비슷비슷해요. 배지도 안 달고”라며 “옷차림을 보면 직원 같은데 의원인 사람도 있고, 압구정이나 뭐 이런 데서 노는 애들 같아 도저히 비서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아요”라고 말했다.

책상 배치 등 의원실 구조도 16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7대 의원실은 철저하게 탈권위적 오피스형으로 탈바꿈했다.

재선인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의원실을 보좌관 등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내줬다. 초선인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총 9명이 일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의원실의 구분을 없애버렸다. 서로 ‘형’ ‘선배’로 부르는 경우도 많아 대학 동아리방이 따로 없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의원실을 손님 접대실로 사용하고 있다. 보좌진 경력 13년째인 L씨는 “의원실마저 의원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며 “의원의 정치적 역할은 간과된 채 기능주의에 함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사무실 공간이 좁은 것은 어쩔 수 없다치고 인프라라도 제대로 깔려 있어야 하는데 아주 형편없다”고 의원실을 혹평했다. 인터넷망이 들어와 있지만 이용자가 많아 속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무선 랜’이 되지 않는다는 불평이었다.

의원들은 방 배정에 상당히 신경썼다. 각 의원 사무실은 모두 25평(의원실 11.6평, 보좌진실 11.1평)으로 내부구조가 같다. 한번 정해놓으면 4년간 바꿀 수 없어 소위 명당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사무처는 과열경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당선자 ‘나이순’으로 방을 배정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들어간 221호는 김종필 16대 의원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방인데 장 의원이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배정된 것이다. 민주당 김상현 전 의원이 쓰던 721호실은 한때 총리설까지 나돌던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쓰던 423호는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이 차지했다.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의 방은 무소속 최인기 의원이, 홍사덕 전 한나라당 총무 방은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이 접수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방엔 열린우리당 신기남 당의장이 들어왔다.

재선급 의원 대다수가 국회 본관이 보이는 앞쪽으로 방을 옮긴데 반해 홍준표 의원은 방(707호)을 옮기지 않았다. 방은 맨 구석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지만 그곳에서 두 번이나 힘든 선거를 이겨냈기 때문에 굳이 옮기려 하지 않은 것이다.

‘정책 우선’ 바람은 보좌관과 비서관을 뽑을 때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의 보좌관을 둘 수 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7-9급인 비서 3명이다. 이중 보좌관은 의원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조언을 해주고 총재 등 지도부, 중앙당과의 관계를 원활히 해 줄 수 있는 정무형을 선발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7대에선 정책전문가가 각광받고 있다. 정책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더 뽑기 위해 7급이나 9급 운전기사, 여비서직을 아예 없애는 추세. 이 때문에 의원 자신이 직접 운전하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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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덕수 이지폴뉴스 기자 edsalt83@easyp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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