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말 발생한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되어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기지가, 예상됐던 복구기간이 끝남에 따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동아’는 연소시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5월16일 촬영분을 포함해 대포동 미사일기지의 변화가 한눈에 보이는 6장의 위성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함께 이를 공개한다.
Digital Globe
이번에 새로 공개하는 사진(북위 40.8。, 동경 129.6。)은 인공위성 ‘퀵버드’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의 ‘디지털글로브’사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2002년 2월15일부터 2004년 5월16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촬영되어 폭발사고 전과 직후, 복구기간, 최근에 이르기까지 대포동 기지의 변화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신동아’는 이 6장의 사진, 특히 지난 5월16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로켓공학 및 발사체계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이 보도한 ‘5월초 연소시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으나, 시험장소 등 몇 가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5월16일 사진에서는 발사대 주변에 이전 촬영분에서 볼 수 없는 특이징후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제부터 정밀 판독을 통해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로 하자.
발사대와 떨어져 있는 엔진시험장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포동 기지의 외양은 생각보다 초라하다. 사진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좌측에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시설(앞페이지 큰 사진 참조). 오른쪽 하단에는 높이 30m 이상으로 추정되는 발사대(사진②)가 보이고, 왼편 하단에는 미사일 조립장(사진③)으로 추정되는 길이 50m, 너비 20m 가량의 대형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위꼭지점에 해당하는 건물은 발사 및 실험 통제시설(사진④)로 보인다.
이와는 조금 떨어져서 발사대 우측 하단으로 800m 가량 떨어진 지점에 엔진시험장(앞페이지 작은 사진)이 위치해 있다. 미사일 조립장과 발사통제시설, 엔진시험장 앞의 소형건물 등은 지붕이 모두 같은 파란색 재질로 되어있어 비슷한 시기에 한 묶음의 시설로 건설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선 발사대부터 살펴보자. 수직에 가깝게 촬영하는 위성사진의 특성상 발사대 전면을 완전히 볼 수는 없지만 지면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주변에 레일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기본적인 형태의 고정형 철골구조물로 보이는 이 발사대의 꼭대기에는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할 수 있는 크레인이 길게 뻗어 있다.
Digital Globe
Digital Globe
시간 순서대로 배치된 발사대 사진.<br>① 2002년 10월28일(폭발사고 전) ② 2003년 1월8일(폭발사고 후) ③ 2003년 4월3일 ④ 2003년 8월4일<br>Digital Globe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난 5월6일 ‘중앙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내용이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2002년 12월 폭발사고로 부서진 발사대를 지난해 말 완전 복구했으며, 현재 이 곳에 미사일 액체연료인 산화제와 로켓 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크레인을 옮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몇 가지 내용은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선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하는 크레인의 경우 2002년 2월 이전에 이미 설치되어 2004년 5월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음이 위성사진에 나타나 있다. 특히 시기별로 크레인의 각도가 다른 것은 크레인이 작동 가능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최근 발사대를 복구해 크레인을 옮겨놓았다”는 내용은 사실일 수 없다.
산화제 부분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중국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대포동 미사일 엔진은 저장성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대 주변이 아니라 조립장 등에서 미리 연료를 탑재한 뒤 시험장으로 옮겨 연소시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발 가능성이 농후한 시험장 주변에 액체연료를 갖다 놓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오류는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장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대포동 관련 언론보도는 대부분 발사대에서 800m 가량 떨어진 이 엔진시험장의 존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대포동 개발의 핵심작업은 발사대가 아니라 여기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16일 사진에서 검게 그을린 연소시험의 흔적이 발견된 것도 이곳이다. 이 시설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뒤페이지 사진 참조).
발사대와 비슷한 규모의 시멘트 바닥에 20여m 높이의 구조물이 서 있는 이 시험장은 외견상 발사대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진을 검토한 전문가들이 이 시설을 엔진시험장이라고 분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험장 구조물의 그림자를 볼 때 이 건물은 일반적인 발사대 형태인 철골구조가 아닌 데다, 길이 30m 이상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를 발사하기에는 너무 낮다. 오히려 아직 조립하지 않은 로켓의 각 단을 안으로 운반해 엔진성능을 시험하는 용도에 적합한 규모다.
또한 발사통제시설로부터 1.5km 가량 떨어져 있다는 사실, 구조물이 서있는 시멘트 바닥 북쪽 부분은 골짜기 위에 인공적으로 떠 있는 구조여서 엄청난 하중과 발사충격을 감당해야 하는 발사대로는 적합하지 않은 설계라는 점도 주요근거다. 대신 이 구조물이 시험장이라면 테스트 중에 발생하는 화염과 배기가스가 별도의 화염유도시설 없이도 그대로 골짜기 아래로 빠져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2002년 말에 발생한 폭발사고 역시 이 엔진시험장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섯 장의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폭발사고 후 조립장이나 통제시설, 발사대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엔진시험장의 경우는 사고 직전인 2002년 10월28일(뒤페이지 사진②)과 2003년 1월8일(뒤페이지 사진③)에 촬영된 사진속 그림자 모양이 전혀 다르다.
시간 순서대로 배치된 엔진시험장 사진.<br>① 2002년 2월15일 ② 2002년 10월28일(폭발사고 직전) ③ 2003년 1월8일(폭발사고 직후)<br>Digital Globe
그러나 3개월 후인 2003년 4월3일(사진④) 촬영된 엔진시험장 구조물의 그림자는 다시 발사대의 3분의 2 정도로 복구되어 있다. 이는 “사고 발생 5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폭발사고) 복구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한 지난해 4월말의 일부 후속기사들과는 달리, 시험장 잔해복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 사진에는 시험장 위편으로 직경 50m 내외의 어두운 타원형 흔적(사진④ 파란색 원 안)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 흔적은 여름이 되어 녹음이 우거진 2003년 8월4일 사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사진⑤ 붉은색 원 안). 규모나 빛깔로 봐서 폭발사고 이전에 있었던 엔진 점화시험(연소실과 탱크를 합쳐 불이 잘 붙는지 확인하는 단계. 이 시험이 성공하면 노즐을 통해 추진력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연소시험’으로 넘어간다)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촬영 직전에 시험이 있었다면 8월4일 사진의 흔적이 초록색으로 뒤덮여있을 리 없다.
④ 2003년 4월3일 ⑤ 2003년 8월4일 ⑥ 2004년 5월16일(연소시험 직후)<br>Digital Globe
이를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대포동 미사일 기지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발사대와 엔진시험장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전의 점화실험이나 2002년 말의 폭발사고, 5월초의 연소시험은 모두 발사대가 아니라 엔진시험장에서 있었다. 또한 이 연소시험은 이제까지 한번도 완수되지 못했다가 이번에야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① 2004년 5월16일 촬영된 발사대.<br>② 2002년 2월의 발사대.<br>Digital Globe
사진을 검토한 전문가들도 이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단언하지 못했다. 크기로 봐서는 미사일 발사가 이뤄질 경우 이를 계측하기 위한 장비이거나 미사일의 주요 구성물 위에 햇볕으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덮개를 씌워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발사대 주변에 이전과는 다른 모종의 움직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는 발사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사진을 분석한 로켓공학 전문가들은 “이 사진에 나타난 모습만 보면 준비가 완료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발사대 주변에 빽빽이 들어서있는 덤불과 나무들이다.
햇볕이 덜 강한 이전 사진(사진②)의 발사대 바닥을 확대해 살펴보면 왼쪽에 시멘트 구조물로 수m 깊이의 홈이 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파란색 원 안). 이것은 미사일 발사시 뿜어져나오는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화염유도로다.
보통 미사일 발사 전에는 화염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미리 화염유도로 주변의 풀이나 나무를 모두 제거하는데, 사진에서는 그런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듯 온통 초록색으로 덮여있다(사진① 노란색 원 안). 즉 ‘마음먹고’ 연소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추는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달리 생각할 여지도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 주변국들의 위성에 쫓겨가며 이뤄지는 대포동 2호의 개발경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