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깨어 있는 동안의 활동이 잠자는 동안 뇌의 특정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한 다음 잠을 자면 학습과 관련된 뇌 부위가 좀더 푹 잘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특정 뇌 부위가 깊은 잠을 잘수록 다음날 일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줄리오 토노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깨어 있을 때의 뇌의 활동과 잠들어 있는 동안 뇌의 움직임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 실험대상자들에게 마우스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점들을 클릭하는 간단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다른쪽 그룹에 대해서는 원하는 지점을 제대로 클릭하려면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도록 마우스의 움직임에 변형을 주었다.
게임 후 실험대상자들이 곧바로 수면상태에 들어가자 연구팀은 이들의 머리에 256개의 전극을 부착하고 뇌파를 조사했다. 특히 가장 깊은 잠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서파수면인 가장 느린 뇌파에 주목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뇌파를 통해 잠에는 5단계가 있음을 알아낸 바 있다. 이 가운데 뇌파가 가장 느려지는 단계가 서파수면이다. 수면 전문가들은 휴식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서파수면이 나타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깨어 있을수록 서파수면 상태가 늘어난다. 쉽게 얘기하자면 더 깊이 잠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서파수면이 두 그룹의 실험대상자에게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새로운 마우스 조작을 연습한 그룹의 경우 뇌의 특정 부위에서 서파수면이 좀더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마우스 조작에 애를 먹은 사람일수록 서파수면이 늘어난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파수면의 활동이 강해지는 뇌의 부위는 작은 동전 크기만한 영역으로, 이전부터 시각과 손의 상호작용의 학습을 조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낮 동안의 학습이 뇌의 특정 부위가 깊은 잠에 빠져들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토노니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뇌의 단순한 사용이 아니라 적극적인 학습이 잠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뭔가를 열심히 배울수록 뇌는 그만큼 더 쉬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