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대한 꿈’을 꺾은 것은 다름아닌 골프. 막 유행하기 시작한 골프가 섹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며 매춘산업계에 일대 불황을 몰고 왔고, 명문 케임브리지의 ‘창녀과’도 끝내 폐강됐다는 이야기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는 골프의 매력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고사다.
골프는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혹시 ‘뜻대로 되는 듯하면서도 뜻대로 안 되는’ 특징 때문은 아닐까. 필드에서 보내는 시간과 연습량만큼 실력이 느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스코어가 곤두박질치기 일쑤인 게 골프다.
이는 아마추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PGA시합에서 첫 라운드 선수를 차지한 선수가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물다. 첫날 선두에 선 선수는 다음날 별다른 이유 없이 순위가 뚝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밤 사이에 기술을 잊을 리도 없고 몸 컨디션이 돌연 나빠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바이오리듬이나 심리학 같은 서구식 과학이론은 이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동양의 ‘기(氣)’이론으로 해석하면 쉽게 풀린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입시의 경우 자기 실력대로 시험을 치지 못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쉽게 말해 ‘기가 죽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배짱이 약하면 압박을 받을 때 몸의 순환시스템이 상기(上氣)되어 하체에는 혈액공급이 줄고 머릿속으로 혈액이 몰려 뇌가 더워진다. 이럴 때 두뇌의 총기(聰氣)가 사라지면서 지식의 분석과 분류가 지연되고 혼동을 일으킨다. 골퍼에게 일어나는 일도 이와 거의 흡사하다.
골프의 모든 동작과 규칙은 기 수련의 이치와 상당히 유사하다. 골프가 건강에 좋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우선 태권도의 기마자세와 비슷한 골프의 어드레스(address)는 아랫배(단전)에 기를 모으기에 적합하다. 동양의학에서는 단전이 체온과 정신력을 유지하는 기의 보관창고라고 설명한다. 그립(grip)을 가볍게 잡아야지 힘주어 잡으면 안 되는 이유 또한 기의 원리로 풀면 간단하다. 수백 개의 요혈(要穴)이 몰려 있는 손바닥을 꽉 쥐면 기가 운행하지 않아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이렇게 따라가보면, 백스윙은 어드레스에서 생긴 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동작이 된다. 힘을 뺀 상태로 서서히 백스윙을 해야 하는 것도 기를 흩지 않기 위함이다. 반대로 다운스윙은 기가 모여 쌓인 에너지를 집중해 볼을 쳐내는 순간이다.
골프의 이치를 기 이론으로 풀면 이렇듯 간명해지는 것을 발견한 필자는 몇 해 전부터 ‘기 골프’ 전도사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얻은 교훈 하나.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유대인의 지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상술이 ‘78 대 22의 법칙’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가르친다. 100%가 아니라 78%의 이윤을 목표로 삼고, 22%는 놔주어야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가 질소 78%, 산소 및 기타 원소 22%로 구성되어 있다는 우주법칙과 일맥상통한다. 사람의 신체도 수분 78%, 기타 물질 22%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이 법칙이 깨지면 생명부지가 어렵다.
흔히 골프 교범에서는 “기술 10%, 자신감 90%”라고 가르친다. 배짱과 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골퍼는 기를 써서 라운딩을 하는 대신 ‘용을 써서’ 공을 친다. 잘 쳐야겠다는 집념과 욕심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80%의 힘으로 스윙하라”는 가르침이나 “힘빼기 3년”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골퍼가 100%에 욕심을 부리면 20%는 용을 쓰게 된다는 것이요, 그런 욕심을 버리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80%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 골프’로 필드를 제압하는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