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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외국자본에 발등 찍힌 대한민국

특명! 비상구를 봉쇄하라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외국자본에 발등 찍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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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에 발등 찍힌 대한민국

시티그룹은 한미은행 인수 의사를 발표하면서 상장폐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증권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잇따른 고배당 움직임은 해당 회사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인 이찬근 교수(인천대)는 “수백%의 고배당을 실시하며 이익을 빼내가는 데만 관심을 두는 것은 국내에서 ‘계속기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화하는 것”이라며 투기성 외국자본을 강력히 비판했다.

외국자본 엑소더스 시작됐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고배당과 유상감자를 외국자본의 단계별 엑소더스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1단계로 대규모 배당을 통해 초기 투자금액을 회수하고, 2단계로 소액주주의 지분을 없애 ‘대주주 천하(天下)’를 만든 뒤, 3단계로 유상감자 등을 통해 대주주 자본을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기 이익을 실현한 후 한국시장을 등지는 외국 자본의 행태가 국내 실물경제에 충격파를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증권산업노조 김정배 정책국장은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외국인 주주의 고배당 압력에 밀려 현재와 같은 고율 배당이 계속되면 기업내 재투자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 공동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견해는 아직까지 중립적이다. 한국증권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회사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인지 내부유보할 것인지는 개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고배당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규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이익금을 일단 회사 내부에 유보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고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거나 사양산업이라는 판단이 서면 회사 규모를 줄이고 이익을 실현하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진석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자칫 잘못하면 외국인들이 자금을 모두 유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유상감자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 부회장 역시 “쥐를 잡자고 독을 깰 수야 없지 않느냐”며 자율적 시장 기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브릿지증권 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폐지 또는 청산을 통해 한국 영업을 완전히 접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제 이런 의구심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브릿지증권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유상감자를 실시했고 청산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릿지증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주주측에서 한국내 영업 포기를 결정하고 아예 회사를 청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복잡한 절차와 청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유상감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와 갈등 소지

상장폐지는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 규율 준수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단골로 써먹는 수법 중 하나이다. 너도나도 증시 상장을 통해 ‘상장기업’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싶어하는 마당에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것이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법도 하다. 일반적으로 상장폐지는 곧 부도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거래소 상장사 가운데는 지난 1994년 삼라스포츠가 미국의 나이키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 자진해서 상장을 폐지한 이래 쌍용제지(1999년 5월, 대주주 P&G), 한국안전유리(2000년 2월, 소피앙), 대한알루미늄(2001년 2월, 알칸), 송원칼라(2001년 12월, 클라이언트) 등 외국인 대주주에 의한 상장 폐지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은행을 인수한 시티그룹은 공개매수를 통해 8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상장폐지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인수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단서조항까지 달면서 국내시장 진출 단계부터 상장폐지 의도를 분명히 했다.

코스닥 시장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네덜란드계 리어오토모티브서비스가 최대주주인 한일(SUV 차량용 시트 제조업체)은 지난해 8월 주식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 올해 2월 최종적으로 등록 취소됐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자유치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1999년에도 이미 모토롤라가 대주주인 어필텔레콤, 타이코 파이스트 홀딩스가 최대주주이던 캡스, 동방전자 등 4~5개 기업이 스스로 코스닥 시장을 떠났고 2002~03년에도 케이디엠, 케미그라스 등이 등록 취소를 선택했다.

코스닥위원회 이철재 등록심사부장은 “자진 등록취소를 선택하는 기업은 대부분 더 이상 자금 조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외국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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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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