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취재

경제국경 지킴이 관세청 조사감시요원 24시

구두 밑창에서 마약 찾아내고 지하 땅굴에서 양주 발견하고

  • 글: 신주현 자유기고가 asinamu7@hanmail.net

경제국경 지킴이 관세청 조사감시요원 24시

2/4
지난 5월6일 오후 1시40분, 중국 톈진(天津)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순간 세관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휴대품 5검사관실 순회감시요원(일명 로버) 김태봉씨의 눈과 발은 밀수 우범자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세관정보분석시스템(APIS)을 통해 이미 밀수 우범자 신상을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우범자로 분류된 40대 중국동포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자 김 요원과 또 다른 로버 한 명이 그 뒤를 추적했다. 그가 수하물을 들고 마셜라인(세관 심사 라인)을 통과할 무렵 김씨는 마셜라인 요원에게 ‘노란색 양복 입은 40대 남자 검색 바람’이라는 무전을 보냈다. 마셜 요원은 검색라인을 통과하려던 해당 여행객의 입국을 정지시키고 세관검사 협조를 요청했다.

대형 여행자용 가방을 조사하던 직원이 가방 안쪽에서 약품으로 보이는 다량의 캡슐과 우황청심환, 정체 불명의 약재를 적발했다. 당황한 40대 중국동포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의약품을 가져왔다”고 변명했다. 최근 복방감초탕처럼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약품이나 중국의 독한 불법 약물을 복용하려는 중국동포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 밀수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세관에서는 중국산 약품에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김태봉 로버 요원은 “최근에는 면세범위(400달러 이하)를 초과하는 고가 물품을 몰래 들여오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며 “앞으로는 마약류나 총기류 같은 안보유해물품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집중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검색기 자처하는 로버 요원



인천공항세관 조사감시요원들은 매일같이 수만 명의 입국자를 대상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심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곳은 입국심사대부터 세관검사대 통과라인까지. 마지막 통과라인을 마셜라인이라고 부르는데 밀수품 및 마약, 총기류와 같은 안보유해물품의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 바로 이곳이다.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자의 4% 정도가 세관원의 검사를 받고 이들 중 15∼20%가 밀수행위로 적발된다. 여행객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선별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 밀수 우범자를 사전에 분류해 밀착 추적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인천공항세관 순회감시요원, 이른바 ‘인간 검색기’를 자처하는 로버 요원들이다.

로버 요원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전 9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8시까지 23시간 근무하기도 한다. 이런 장시간 근무에도 이들은 동물적 감각으로 수많은 공항이용객 중 범법자를 파악해낸다. 현장경험만 20년 이상인 베테랑 여성 로버 요원 이경숙씨는 여행객들의 발걸음만 봐도 그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가을 홍콩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여성이 이쪽저쪽 눈치를 살피더니 바로 화장실로 가더군요. 이미 세관정보분석시스템에 뜬 여행객이라 밀착 추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여행객이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추적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죠. 2시간이 지나도 나오자 않아 제가 ‘여기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관세만 납부하면 별 문제 없으니 걱정 말라’고 설득했죠. 잠시 후 그 여성은 자수했고 가방을 조사해보니 고가의 카메라 10대가 들어 있었어요. 이처럼 여성의 밀수행위 추적에는 여성 로버 요원이 유리할 때가 많아요.”

한편 여행자 편의를 위한 선별검사를 악용하는 밀수꾼들도 있다. 그래서 밀수 위험이 있는 특정 노선의 비행기에 대해서는 수시로 일제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세관장·최대욱) 조사감시국에는 150여명의 전문 조사감시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 여행객 대다수가 인천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마약류 및 총기류의 밀수를 담당하는 조사감시국의 임무는 그만큼 막중하다. 세관이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할 경계대상 1호는 바로 마약. 인천공항세관의 마약조사과는 국내 마약류 단속의 최일선 첨병 역할을 자부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되는 데에는 이들의 활약도 적지 않다. 국내로 유입되는 마약뿐 아니라 국내를 경유해 제3국으로 나가는 마약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마약수사에 대한 국제공조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화물 분석해 2시간 만에 피의자 파악

지난해 12월4일 오후 8시경 공항세관 마약조사과 배경탁 조사3반장은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환승화물(국내를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화물) 중에서 마약류로 보이는 시커멓고 딱딱한 물건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고전화를 접수한 배 반장은 1km 이상 떨어져 있는 화물 분류장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환승화물일 경우 조기에 수사에 착수하면 화물 주인이 3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체포가 가능하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배 반장은 문제의 화물이 9.6kg 상당의 생아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가방 아래를 천으로 재봉해 이중으로 만든 후 그 위에 비디오테이프와 의류 등을 덮었고 마약탐지견이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나프탈렌까지 넣어 위장한 상태였다.

마약이 든 가방을 들고 조사실로 이동하는 배 반장의 머릿속에는 이들이 공항을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인천공항에 짐이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8시30분 사이. 가방에는 터미널 운영센터에서 분류한 ‘IN-HOUSE(002311)’라는 임시번호만 찍혀 있었다. 가방에는 태국영화 CD와 태국 신문이 들어 있고 보안검색 씰은 방콕으로 확인되었다. 배 반장은 즉시 그 시간대에 들어온 태국발 비행기 4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8시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2/4
글: 신주현 자유기고가 asinamu7@hanmail.net
목록 닫기

경제국경 지킴이 관세청 조사감시요원 24시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