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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절대 강자’ 박근혜, 1인지배 함정에 빠지나

  • 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ll@donga.com

‘절대 강자’ 박근혜, 1인지배 함정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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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의 모든 눈과 귀가 박근혜 대표에게 쏠려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의 재선이 확실시되면서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 벌써부터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절대 강자’ 박근혜, 1인지배 함정에 빠지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기각 결정 직후 당의 입장을 밝히는 발표문을 놓고 당직자들과 자구 수정을 논의하고 있다.

4·15 총선 직후인 5월18일 여론조사기관인 R&R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직무수행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7.1%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15.6%에 그쳤다.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차기 대통령감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박 대표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나란히 7.8%를 얻어 대통령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일으킨 ‘돌풍’을 언론에선 ‘박풍(朴風)’이라고 명명했다. 박풍이 탄핵 역풍에 휘청거린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일등공신이라는 데 정치권에선 누구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박풍은 총선 이후 두 달 만에 ‘미니총선’으로 치러진 6·5 재·보궐 지방선거에서도 재연됐다.

가냘픈 몸매에 항상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박 대표는 전국의 선거현장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열광시켰다. 대선자금 ‘차떼기’ 파문으로 정치 냉소주의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 ‘박근혜 효과’는 이례적 사건이다. 박 대표에 비판적인 당내 인사들도 “박근혜의 탁월한 대중 흡인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때문에 총선 현장에서 박 대표의 지원사격을 바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총선 선대위 관계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지원 요청을 교통정리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총선 막바지에 박 대표는 하루에 유세현장을 28곳이나 소화하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17대 총선 최대 접전지였던 부산지역 한 의원의 회고.

“열린우리당의 집요한 공세로 승산이 없어 보였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선거일 며칠을 앞두고 후보 사퇴를 심각히 고려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박 대표와 친분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의 지원유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유세장에 도착하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 동원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온 것이다. 어떤 유권자는 내 손을 잡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돼’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나의 승리에 박 대표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표는 6월11일 현장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7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현재 구도에선 어떤 주자가 출마하더라도 박 대표의 완승은 흔들릴 기미가 없다. ‘뉴 한나라호(號)’의 키를 쥘 박 대표의 행보가 향후 정국의 ‘태풍의 눈’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누구와 견줘도 돋보이는 박 대표의 ‘무기’는 탁월한 대중성이다.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나는 높은 인지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총선 기간 중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열세지역인 광주를 방문했을 때 광주시민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환영을 받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행인들은 “야, 박근혜다”라며 같이 휴대전화 사진을 찍자고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기도 했다.

당시 총선선대위 소속 한 당직자는 “솔직히 박 대표의 광주 방문에 신경이 몹시 쓰였는데 광주 현지 반응을 보고 놀랐다”며 “현지 시민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박 대표를 대했는데 그 자체가 변화의 단초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충청권에서도 박 대표의 개인적 지지도는 당 지지도를 훨씬 웃돈다. 2002년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한나라당발(發) 소식은 아예 수신 거부하던 호남과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의사소통’의 싹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특유의 친화력은 실제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서울 종로) 의원은 “총선 때 대학로 유세에 박 대표와 함께 나간 적이 있었는데 박 대표가 한 청년에게 손을 내밀자 그 청년이 ‘나는 박정희가 싫다’며 손을 뒤로 빼 잠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런데 박 대표는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인간적으로 악수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무안해진 그 청년은 박 대표와 결국 악수를 하더라”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박 대표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사 여성 앵커 출신과의 인터뷰 일화도 비슷한 사례다. 이 방송인은 마주앉은 박 대표를 겨냥해 “당신은 유복하게 자랐고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도 있고, 아주 잘 자랐는데 서민의 어려움을 알겠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인터뷰 내내 독설(毒舌)에 가까운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대표는 흥분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표는 “(당신도 여자인데) 당신 같으면 나 같은 삶을 선택하겠느냐”고 짧게 되받아쳐 상황을 정리했다고 한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부모가 비명(非命)에 가고난 뒤 홀로 정치의 외길을 걷는 고독함이 진하게 느껴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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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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