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호

‘아일랜드’

인간복제,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 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입력2005-11-30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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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기 때문. 그러나 그의 성과는 인간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인간복제의 부작용을 경고한 영화 ‘아일랜드’는 ‘황우석 신드롬’을 타고 올여름 흥행대작이 됐다. 복제인간이 넘쳐나는 영화 속 가상현실로 들어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반추해보자.
    ‘아일랜드’
    올더스 헉슬리는 1932년 인간복제를 다룬 인류 최초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발표하면서, 반어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이 명대사를 제목으로 달았다. 모든 인간이 ‘태아 생식의 굴레’를 벗고, 공유·균등·안정이 실현된 인공부화기 속의 삶을 사는 ‘유토피아’의 미래는, 지금 읽어봐도 충격적이다. 헉슬리는 이 책 서문에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말을 인용했다.

    “어떻게 유토피아의 궁극적인 실현을 피할 것인가?”

    생명공학의 정점에는 인간복제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 인간복제는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복제양 ‘돌리’가 등장하면서 인간복제는 가능한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황우석 박사가 복제송아지 ‘영롱이’와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데 이어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인간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은 생명공학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을 함의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인간복제라는 주제는 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로서 이미 여러 대학의 논술·구술 문제로 출제됐다. 앞으로도 이 논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생명윤리에 대한 자신의 관(觀)을 확고하게 세워놓아야 한다.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는 공상과학영화로 인간복제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인간복제가 실현된 가상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생명복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비인간적 욕망의 본질을 꿰뚫는다.



    영화는 주인공이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장중하게 말한다.

    “넌 특별한 존재다. 넌 매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넌 선택된 존재다. 아일랜드가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초현대식 연구소 건물에서 생활하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 분)는 꿈을 꾸고 난 다음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통제받는다. 그곳에선 수많은 이가 똑같이 하얀 옷을 입고 관리용 팔찌를 차고 격리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장기 제공 위해 배양된 클론

    이들은 모두 자신이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소원은 추첨에 당첨돼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다. 추첨 결과는 수시로 발표되는데, 아일랜드행(行)이 결정된 클론은 기뻐하고 다른 클론들은 그를 한없이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는 잔인한 속임수다. 이들은 인간에게 장기(臟器)를 제공하기 위한 클론일 뿐이다.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 분)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클론이다. 링컨은 조던과 가깝게 지내려 하지만 감독관에게 통제받는다.

    최근 날마다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던 링컨은 제한되고 규격화된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던 중 연구소 건물에서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매코드(스티브 부세미 분)와 일을 하다가 통풍구를 통해 들어온 나방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나방을 잡아서 병 속에 보관하고 조던을 만나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밖에서 살았을까? 늘 바깥에서 여기로 생존자들을 데려오는데, 그 사람들은 어디서 오느냐 말이야.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야.”

    한편 통제된 연구소 섹터에서는 인간복제 개발자인 메릭 박사(숀 빈 분)가 인공 자궁에서 배양된 클론을 계속 탄생시키면서 말한다.

    “제품은 괜찮은 것 같군. 시설로 보내도록 하게.”

    클론은 인간이 아니라 단순한 제품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 또다시 아일랜드로 가는 명단이 발표되는데, 거기엔 조던이 포함돼 있다. 조던은 기쁜 표정으로 링컨에게 “아일랜드에서 다시 만나”라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은 링컨은 잡아둔 나방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놓인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본다. 하얀 옷 위에 연구원들이 입는 가운을 걸치고 조심조심 건물을 살펴보던 링컨은 얼마 전 아일랜드행에 당첨돼 기뻐하던 산모가 아기를 낳자마자 처참하게 살해되고, 또 다른 동료가 장기를 추출당하며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결국 ‘아일랜드’는 지상의 낙원이 아니라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하고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곳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CCTV 모니터에 통제시설에 잠입한 링컨이 나타난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링컨이 수용된 클론들에게 접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링컨이 오염됐다”고 방송하면서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링컨은 아일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던 조던에게 달려와 상황을 알리고 수용시설을 빠져나와 탈주를 감행한다.

    한편 연구소의 한 섹터에서는 복제를 신청할 스폰서들에게 홍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장기는 전 우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3억년의 진화를 통해 얻어진 산물이죠. 한 가지만 빼고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죠. 그건 기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신체를 되살리려는 생각은 수세기에 걸친 과학의 과제였죠.”

    이어서 메릭 박사는 스폰서들에게 복제인간이 무의식 상태라고 속인다.

    “모든 복제인간은 항상 무의식 상태로 유지됩니다. 의식 상태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생각할 수도 없으며 고통, 사랑, 기쁨과 미움도 느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제품입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수명을 60년에서 70년이나 연장하는 방법입니다.”

    경험 복제와 기억 각인

    메릭 박사는 용병대장 로랑(지몽 운스 분)을 만나 링컨과 조던을 제거할 것을 의뢰하면서 이들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대사를 이화여대 기출문제(478쪽 참조)에 나오는 경험복제의 개념과 연관지어 음미해보자.

    “공통적인 사건 기록을 통해 그들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TV 프로그램, 만화, 서적 그리고 게임은 모두 공격성을 관리하고 사회적 태도를 고양하기 위한 겁니다. 그들은 15세까지 교육을 받은 아이와 수준이 같습니다.”

    연구소 밖으로 나온 링컨과 조던은 연구소의 기술자인 매코드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파악한다. 아래 대사 중 기억 각인에 관한 것을 이화여대 기출문제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다.

    “너희는 인간이긴 하지만 진짜가 아냐. 너희는 클론이야. 인간 세상의 누군가를 복사해놓은 거지. 성형수술로 새로운 피부를 원하는 여성이나 누군가 아파서 새로운 장기를 원할 때 너희한테서 가져가는 거야.”

    그러자 조던이 자신을 클론이라고 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 엄마가 있어요. 기억도 나요. 전 목장에서 자랐고 강아지랑 자전거도….”

    “알아. 그걸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면 할머니가 뜨거운 쟁반에 쿠키를 구워주셨지? 그건 기억 각인일 뿐이야. 일어난 적이 없는 거야. 너희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모두가 영생을 꿈꾸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든 지급할 부자들이 있어.”

    “사람들은 우릴 죽이는 걸 상관 않나요? 우리에게서 장기를 꺼내가는 걸?”

    “그들은 몰라. 채소처럼 재배되는 걸로만 알지. 스폰서한테는 그렇게 알리고 있어.”

    “스폰서요?”

    “너희를 만들도록 시킨 사람들…. 너희를 소유하는 셈이지.”

    “왜 메릭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스폰서에게 알리길 원치 않죠?”

    “버거를 먹기 위해 소를 만나볼 필요가 없는 거랑 같은 이유 아닐까?”

    링컨과 조던은 매코드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스폰서를 찾아 나선다. 로랑의 용병대는 이들을 계속 추적하고 이 과정에서 매코드는 총에 맞아 죽는다. 조던의 스폰서는 모델인데 몸이 아파 병원에 있어 만나지 못하고, 링컨의 스폰서인 톰 링컨의 집을 찾아간다. 톰 링컨은 무의식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던 자신의 클론이 의식을 가지고 나타난 것에 아연실색한다.

    톰 링컨은 자신의 클론인 링컨과 함께 복제인간의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다가 용병대장 로랑에게 발각되는 순간 서로 자신이 인간인 톰 링컨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건 인간 톰 링컨이다.

    ‘아일랜드’

    영화 ‘아일랜드’는 생명윤리에 관한 고민이 개개인의 실존 문제로 닥쳐왔음을 경고한다.

    용병대장인 로랑이 임무를 완수했음을 알리며 왜 클론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메릭 박사가 대답한다. 이 대사를 숙명여대 기출문제(475쪽 참조)에 등장하는 생명윤리의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하오. 난 과학의 성배(聖杯)를 발견했소. 난 생명을 선사하오. 복제인간은 도구이자 기구일 뿐이오. 가능성은 무한하오. 2년 이내에 난 백혈병을 완치할 수 있게 되오. 얼마나 많은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당신하고 신뿐일 것 같군요.”

    연구소에서 이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링컨과 조던은 연구소에 잠입해 클론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함께 탈주한다. 하얀 트레이닝복을 입고 대지 위로 걸어나오는 수많은 클론을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실존의 문제로 닥친 생명윤리

    블록버스터 영화 감독인 마이클 베이는 ‘아일랜드’에서 인간복제라는 사회성이 높은 소재를 통해 도덕적인 질문을 던진다.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이 시점에 생명윤리에 관한 고민이 개개인의 실존 문제로 닥쳐왔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한다. 이완 맥그리거는 순진하고 예민한 성격의 링컨 6-에코와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가식적인 톰 링컨이란 두 인물을 완벽히 다른 성격으로 그려낸다. 조던 2-델타와 모델인 사라 조던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은 기존의 순수한 이미지를 탈피해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영화 속 논술·구술 워밍업〉

    ※첨단 생명공학으로 인간복제를 통하여 장수할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과학의 발달로 어떤 미래 사회가 펼쳐질 것인지 상상해보자.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클론들이 이 세상에 나와 살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해보자.

    [핵심 기본 논제1]

    ※영화 ‘아일랜드’는 인간복제를 주제로 한 영화다. 인간복제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 견해를 논술하시오.

    〈예시 답안〉

    생명공학은 분자생물학, 유전학, 미생물학, 발생학 등 생명과학 제(諸) 분야의 비약적인 성장을 발판 삼아 급속히 발전해왔다. 더욱이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와 배아줄기세포 복제의 성공으로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복제가 현실이 될 때, 이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판정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의 궁극적 목표가 질병의 진단과 치료, 인간의 수명 연장과 같이 ‘삶의 질’을 고양하는 데 있으므로 그 본래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일단 축복이라 생각한다. 물론 생명공학 기술의 오·남용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예측되므로 재앙의 근거가 될 만한 것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운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처럼 인간의 유전자 조작 시술이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모든 인류가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유전자 조작 시술을 받을 경우 인류에게 일시적으로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세계 인식과 삶의 방식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유전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을 둘러싼 비밀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일이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복제가 실현될 수 있다. 이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찬성하는 견해는 과학이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거나 불임 문제 해결, 불치병 치료와 같은 공리적 효과에 근거하고 있다. 반대하는 견해는 생명이 기계론적 과학 탐구로는 이해되지 않는 초합리적이고 신비스러운 무엇이라는 관념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이 견해는 인간복제를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현대 문명의 반(反)생명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생명복제, 특히 인간복제의 문제는 과학이나 법을 넘어 본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전공학의 발전이 가져올 개인적·사회적 변화와 그 영향력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상황이다.

    [핵심 기본 논제2]

    ‘아일랜드’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머지않아 인간이 환경, 자신의 두뇌 그리고 자신의 진화를 완전히 지배할 때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완전한 지배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구체적인 이유나 증거 또는 여러분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예를 들어보시오.

    〈예시 답안〉

    (찬성 견해) : 삶의 질을 고양할 것이라는 데 찬성합니다. 미래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지배력이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이제껏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간은 과학의 결과물인 과학적 유전자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복제 기술로 인간의 질병을 통제하며 수명을 연장할 것입니다. 또한 통제되지 않는 자연의 힘이 갖는 예측 불가능한 재해를 발달한 예측기술과 기상 조절 과학기술을 통해 방지하고, 더욱 더 안전한 삶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두뇌 구조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통해 사고(思考)가 한층 더 발달하는 진화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발달한 사고를 지닌 인류는 진보적이고 이성적인 인류의 모습을 만들어감으로써 분쟁과 분란이 끝난 긍정적 세계로 이끌 것임을 확신합니다.

    (반대 견해) : 삶의 질을 고양할 것이라는 데 반대합니다. 삶의 질은 물질적 조건만이 아닌 심리적·윤리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비롯한 첨단 기술은 인간의 활동을 개인적 공간으로 한정시키고 있습니다. 미래 과학의 발달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강화해 자연에 대한 광범위한 파괴가 자행될 것입니다. 또한 유전공학의 급격한 발달은 인류의 윤리적 기준을 혼란스럽게 해서, 비인간적 행태가 만연할 것이 분명합니다.

    인간복제 기술은 난치병 치료와 같이 인류를 위해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나 생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될 경우 인류를 커다란 재앙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윤리 의식이 희박한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을 오용하거나 나쁜 목적을 가진 범죄 집단이 인간복제 기술을 이용한다면, 대량 살상이라는 반인륜적인 대혼란을 야기해 지구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기출문제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를 각각 설명하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500자(±100자) (숙명여대 2004학년도 정시)

    제시문

    (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양부모에게 버림받고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린 로봇 데이비드의 이야기입니다. “He has brown hair, he has blue eyes.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real.”이라는 광고 카피가 진한 여운을 주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지능을 가지고, 사랑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이 로봇은 과연 ‘살아 있는’ 걸까요? 만약 산 것이 아니라면,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그 로봇의 모든 행동은 그저 좀 잘 만들어진 컴퓨터 수준에 불과한 것일까요? 반대로 그 존재가 살아 있는 것이라면, 왜 로봇은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제가 이토록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바로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생명’이라는 개념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 = 생물 = 귀하고 소중한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 = 무생물 = 가치가 덜한 것’이라는 공식에 아주 익숙한 편입니다. 생명은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배웠고, 살아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왔죠. 그중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가장 우선하는 가치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개념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생명’의 범위부터 다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게 진짜 살아 있는 것이고, 어떤 게 진짜 살아 있지 않은지를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의 주인공 구사나기는 뇌를 제외한 온몸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입니다. 구사나기는 시간만 나면 홀로 호수 속으로 들어갑니다. 기계인 몸은 무거워서 한없이 가라앉고 자칫 물이 스며들어 고장이 나면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사나기는 그렇게 물 속 깊은 곳으로 침전합니다. 과연 나는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인지, 사실 몸의 다른 부분처럼 뇌 역시 기억을 이식한 컴퓨터 칩으로 바뀌었는데 자신만 모르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기계인 내가 왜 실존과 고독의 근원을 고민하는지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말이죠.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구사나기가 겪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존의 기준이 더는 들어맞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고,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거치며, 생각을 통해 후손을 남기고, 대사 활동을 하는 것만을 생명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이은희,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나) 우선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복제 양 ‘돌리’라는 온전한 존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세 명의 어머니가 필요했습니다. 먼저 유전자상의 어머니입니다. 이 어머니의 유선(乳腺) 조직 세포를 떼어내어, 그 유전자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 태어날 양(羊)의 조직 형성을 조절하도록 만듭니다. 두 번째는 수정란상의 어머니입니다. 거기에서 수정란 세포를 떼어내어 그 각각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빨아냅니다. 그리고 전기적 충격의 도움을 받아 이제 핵이 빠져버린 수정란 세포와 유선 조직의 세포를 융합합니다. 그러면 유전자상 어머니의 유전 형질만이 수정란 세포에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제는 세 번째의 대리모(代理母)인 양이 필요합니다. 자라나는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합니다. 그러면 통상적인 임신 기간이 지나고 난 후에 그의 유전자상의 어머니와 동일한 우리의 ‘돌리’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남성에게선 아무런 성분도 받을 필요가 없는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제가 옳게 본 것이라면, 선생님은 남성의 몫에 대한 포기 때문에 전전긍긍하시는 겁니다. 선생님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양에게서, 다음에는 돼지에게서, 그리고 마침내 원숭이에게서 성과를 거두게 될, 아버지가 전혀 필요 없는 유전자 조작이 조만간 인간에게도, 더 좁혀서 말하자면 여성에게 적용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사실상 그 점은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도처에서 사람들은 희망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지고 상상에 그치지 않을 집짓기 방식이 확장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돌리’의 ‘정신적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빌머트 박사는 유전자상의 어머니, 수정란상의 어머니 그리고 대리모로 자신을 제공하겠다며 벌써부터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 모든 것은 당분간은 사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이자 공로가 큰 유전자 연구가인 제임스 슨은 이미 1970년대 초반에 특출한 인물,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이라든지 칼라스라든지 피카소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을 인공 배양할 수 있다는 점을 예언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하게 촉구했던 것입니다.

    선생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학문적으로 뒷받침된 생명윤리학입니다. 생명윤리학이 시대에 뒤떨어진 도덕관념보다도 훨씬 효과적이려면, 먼저 광범위하게 퍼진 불안감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날에 옛 방식대로 생겨난 인간 세대와 나란히 성장하게 될 복제인간 세대에 새로운 사회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권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후베르투스 폰데어브뤼게가 귄터 그라스에게 보낸 편지, 귄터 그라스의 ‘나의 세기’ 중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Tip〉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전통적인 생명 탄생의 방식 이외의 새로운 방법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나아가 전통적인 정의에서 벗어난 인간 형태의 생명이 출현할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제시문은 이러한 ‘인간의 생명’의 범위, 탄생 방식, 생명 윤리 등에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다.

    ●제시문 (가)는 이은희의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에 나오는 ‘인간의 생명’ 개념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담았다. 저자는 젊은 층에게 친숙한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가상적 대상에 대해 갖게 된 의문을 바탕으로 생명체에 부여하는 가치를 새로운 형태의 존재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 ‘A.I.’의 이야기와 ‘공각 기동대’를 통해 ‘인간의 생명’ 개념의 확장을 말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생물=귀하고 소중한 것’ ‘살아 있지 않은 것=무생물=가치가 덜한 것’이라는 공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즉 과학기술의 발전과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생명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나)는 귄터 그라스의 장편 ‘나의 세기’에 나오는 편지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유전학 교수인 폰데어브뤼게는 아버지 없는 시대의 도래를 우려하는 귄터 그라스에게 학문의 발전은 멈출 수 없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태어난 인간이 더는 부정될 수 없는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통해 생명윤리학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논술에서는 첫 번째로 두 제시문에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개념의 확장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을 인지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 (가)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생물도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나아가 ‘인간의 생명’의 한 형태로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포함돼야 한다. 제시문 (나)에 대한 설명에서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방법이 결국 인간에게도 적용됨으로써 나타나는 생명 윤리의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두 번째 내용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이때 ‘인간의 생명’의 범위와 전통적 생명윤리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그리고 절충적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예시 답안〉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 생명의 신비에 대한 비밀을 벗기고 있다. DNA의 구조, 조직, 기능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찾아내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작업으로 인해 인간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또한 인간 배아를 복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아가 인간복제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인간의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통적인 생명관은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다. 사람보다 더욱 사람 같은 ‘지능형 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으며, 인간과 기계의 이종(異種) 교배를 통한 잡종인 ‘사이보그’의 탄생 또한 잠재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이 유전자를 통하지 않고 기계와 일체화돼 인공적으로 진화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는 사이보그는 말할 것도 없고, 기계가 진화하여 인간에게 접근했다고 볼 수 있는 로봇까지 ‘생명’의 범위에 포함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제기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단성(單性) 생식이라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방법이 결국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전통적인 생명윤리에 대한 찬반의 견해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돌리라는 양이 처음 복제된 이후 인간복제는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생명이 다른 무생물과 비교하여 아무런 존재 의미를 갖지 않는 물질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인간은 단지 그러한 물질의 집합체 중 진화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고등한 형체에 불과하다면,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생명’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넓혀 무생물의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인간의 생명’을 복제하려는 시도 또한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을 넘는 행위이다. 그렇다고 식량, 질병, 환경, 보건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명과학의 공리적인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세계는 생명과학에 더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그 발전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다. 과학은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만큼 이를 운용하고 적용하는 주체인 사람이 관건이다. 따라서 생명과학의 공리적인 효과를 받아들이되 이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생명과학 연구에 윤리 의식 확립이 선행돼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건전한 생명 의식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이 발전할 때, 생명과학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질 것이고, 인류는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관련 기출문제

    ※현대 사회는 무한 복제(複製)에 의한 상품의 대량 생산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오늘날의 무한 복제는 단순한 인쇄물에서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인간의 경험까지 복제, 반복, 확대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의 사회적 상황을 개인의 실존 문제와 대비할 때, 다음 이야기에 함축된 인생의 의미를 자신의 처지에서 논술하시오. 1500자(±100자) (이화여대 2002학년도 모의논술)

    제시문

    옛날에 어떤 왕이 살았는데, 그는 이 지구상의 모든 권력과 금은보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불행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자기의 궁정 요리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오랫동안 충직하게 나를 섬겨왔고 나의 식탁을 가장 훌륭한 요리로 가득 채워주었다. 그래서 그대가 내 마음에 들었지. 하지만 나는 그대의 요리 솜씨를 마지막으로 한 번 시험해보고 싶네. 그대는 내가 50여 년 전에 시식해보았던 산딸기 오믈렛 요리를 만들어야 하네.

    50여 년 전 나의 선왕(先王)은 동쪽에 있는 이웃나라와 전쟁을 했었지. 그때 우리는 싸움에 져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망을 쳐야만 했네. 드디어 어느 날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허기와 피로에 지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지. 그러던 중 어느 조그만 오두막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 오두막에는 한 노파가 살고 있었네. 그 노파는 뛰어나와 우리를 반기면서 손수 부엌에 들어가 일하더니 곧 무엇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산딸기 오믈렛이었어. 그 오믈렛을 입에 넣자마자 나에겐 기적처럼 힘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고 또 새로운 희망이 샘솟았다네.

    그때만 해도 나는 젊었기 때문에 그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오랫동안 그 맛을 잊고 있었지. 그런데 내가 나중에 이 요리 생각이 나서 온 나라를 뒤져 그 노파를 찾아보게 했지만, 그 노파는 물론이고 그 노파의 산딸기 오믈렛과 같은 요리를 해줄 만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대가 만약 나의 이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준다면 나는 그대를 내 사위로 맞아 후계자로 삼겠네. 그렇지만 만약 이런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대는 죽어야만 하네.”

    이 말을 듣던 궁정 요리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폐하! 정 그러시다면 곧장 형리를 불러주십시오. 물론 저는 산딸기 오믈렛의 요리법을 잘 알고 있고 하찮은 채소에서 고상한 향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와 양념을 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믈렛을 만들 때 어떻게 저어야 제 맛이 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저는 죽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든 오믈렛은 폐하의 입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폐하께서 당시 드셨던 모든 재료와 양념을 제가 무슨 수로 마련하겠습니까.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절박함, 부엌의 따뜻한 온기, 휴식의 달콤함,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 어찌 될지 모르는 어두운 미래, 이 모든 분위기는 제가 도저히 마련하지 못하겠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Tip〉

    ●제시문에서 왕은 그때 그 맛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고, 요리사는 음식을 같게 만들 수는 있어도 왕이 먹을 당시의 정서와 분위기는 재현할 수 없다고 하면서 거절한다. 이것을 인간의 경험이 복제되는 상황에 대입해볼 때 왕의 생각은 인간의 경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에 요리사의 생각은 경험은 근본적으로 일회성을 띠므로 복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논제에서 ‘개인의 실존과 대비할 때’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개인이 실제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경험까지 복제, 반복, 확대되는 현상이 개인의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논의를 펼쳐야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의 대량 생산, 유행을 통한 개성 상실, 생명의 복제 등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며 경험과 인간 실존, 인생의 의미 등으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예시 답안〉

    현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단순한 상품에서부터 식물과 동물까지 대량으로 복제가 가능한 시대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경험마저 복제, 반복, 확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시시대 밀림에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놀이기구라든지, 개인 타임캡슐 제작하기 등에서 우리는 그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과거의 경험을 다시 체험하거나 회상하게끔 해준다. 앞으로 급격히 발달하는 과학기술에 힘입어 인간의 경험을 복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삶은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까?

    제시문에 나타난 것처럼 자신이 가장 맛있게 먹은 산딸기 오믈렛의 바로 그 맛을 솜씨 좋은 요리사의 요리법을 통해 되살려낼 수 있으리라는 왕의 생각은 인간의 경험을 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간의 경험을 복제하는 것은 음식을 똑같이 만들거나 한 송이 꽃이나 한 마리 양을 복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다. 음식이나 꽃이나 양과 같은 실체는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다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가 단순한 동식물이나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기에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그 어떤 사소한 경험의 복제라도 가능한 시대가 온다고 해서, 나날이 비슷한 경험의 반복이라고 해서 결코 자신의 주체성을 잃거나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인생은 경험의 연속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존재에 대해 주체적인 인식과 지각을 할 수 있다.

    최근 논의의 대상이 된 복제인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맥락의 문제의식을 끌어낼 수 있다. 그 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인간과 인생의 전체적 틀이나 유형조차 원하는 대로 선택해 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로 모든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맹신에 빠져드는 순간 삶의 중요한 결을 이루는 다양한 경험과 느낌, 분위기의 맛, 즉 인생의 실존적 의미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

    인간의 실존은 자신만이 갖는 경험, 주체성, 독특함에 기인한다.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의 한번뿐인 인생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날마다 겪는 경험을 볼 때, 비슷한 경험은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경험이 반복될 수는 없다. 또한 경험이라는 것은 인생을 사는 과정의 총체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창조적이며 실존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고유함을 깨닫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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