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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 ‘KMH 오디세이(한국형 다목적헬기)’

꿈은 웅대하나 기반은 취약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 ‘KMH 오디세이(한국형 다목적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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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단은 어떻게 쾌속 진군을 거듭할 수 있었을까. 항공여단이 보유한 ‘아파치 롱보우’라는 별명의 AH-64D 공격헬기 때문이었다. 이 공격헬기는 전차와 장갑차 부대보다 앞서 날아가며 저항선을 구축하려는 이라크군 기동부대를 ‘작살’냈다.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이고 트럭까지 보이는 대로 파괴했으니, 전차와 장갑차로 편제된 전투여단이나 팔라딘 자주포를 앞세운 포병여단은 공격할 목표를 찾지 못하고 계속 전진해 1주일 새 600㎞를 진격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

해군도 베트남전을 통해 헬기의 활용에 주목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 해군 함정은 적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가장 두려워했다. 따라서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하는 대잠전(對潛戰)이 중요시됐는데, 대잠전을 펴려면 먼저 적 잠수함을 탐지해야 한다. 그러나 함정에 탑재된 잠수함 탐지 장비 소나로는 넓디넓은 수역을 탐지할 수가 없다. 이러한 한계는 헬기를 이용함으로써 간단히 극복되었다.

함정에서 이륙한 헬기는 바닷 속으로 그냥 가라앉지 않도록 부이(buoy)와 연결시킨 소나를 바다 여러 군데에 떨어뜨리고 소나에서 나오는 신호를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바다 넓은 구역에 걸쳐 잠수함 탐지망이 구축되므로 아군 함정의 생존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반대로 적 잠수함은 탐지될 가능성이 높아져 그만큼 위험해진다.

함정에서는 보급품이나 인원을 육지나 인접 함정으로 긴급히 옮겨야 할 때도 함정 자체를 움직이기보다는 헬기를 띄워 인원이나 물품을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헬기는 바다에 부설된 기뢰를 찾아내거나 기뢰를 부설하는 데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기뢰전과 소해전(掃海戰) 장비로 채택되었다. 미 해군은 해군에서 사용되는 헬기에 바다(Sea)를 뜻하는 S를 붙여 SH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었다.

공군도 헬기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격추됐거나 사고로 추락한 공군기 조종사를 구출해 오는 탐색구조작전(SAR : Search And Rescue)이다. 적진에 떨어진 조종사를 태우고 나오려면 이착륙과 제 자리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헬기에는 사고 조종사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양기(Hoist)가 있다. 이 인양기 때문에 공군이 보유한 헬기는 HH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적진으로 은밀히 침투해 고립된 조종사를 구해오는 부대를 ‘SAR 부대’라고 하는데 SAR는 육군의 특전사, 해군의 UDT 이상으로 혹독한 훈련을 받는 특수부대다.

국내 1000여대 시장 형성

간단하게나마 헬기 전력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대전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군의 헬기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개략적인 숫자만 살펴보면 육군 600여대, 해·공군 100여대로 도합 700여대의 헬기를 갖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숫자로 한국군의 전력 순위가 세계 12위권인데 헬기 대수는 세계 7위이니, 상대적으로 강한 헬기 전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한국은 산림청 헬기와 경찰청 헬기, 그리고 소방방재청 헬기 등을 갖고 있다. 또 언론사와 기업체 등 민간 기관에서도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용과 민간용을 더한 한국의 헬기 대수는 1000여대인데, 한국은 이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게 ‘상납’하고 있다. 국내에 헬기 제작업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되찾아올 수 없을까. 2000년을 전후한 시기 국방부에서는 헬기 시장을 국내 업체에게 돌리려는 작업에 착수했다. 헬기 국산화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 사업이 바로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KMH사업이다.

헬기 국산화와 수출을 목표로 시작된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복잡한 KMH사업 구조를 설명하면서 하나씩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항공업계에 떠도는 정설 중의 하나는 ‘새로 개발하는 항공기의 손익분기점은 300대’라는 것이다. 300대를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직접 개발하는 것이 낫고, 그 이하라면 수입이 경제적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은 1000여대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니 헬기 국산화에 도전해볼 만하다.

2010년쯤이면 우리 군이 보유한 헬기 중 500여대가 작전수명을 다하게 된다. 때문에 국방부는 국산 헬기를 개발·생산해 이를 교체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여러 사람의 책상을 거치면서 2010년 직후 477대의 국산헬기를 개발해 우리 군에 보급한다는 구체안으로 변모하였다.

그와 함께 국방부는 국산 헬기 기본모델을 개발한 후 기동형과 공격형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베트남전 때 미국 벨사가 UH-1 기동헬기를 토대로 AH-1 공격헬기를 발전시켰듯, 한국 또한 기동헬기를 개발한 후 그 동체를 이용해 공격헬기를 만든다는 안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세계 추세와는 상반된 것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은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완전 별개로 발전시키고 있다.

아무튼 한국은 ‘양수겹장’ 전략을 채택했는데, 공격과 기동에 모두 쓸 수 있는 한국형 헬기를 개발한다고 하여 이 사업은 ‘Korean Multi-role Helicopter (한국형 다목적 헬기)사업’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후 KMH는 생존과 성공을 위한 만만찮은 ‘오디세이’에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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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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