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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초호화 마케팅, 빗나간 과시욕에 수입차 시장은 지금 ‘거품전쟁’

  • 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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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다량구매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본사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차를 구입,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에서 예로 든 S350 모델도 이 같은 계산법을 적용할 경우 1억4500만원으로 국내 판매가인 1억48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BMW 차량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530i도 마찬가지. 이 차량의 독일내 기본모델 가격은 4만3100유로지만 국내 판매차량과 똑같은 옵션-제논 헤드라이트, 크루즈 컨트롤, 주차경보장치, 컴포트 시트, 선루프, 런플랫 타이어 등-을 설치할 경우 6만2620유로로 가격이 올라간다. 이는 한국돈으로 8760만원. 국내 판매가인 8690만원보다 비싸다는 게 BMW코리아의 설명이다. 물론 똑같은 옵션 사양 차량의 미국내 판매가격은 6840만원으로 한국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수입차에 대한 양국의 세율과 대량 판매에 따른 운송비 및 보험료 절감분을 고려하면 국내 판매가가 턱없이 높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게 BMW코리아의 설명이다.

‘풀 옵션’ 선호가 가격 상승 부추겨

미국차의 경우는 어떨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M캐딜락 CTS모델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4만1620달러(4990만원)로 한국내 판매가인 5935만원보다 19%나 싸다.

김근탁 GM코리아 사장은 이에 대해 “국내 판매차량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기본 모델에 서스펜션, 루프, 트랜스미션, 디지털 오디오 등 최고의 옵션 사양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환율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현지 판매가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더 낮은 경우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폴크스바겐 뉴비틀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3280만원이지만 독일내 판매가는 2만1250유로(3030만원)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반면 에어컨, 알로이 휠, 열선내장 가죽시트, 선루프, CD 체인저 등 500만원 상당의 옵션이 추가돼 사실상 국내에서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아직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수입차 가격이 높은 이유로 설명된다. 미국의 경우 수입차가 전체 승용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2003년 기준)이고 일본은 4.8%인 데 비해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2%를 넘는 등 아직 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

또한 수입차가 아직 대량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허가 형식승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모델당 30만∼100만달러의 비용을 차량 판매가에 분산시켜 반영할 수밖에 없어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게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해명이다.

게다가 딜러가 매달 지출하는 매장 운영비 및 임직원 임금, 물류비, 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선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 판매량이 한정된 상태에서 이를 소화하려면 대당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한마디로 행정비용과 물류비, 마케팅 비용 등을 실판매대수로 나눈 대당 간접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황을 무시한 채 수입차 업체가 고리대금업 수준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취급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딜러 마진도 10∼15% 수준으로 다른 국가는 물론 국내 수입차 업체 사이에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물론 대당 가격이 1억원이 넘는 차값을 감안하면 1대를 팔 때 ‘떨어지는’ 이익은 크지만 마진율만 놓고 보면 다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는 얘기다.

다소 의아스럽지만 도요타 등 일본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입차 판매법인이나 임포터(공식 수입업체)들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 쟁탈전이 과열되면서 업체들이 광고비와 판촉비를 대폭 늘려 출혈경쟁을 벌인 게 원인이었다.

무시 못할 간접비용

업계 대표 격인 BMW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도 640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판매장려금만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280억원을 집행했다. 광고비도 전년대비 30% 가량 증가한 139억원을 썼지만 매출은 4570억원을 기록, 1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광고 선전비만 100억원을 넘게 쓰면서 출혈경쟁에 합류한 게 원인이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공식 수입업체인 고진모터스도 지난해 829억원 매출에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2002년 561억원에 비해 47%나 늘었지만 손익구조는 악화된 셈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입차 가격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본사 입장에서 해외 판매법인이 대규모 이익을 낼 필요는 전혀 없다.

판매법인은 적자를 내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높은 가격에 본사 제품을 구입, 매출을 늘려주면 그만이다. 판매법인이 이익을 내지 않더라도 본사가 판매하는 이전가격 자체를 높게 책정해 본사의 이익 확대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다면 일차적으로 판매법인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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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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