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기 위해’ ‘돈을 위해’ ‘그냥 재미로.’ 이제 벗는 일에 성역은 없다.
- 연예인들은 미끈하게 빠진 나신(裸身)을 선보이고, 무대 위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옷을 벗어던진다.
- 보통사람들은 ‘디카’ ‘폰카’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다.
벗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다리가 예쁜 연예인이란 닉네임이 붙은 이혜영은 소문난 외국 잡지의 멋진 누드 사진을 보면서 자신도 누드를 찍어 보리라 결심했다고 한다. 남성 듀오 듀크는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리고 건전한 성인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벗었다고 한다. 디바의 비키는 아버지의 대장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힙합그룹 원타임의 대니는 솔로앨범 홍보를 위해 벗었다고 한다.
13년 전 일본의 톱스타 미야자와 리에가 누드집 ‘산타페’를 촬영하며 내세웠던 이유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이유는 더 이상 셀링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누드를 찍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컨셉을 내세운다. 스포츠 포즈 누드를 찍는가 하면 귀여움을 한껏 부각시킨 큐티 누드를 찍고, 심지어 자위행위 누드와 남성과의 혼성 누드를 내세우며 ‘날 보러 오라’고 아우성을 친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세우며 날로 진화하는 누드의 주인공은 연예인에서 스포츠 스타는 물론 ‘자동차 경주의 꽃’이라고 불리는 레이싱 걸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 각 분야 톱스타 서너 명이 참가한 합동 누드집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한다. 또 국내를 넘어 일본의 누드모델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 누드계의 지존으로 꼽히는 시마무라 가오리가 국내에서 누드집을 찍고 있다. 지금까지 20권의 누드집을 출간하며 ‘최다 누드집 발간’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그는 헤어누드를 포함한 강도 높은 누드 촬영을 했다. 동서양의 매력을 두루 갖췄다는 필리핀 최고의 여배우 프리에토 역시 177cm의 키, 풍만한 가슴을 내세우며 국내 누드시장을 공략할 예정.
공연예술계라고 해서 누드 바람이 비껴가는 건 아니다. 지난해 가을 현대무용가 빔 반데키부스와 소프라노 신영옥이 출연한 오페라 ‘리골레토’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이 등장했다. 스트라빈스키 발레 음악인 ‘봄의 제전’에서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섯 명의 무용수가 팬티를 벗어던지며 무대를 시작했고 마지막엔 전라의 한 무용수가 5분 이상 무대를 질주했다.
지난 6월7일에는 국내 최초 성인 콘서트 ‘올 댓 누드(All That Nude)’가 열렸다. 란제리 쇼와 보디페인팅 쇼 등이 진행됐는데, 출연 모델들은 상반신을 완전히 노출하는 깜짝 퍼포먼스 쇼를 벌였다. 이색공연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공연기획사는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4시간 동안 실시간 중계했다.
불황 탈출 위한 선택
지금은 연예인 누드가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연예인이 ‘벗는다’는 건 경력에 흠집이 될 정도로 치명적인 일이었다. 탤런트 김희선이 탄자니아에서 촬영한 누드집을 둘러싸고 사진작가 조세현과 ‘사기다, 아니다’ 하며 법정공방을 벌였던 게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그러다 2년 후인 2002년 성현아의 누드가 인터넷을 통해 무려 800만명에게 공개돼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그후 권민중, 함소원, 김완선, 이지현, 이주현이 ‘벗고 벗고’ 열풍을 이어갔다. 지금은 누드를 찍는 연예인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당당히 “누드 찍는다”고 공표한다.
이젠 누드를 찍어도 연예활동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함소원과 권민중은 누드 촬영 후 가수로 변신했고, 이혜영도 시트콤에 출연해 연기를 선보였다. 연예인 누드 1세대인 유연실, 서갑숙 등이 겪었던 사회의 삐딱한 시선, 불이익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요즘 누드촬영을 하는 연예인들은 ‘내 몸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 나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 돌을 던지면 몸이 다친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쭈뼛대거나 주눅들지 않고 대중들에게 스스로 몸을 보여주는 그들을 보면 ‘오피니언 리더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올 댓 누드’ 콘서트를 기획했던 Y&S 커뮤니케이션의 오윤애씨는 “누드를 둘러싼 관심은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성을 한눈에 보여준다”며 “매스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과 달리 실제 누드 영상물이나 공연을 접한 관객들은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미 누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코드가 돼버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연예인 누드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SBS 구경모 PD는 “젊었을 적 내 몸을 기록하고 싶다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불황”이라고 말한다. 즉 불황으로 CF 등 주요수입원이 축소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벗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도 누드집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많이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가수들은 유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어요. 노래파일이 인터넷에 떠도니 당연히 음반이 잘 팔리지 않거든요. 이미 능력 있는 음반 제작자들은 연기자나 스포츠 스타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등 업종 전환을 했죠. 이런 상태에서 음반 제작자들은 물론 가수들 스스로도 누드를 찍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누드집으로 재기의 발판 삼아
불황 타계를 위해 외모가 출중하고 몸매가 좋은 가수들이 누드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벗는’ 여자 연예인들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었다거나, 한동안 잊혀져 다시 자기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거나,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실 톱스타들의 경우 누드집 열풍에 쉽게 동참하지 않는다. ‘위안부 누드’ 파동을 겪었던 이승연 정도가 유일하다.
누드를 찍은 연예인들은 보통 2억~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러닝개런티까지 챙겨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돈다. 또 성현아처럼 누드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경우가 생기자, 연예인들이 먼저 벗겠다고 제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드라마 ‘아들과 딸’의 종말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탤런트 곽진영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소비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몸이 소비의 대상으로 떠오른다”면서 “우리 사회의 몸 열풍은 소비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음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에 비해 돈이 될 만한 콘텐츠가 빈약한 상태에서 ‘몸’은 주요한 상품으로 부상하게 됐죠. 그런데 포털사이트측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몸 장사’가 연예인의 누드입니다. 또 참여하는 연예인들도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잊혀졌다가 새롭게 자기를 알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돈’과 ‘명성’을 노린 양자의 이익이 부합되다 보니 연예인 누드는 세미포르노그라피적인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어요. 또 인터넷,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유통망과 연결되면서 누드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겁니다.”
사실 누드집이 종이로만 인쇄되던 90년대에는 수익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된 요즘 10여장에 몇천원 하는 식의 소액결제가 가능해졌고, 굳이 서점에 가서 남의 눈을 의식하며 몰래 보거나 집에 보관하지 않아도 마음 내킬 때 휴대전화나 개인 컴퓨터를 통해 사적인 공간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누드 영상은 동시 접속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10억여원이 넘는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
관음증과 노출증의 결과물
누드는 이제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동연 소장은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사회의 누드 신드롬은 몸의 아름다움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상의 문제인 동시에,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행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진단한다.
자신 혹은 애인의 몸을 소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대중의 욕구는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들의 누드가 생산되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사실 연예인 누드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일반인 누드 동호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음성적으로만 활동했다. 그러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지금처럼 일반인 누드가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됐다”며 “현재 유통되는 일반인 누드 중에는 예술적인 것도 있지만 음란물에 가까운 것이 훨씬 많다”고 우려했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자신의 누드를 찍더라도 타인에 의해 인화과정을 거쳐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누드를 찍지 못했죠.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이 보급되면서 스스로 찍어 바로 볼 수 있게 됐어요. 별다른 금기 의식 없이 ‘한번 찍어봐’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누드를 찍는 거죠. 최근 일반인들의 누드촬영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어요. 마치 연예인인양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각종 소품을 사용해 멋을 내면서 누드를 찍어요. 그리고 이 사진들을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 올리죠.”
일반인의 누드에 대한 관심은 거의 폭발적이다. 일반인 누드는 연예인 누드보다 훨씬 적나라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예술적 포장’이 된 인위적인 연예인 누드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퍼니북(www.funnybook.co.kr)에서는 지난 4월27일 연예인 지망생이나 일반인의 누드를 담은 ‘연예인 맞짱 누드집’을 선보였는데, 단 하루 만에 1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찾았다.
또 STC엔터테인먼트는 톱짱닷컴(www.topzzang.com)을 통해 ‘몸짱을 찾아라’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누드나 세미누드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면 네티즌들이 점수를 매겨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몸짱’으로 선발하는 것. 최고 몸짱에는 1억원의 상금과 연예계 데뷔 기회가 주어진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반인들이 자신의 ‘몸’을 과감히 드러내는데, 참가자들은 학생, 프리랜서, 주부, 회사원 등 다양하다. 응모자 중에는 40대 주부도 있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도 많다.
누드 열풍은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불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누드사진을 올린다.
‘앞모습입니다’라는 제목의 한 사진은 여성의 가슴과 하복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우리 예쁜 오리’라는 제목의 상반신 노출 사진은 “예전엔 몸짱이었는데, 많이 망가졌다”는 사연이 함께 올려져 있다. 사진 밑에는 무수히 많은 ‘리플’이 달려 있는데, ‘덮치고 싶다’ ‘만져보고 싶다’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만큼. 너무나 노골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악성 리플도 많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계속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면,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씨는 “누드는 관음증과 노출증의 상관관계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타인의 몸이나 성관계 장면을 몰래 훔쳐봄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얻는 관음증 문화가 성행했다. 혼례를 치른 신랑신부의 첫날밤을 엿보기 위해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시하고 노출하고 싶은 욕구는 태초부터 있었으나 요즘은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내 몸”
“예전의 노출증은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났어요. 아슬아슬하게 파인 옷이나 하늘하늘하게 몸을 감싸는 옷을 입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젠 대놓고 몸을 통해, 그것도 배꼽, 골반, 가슴 등 몸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면서 나타나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세상을 굴복시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고나 할까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화려한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외적인 장식이 타인들의 눈을 끌기는 어렵게 됐다. 이젠 ‘누가 더 아름답고 섹시하게 장식했는가’보다 ‘누가 더 아름답고 섹시한 몸을 가졌느냐’가 중요해졌고, 이것이 몸 가꾸기와 과감한 노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몸의 노출은 노출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를 동시에 흥분시킨다. ‘나도 보지만 다른 사람들도 본다’는 공범심리는 노출된 몸을 지켜보는 사람들과 함께 마치 그룹섹스를 하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고.
하지만 이런 누드 신드롬은 여성의 몸에 대해 지나친 판타지를 갖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즉 ‘여성의 몸은 (사이즈가) 이래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으로 이어진다는 것.
고려대 사회학과 임인숙 교수는 “이상적으로 이야기되는 가슴 사이즈와 몸매의 비율을 갖춘 여성들이 누드를 찍는다”며 “이런 누드들이 범람하면 여성의 몸매는 이래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이 암암리에 생기게 되며 이는 성의 상품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의 몸이란 게 뭡니까. 결국 남자들에게 선호되는 젊은 몸 아닙니까. 즉 진짜 여성의 몸이 아닌 남성의 판타지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여성의 미로 인식되어질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아무리 누드가 성행해도 모든 연령대가 몸무게에 상관없이 벗는 것은 아니죠. 잘빠진 젊은 여성들의 누드를 보며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다이어트를 하거나 노화방지 뷰티센터를 다니게 될 겁니다.”
임 교수는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가꾸고 화려한 조명하에서 가공적으로 만들어진 몸이 이상적인 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누드 신드롬은 몸 자체를 숭배하는 페티시(물신숭배) 현상을 가져온다. 페티시 마니아들은 어디에서든 벗은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시키기도 하고 온갖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누드사진을 모아 다른 게시판으로 옮기는 편집증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로 인해 순수하게 찍은 누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 떠돌아다니게 될 수도 있다.
어기준 소장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누드가 엉뚱하게 유료 성인사이트로 옮겨지는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요즘은 아예 아내나 애인의 몸을 찍어 10여만원씩 받고 성인사이트에 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애인과 헤어진 후 보복심리로 성인사이트에 예전에 찍어둔 애인의 누드를 올리는 사례도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됐고 카메라폰 해상도도 200만 화소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제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스스로 누드를 찍어보고 싶다면 컴퓨터에만 담아두고 인터넷에는 올리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선 자신의 사진이 어디서 어떻게 악용될지 몰라요. 또 남자들이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죠. 상대방이 어떤 말로 유혹해도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피해를 막는 최선책입니다. 물론 잠자는 동안 살짝 벗겨서 몰래 찍어 팔아먹는 파렴치한 사람도 있지만요.”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누드 신드롬.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일각에서는 누드 신드롬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드를 포함한 성상품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고 이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다면 성은 더 이상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선택하는 생활방식 중 하나가 된다는 것.
사실 많은 사람들은 ‘누드상품’보다 훨씬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성상품들을 접하고 산다. 아무리 연예인의 누드가 ‘야해봐야’ 성인사이트의 사진이나 동영상보다 노골적일 수는 없다. 이젠 뮤지컬이나 연극에 나오는 누드 장면을 ‘누드’로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작품의 한 장면으로만 볼 뿐이다. 과거 ‘미란다’류의 연극이 성행한 적도 있지만 이젠 굳이 공연장까지 안 가도 더 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널려 있다.
어쨌든 누드는 이미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들어왔다. 누드 크루즈, 누드 캠핑, 누드 오토바이대회, 누드 비행 등 미국을 휩쓸었던 누드산업이 우리나라에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올 댓 누드’ 콘서트는 8박9일의 카리브해 누드 크루즈 티켓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누드가 생활의 일부가 된 상황에서 ‘옷을 벗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놓고 도덕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누드는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