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크롤. 캐나다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크롤이 3년 만에 8번째 앨범을 냈다. 크롤은 재즈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부문상을 차지한 바 있는 실력파. 그녀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윽한 맛이 있는, 들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보컬의 소유자이다.
크롤은 그동안 스탠더드 재즈로 명성을 날렸지만 이번에 발표한 새 앨범 ‘다른 방에 있는 여인(The girl in the other room)’에는 스탠더드 곡이 한 곡뿐이다. 대신 남편 엘비스 코스텔로와 공동 작곡한 곡들로 채웠다.
음반의 전반적 기조는 약간 우울한 편인데, 이것이 크롤의 중저음 보컬과 썩 잘 어울린다. 특히 ‘Temptation’의 거부할 수 없는 속삭임, ‘Almost Blue’의 감미로운 음색이 매력적이다. 빌리 홀리데이가 불렀던 ‘I’m Pulling Through’에서는 마치 근사한 재즈바에 와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매력 만점의 연주를 들려준다.
재즈는 ‘대중적 재즈’와 ‘감상용 재즈’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초보자의 귀를 잡아끄는 쉬운 재즈와 마니아가 반기는 재즈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다른 방에 있는 여인’은 두 부류의 재즈 애호가들을 모두 만족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