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화백은 소인이 찍힌 구한국 봉투만 300여통 모았다. 그는 “평생 모은 우표의 수를 세려면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한때 우표수집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갖가지 기념우표가 남발하면서 가치가 떨어지자 곧 열기가 식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클래식 우표(외국은 1800년대 말, 우리나라는 1905년 대한제국시대 말까지 발행된 우표)의 가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외국의 클래식 우표가 경매에 나오면 한 점에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까지 값이 매겨질 정도다.
우리나라의 구한국 우표 중 쓰여지지 않은 것은 지금도 수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쓰여져 소인이 찍힌 것은 매우 희귀하다. 그 중에서도 1895~98년 사이의 이중원형(두 개의 원이 겹쳐진 모양) 소인이 찍힌 봉투는 전세계에서 30여 통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내가 구한국 봉투를 모으기 시작한 건 1958년경부터다. 봉투 수집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그런 덕에 이중원형 소인이 찍힌 봉투만 15통 넘게 모았다. 외국에서 구한말 봉투가 나왔다고 하면 직접 경매에 참가하거나 외국에 나가는 수집가, 우표상 등에 의뢰해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구한국 봉투의 진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10년째 들리지 않고 있다.
나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 목록 책자를 들여다보곤 한다. 어떤 이는 도난당할 우려가 없냐고 묻기도 하지만 두 번씩이나 도난당한 ‘모나리자’도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또 어떤 이는 내 수집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판다는 것은 나 자신이 도둑이라고 광고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