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호

인기영합 복지정책은 성장 둔화, 소득불균형 부른다

성장 통한 분배만이 살 길

  • 글: 안재욱 경희대 교수· 경제학 jwan@khu.ac.kr

    입력2004-07-01 11: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시장경제에서 부익부는 일어날 수 있지만 빈익빈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한 국가일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절대빈곤층이 적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反)시장적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인기영합 복지정책은 성장 둔화, 소득불균형 부른다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라도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경제 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소득균형이 달성되고 실업률은 떨어진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 산하에 사회정책수석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해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성장과 분배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초기의 ‘선분배 후성장’ 주장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의 설명을 보면 ‘가진 자만을 위한 경제정책은 결코 없을 것’이며, 경기는 진작시키되 창출된 부가 사회 전반에 골고루 퍼져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분배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를 통한 성장은 허구다. 성장과 분배는 분명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지만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때뿐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분배를 강조할 경우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달성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다. 또 분배를 강조할 경우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는 역설적인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만 맡겨놓을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빈부격차로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복지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소득분배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부익부 빈익빈’ 체제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부유해질 수 있는 체제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 부익부는 일어날 수 있지만 빈익빈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해온 국가일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절대빈곤층이 적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의 저소득층 평균소득이 분배를 강조하는 복지지향국가의 저소득층 평균소득보다 높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경제학자 노턴의 실증분석(2002)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다. 그는 1970~90년까지 20년 동안 78개국의 사례를 이용하여 경제성장과 빈곤의 관계에 대한 계량분석을 시도했다. 연구 결과 경제성장은 부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소득과 삶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제는 일련의 경쟁과정을 통해 이뤄지게 마련이다. 경쟁이란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것을 발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탐색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소득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결과의 불평등’은 어떤 경쟁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이다. 올림픽에서의 메달이나 노벨상, 학교성적 등이 모두 이런 ‘결과의 불평등’이 낳은 사례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었다면 어느 누구도 그 결과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시장경제에서만은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 비난이 집중된다. 이는 소득의 불평등을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층 탈출 가능하다

    분배정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소득불평등도’라는 통계치를 그 증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치를 해석할 때에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계치는 개괄적인 것으로서 그 안에 생략되고 무시되어 있는 사실들이 대단히 많다. 설령 통계치가 일정 기간 동안 소득불평등도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할지라도 그것만 가지고서 가난한 사람이 더욱 가난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1975~91년 사이 미국인의 소득분배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1975년의 저소득층 20% 중 단지 5%만이 저소득층으로 남아 있고 나머지 95%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1991년에도 여전히 20%의 저소득층이 존재했지만 이들은 과거 부유층 출신이었다가 빈민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거나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새로운 빈곤층이었다. 또한 1991년 저소득층의 절대적 소득수준은 1975년 당시 저소득층의 소득수준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분배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저축 및 투자행태 때문이다. 분배론자들은 부유한 사람들이 소득 중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해버림으로써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외부성과 규모의 경제를 간과한 것이다.

    물론 부자들은 저축하고 투자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소득은 더욱 늘어나며 그로 인해 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함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또 그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경제적 편익을 향유하게 해준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자가용 승용차는 소수의 부자들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었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할 정도로 육류 소비량이 늘어났다.

    가난한 사람은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경험적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가난한 사람이 쌀이나 소득을 조금씩 저축한 뒤 그것을 밑천 삼아 부자가 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미래의 소비를 위해 고무나무와 코코아나무를 심어 빈곤에서 탈출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돈은 경제적 성과의 결과이지 전제조건이 아니다. ‘빈곤의 악순환’ 논리가 옳다면 우리는 아직도 석기시대에 살고 있어야 한다.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많은 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중요한 것은 태도의 변화, 즉 의지이고, 그 사람들이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다. 그것은 바로 시장경제시스템이다.

    시장에서 가격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경제성장이 이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격의 기능에는 크게 신호기능, 유인제공기능, 그리고 소득분배기능이 있다. 신호기능이란 수요와 공급이 변화할 때 무엇이 소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생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말한다. 유인제공기능은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생산이나 소비를 변경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소득분배기능이란 재화나 생산요소의 가격변동에 따라 각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러한 3가지 기능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그러나 ‘분배를 통한 성장’의 논리는 가격의 소득분배기능과 앞의 두 기능인 신호 및 유인제공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의 소득분배기능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므로 이 기능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나서서 소득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신호기능과 유인제공기능만 가격이 담당하도록 하면 공평한 소득분배를 이룩함과 동시에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은 그렇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즉 가격의 소득분배기능을 정부가 대신하게 되면 신호기능과 유인제공기능도 함께 작동하지 않게 된다. 분배정책이 강화되어 자신이 노력한 결과의 일부나 대부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는 없어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발생한다 해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그 변화에 대해 별로 반응하지 않아 가격의 정보전달기능도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가격제도가 잘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경제성장에 중요한 생산과 교환활동이 감소한다. 결국 성장은 고사하고 먹고살기도 힘들어진다. 이것은 분배를 강화했던 북유럽과 남미국가에서 모두 경험한 사실이다. 구소련, 동유럽 국가, 북한은 물론 1970년대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의 실패 기억해야

    아르헨티나는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페론 정부가 사회주의제도를 도입하고, 1990년대 메넴 정부가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하면서 3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독일은 현재 미증유의 실업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그것은 사회민주당이 분배우선정책 등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채택한 결과이다.

    경제성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자유가 극대화돼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청와대가 사회정책수석을 신설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운영하면 필연적으로 정부간섭의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제한함으로써 부를 파괴한다.

    생산적인 경제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유포된 정보의 사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가 간섭하면 그러한 정보가 제한되고 왜곡된다. 정부가 개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장 선택을 대체할 때 경제적 결정은 정보의 진공상태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과 성장은 분배의 방식이 어떤 것이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분배를 통한 성장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복지정책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더라도 생산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착각일 뿐이다. 분명 분배를 통한 성장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가난으로 인도할 뿐이다.

    분배를 강조하여 복지정책을 강화하면 오히려 소득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그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복지정책을 강화할 경우 정부의 간섭이 증가하고 가격기구가 왜곡되어 경제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실업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실업이 늘어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전문직과 숙련노동자들이 아닌 비숙련노동자들이다. 그들이 먼저 직장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득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된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현상이다. 1998년 중산층의 비율이 3%포인트 하락한 반면 빈곤층은 2%포인트 정도 늘고 상류층 역시 1%포인트 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그 후에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통 소득불평등도는 지니(Gini)계수로 측정된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5년 주기 ‘가구소비실태조사’를 이용해 측정한 지니계수는 1995년 0.332에서 2000년 0.389로 증가하였다.

    경제적 자유가 소득 불균형 해소

    결국 소득불균형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수많은 실증연구가 경제의 자유도, 경제성장, 그리고 소득균형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자유가 증가할수록 소득균형이 높았으며,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균형이 높다는 말이다. 또 경제적 자유가 높은 국가일수록 실업률이 낮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어느 사회건 가난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는 누구에게나 그러한 기회가 주어진다.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부유해질 수 있다.

    어떤 체제하에서든 재능과 꿈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여 잘사는 경향이 있다. 자유시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조용필이 노래로, 안철수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으로, 빌 게이츠가 컴퓨터 운영체제(OS)로 그렇게 했다. 시장경제에서 재능과 꿈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주의, 집단주의, 연고주의가 횡행하고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한 반(反)시장경제체제에서 출세하고 부를 축적하는 길은 권력자와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을 강제로 내 뜻대로 끌고 가는 것이다. 반(反)시장경제체제에서는 통제하는 사람이나 그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 등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부를 축적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자원과 부의 배분이 능력과 노력에 따르기보다는 혈연, 학연, 지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정부의 간섭이 증가하면 자연히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고 자유스러운 시장경제체제 보다도 빈부격차가 커지게 마련이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통합 운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존 복지정책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것이다. 복지제도의 문제점은 일단 만들어지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복지 프로그램이 정치적 계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복지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존립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복지 프로그램은 흔히 인기영합적인 형태를 띠게 되고 꾸준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복지제도를 부자의 희생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제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복지제도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희생시켜 중류나 중상류층에 혜택을 주는 제도다.

    복지제도의 대표적인 것이 사회보장제도다.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세금이 역진세(逆進稅)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전문직 고소득층이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금액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신고한 소득금액이 적다는 사실이 이 점을 증명하고 있다. 소득이 훨씬 적은 근로자가 더 많은 사회보장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난한 가정의 청년들은 일찍부터 세금을 내지만 상류층 출신의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뿐인가. 보통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오래 산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더 오랫동안 세금을 내면서도 사회보장 혜택은 덜 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복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상실시켜 의존적 인간을 만든다는 데 있다. 복지제도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걷어들여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려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소득재분배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임금 대신 복지연금에 의존해 살아가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근로의욕을 상실한 극빈계층을 재생산한다.

    그렇다고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전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복지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가난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산재되어 있다. 이제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 산재해 있는 소득재분배적 요소를 제거하여 프로그램 본래 목적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고, 복지적 요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통합해야 한다. 민간에 의한 자발적인 복지가 활성화되도록 현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복지 수혜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음소득세의 기본 아이디어는 일정한 최저 소득수준 이하 생활자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수준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의 면세점이 연 2000만원이라고 하자. 그 가계가 연간 2000만원 소득을 올리면 이 가족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득이 3000만원이라면 1000만원에 대한 소득세를 낸다. 소득세율이 15%라면 150만원을 내는 식이다. 그리하여 이 가계의 세후 소득은 2850만원이 된다.

    만약 소득이 1000만원이라면 -1000만원의 음의 과세소득이 있다. 음소득세 하에서 그 가계는 이 돈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음소득세율이 50%라면 이 가계는 500만원을 받게 된다. 그래서 과세 후 소득은 15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 가계가 아무런 개인소득이 없다면 -2000만원의 음의 과세소득이 있게 되어, 1000만원만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이 가계에 지급되는 최저생계비인 셈이다.

    분배정책은 가난을 부른다

    이 제도는 일정 최저생계비를 지불하는 제도에 비해 저소득층 가계에 근로의욕을 높여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 일정한 최저생계비 1000만원을 지불한다면, 1000만원 소득을 얻는 사람은 일할 인센티브가 없다. 일을 열심히 해도 1000만원 받고, 그렇지 않아도 1000만원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소득세를 도입하면 자기가 번 1000만원에다 5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게 된다.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우리 모두를 가난으로 몰아가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분배는 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에 성장을 통해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다. 향후 10년에 걸쳐 1인당 소득이 2만달러가 되려면 연평균 7% 이상씩 경제가 성장해야만 한다. 연평균 7% 성장은 한국이 한참 잘나가던 때의 성장률이다. 지금 또는 앞으로 그렇게 성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기업환경이 날로 악화되어 성장의 여력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여건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분배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 설정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면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시장경제체제 구축을 공고하게 해야 한다. 분배와 성장은 시장경제 아래에서만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 경제에 만연해 있는 반(反)시장적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며,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큰 정부’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가 이루어지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