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150만원씩 모아 1억원을 만들려면 정기적금은 4년11개월, 적립식펀드는 4년7개월이 걸린다. 불과 4개월 차이. 주식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안하면 적립식펀드는 예상 이익보다 예상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 조금씩 느리게 가더라도 안전한 게 최고. 재테크는 축지법이 아니다.
세금우대 상품은 이자에 대한 일반세율 16.5%보다 낮은 10.5%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음 퀴즈에 한번 도전해보자. 퀴즈의 제목은 ‘목돈 1억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0억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쳐다보기도 힘든 10억원말고 눈높이를 대폭 낮춰 1억원에 먼저 도전하는 것이다.
매월 150만원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1억원의 목돈을 만들려 한다고 가정하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장롱에 그냥 쌓아두는 방법이다. 집안에 있는 장롱 속에 매달 150만원씩 차곡차곡 넣어둔다. 물론 이자나 수익은 한푼도 없다. 말 그대로 자신의 ‘민족자본’만으로 1억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5년7개월이 걸린다. 1억원을 150만원으로 나눈 기간으로, 물론 중간에 도둑맞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두 번째 방법은 그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은행의 정기적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금리가 매우 낮긴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금을 통해 목돈마련에 도전하고 있다. 요즘 금리를 반영해 연 5% 이자가 지급되는 정기적금에 가입한다고 하자. 이자가 발생하므로 첫 번째 방법보다는 목표 달성까지의 기간이 단축될 것이다. 두 번째 방법에 따라 1억원의 목돈을 만드는 데는 대략 4년11개월이 걸린다. 장롱 속에 쌓아두는 방법보다는 상당기간이 단축된다.
세 번째 방법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수익률은 주식투자 결과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과거 주식시장 평균 상승률을 감안해 연 9%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서 앞서 정기적금의 이자는 단리로 계산한 데 비해 적립식펀드는 복리, 그것도 매월 이자에 이자가 붙는 월 복리로 수익이 계산된다고 하자. 이쯤 되면 적립식 펀드는 현재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정기적금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에 이자도 월 복리로 붙는 적립식펀드를 활용할 경우 목표금액인 1억원을 모으는 데 얼마나 걸릴까. 바로 이것이 오늘의 문제이다. 힌트는 ‘정기적금보다는 빨라진다’이다.
과연 여러분은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정기적금이 5년 가까이 걸리니까 4년(?), 아니면 3년(?), 또는 그 이하(?).
퀴즈의 정답은 실망스럽게도 ‘4년7개월’이다. 적립식펀드를 활용했을 때 1억원을 모으기까지는 4년7개월 걸린다는 얘기다. 최선의 투자결과를 전제로 했음에도 겨우 4개월 남짓 단축될 뿐이다. 그것도 실제로는 주식투자에 따른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말이다.
기교보다는 우직함이 중요
목돈마련에서 ‘기교’보다는 ‘우직함’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좋은 상품과 효과적인 투자전략이 목표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축지법처럼 하루아침에 목표에 이르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얼마나 더 절약하면서 많이, 그리고 꾸준히 저축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
열심히 저축하는 우직함이 목돈마련의 하드웨어라면 효과적인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좀더 빨리 목표에 이르게 하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목돈마련을 위한 최적의 조합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상품을 선택해 열심히 저축하는 것’이다.
목표와 저축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목돈마련의 올바른 순서이다. 기간별로 목돈마련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년 미만의 기간에 목돈을 만들려 한다면 정기적금이나 상호부금과 같은 적립식 상품을 활용토록 한다. 저축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정기적금이나 상호부금에 가입할 수 있다. 기간도 짧은데 번거롭게 그럴 필요가 있겠냐며 입출금식 통장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은 이자율이 연 1%가 채 안 되는 데 비해 정기적금은 연 3.6% 수준이라는 것을 알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자율 차가 최소한 4배 이상 나는 것이다. 그밖에 신협이나 농·수·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에서 취급하는 적금상품도 1년 미만의 기간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예치금액 2000만원까지 발생한 이자에 대해서는 농특세 1.5%만 과세하는 절세(節稅)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목돈마련 기간이 1∼3년이라면 세금우대종합저축 제도를 십분 활용한다. 세금우대제도는 가입기간이 1년 이상인 적립식 또는 거치식 저축에 적용된다. 일반세율 16.5% 대신 10.5%의 우대세율이 적용되는 세금우대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일반 적금상품보다 약 0.3% 이상 금리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당 4000만원(미성년자 1500만원, 60세 이상 남자나 55세 이상 여자 그리고 장애인은 6000만원)까지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도액 내에서는 동일 금융기관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에서 여러 개의 세금우대저축에 가입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전통적인 적금상품에 보험가입이나 여행할인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으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고르면서 아울러 세금우대 혜택까지 받는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3∼5년 기간을 두고 목돈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세금우대종합저축 외에 청약부금을 활용한 목돈마련 전략이 효과적이다. 청약부금은 주택청약시 우선 순위 청약자격이 주어지는 외에도 같은 기간의 적금상품보다 연 0.3∼0.5%P 높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꼭 청약목적이 아닌 일반 목돈마련 용도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청약부금 가입 후 2년이 경과하고 매월 납입한 금액이 지역별 예치금(서울·부산 300만원, 기타 광역시 250만원, 기타 시·군 200만원)이상이 되면 전용면적 85㎡ 이하의 민영주택 및 민간건설 중형 국민주택에 대한 1순위 청약자격을 얻을 수 있다. 청약부금에 가입할 때도 세금우대저축으로 가입해 실질수익을 높이는 것이 좋다.
청약부금이나 방카슈랑스에도 관심을
7년 이상의 장기 목돈마련은 단연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유리하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계약기간이 7년 이상으로 긴 대신 세제혜택이 가장 크다. 이자소득세가 전액 비과세되며, 여기에 추가로 연간 저축금액의 40%, 300만원 한도로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절세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다른 일반 적금상품에 비해 수익이 2∼3배 높은 셈이다. 7년 이상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 후 5년이 경과하면 중도해지하더라도 소득공제에 대한 세금추징이 면제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적금상품 가운데 실질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이다.
노후대비나 10년 이상의 초장기 목돈마련이 목적이라면 연금저축 또는 방카슈랑스 저축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금저축은 55세가 될 때까지 10년 이상 불입하며,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지급된다. 저축금액에 대해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해 상당한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중도 해지하는 경우에는 무거운 세금추징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연금저축은 목돈마련 용도보다는 노후대비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방카슈랑스 저축보험은 10년(2003년 이전 가입분은 7년) 이상 가입할 경우 이자소득세 전액 비과세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게다가 보험상품으로서 일부 보장혜택이 부여되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적립식펀드는 적금식 투자상품으로 투자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실적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저금리 시대의 목돈마련 대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에 분할 투자하는 적립식펀드는 규칙적으로 금액을 나눠 투자하는 정액분할투자법을 활용해 투자위험은 낮추고 투자수익은 높이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투자 상품으로서 투자위험이 따르는 만큼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립식펀드의 가입기간은 대개 1년 이상이지만 효과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3년 이상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가입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