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영화 속 논술②

‘아일랜드’

인간복제,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 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아일랜드’

1/7
  •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기 때문. 그러나 그의 성과는 인간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인간복제의 부작용을 경고한 영화 ‘아일랜드’는 ‘황우석 신드롬’을 타고 올여름 흥행대작이 됐다. 복제인간이 넘쳐나는 영화 속 가상현실로 들어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반추해보자.
‘아일랜드’
올더스 헉슬리는 1932년 인간복제를 다룬 인류 최초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발표하면서, 반어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이 명대사를 제목으로 달았다. 모든 인간이 ‘태아 생식의 굴레’를 벗고, 공유·균등·안정이 실현된 인공부화기 속의 삶을 사는 ‘유토피아’의 미래는, 지금 읽어봐도 충격적이다. 헉슬리는 이 책 서문에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말을 인용했다.

“어떻게 유토피아의 궁극적인 실현을 피할 것인가?”

생명공학의 정점에는 인간복제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 인간복제는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복제양 ‘돌리’가 등장하면서 인간복제는 가능한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황우석 박사가 복제송아지 ‘영롱이’와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데 이어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인간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은 생명공학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을 함의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인간복제라는 주제는 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로서 이미 여러 대학의 논술·구술 문제로 출제됐다. 앞으로도 이 논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생명윤리에 대한 자신의 관(觀)을 확고하게 세워놓아야 한다.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는 공상과학영화로 인간복제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인간복제가 실현된 가상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생명복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비인간적 욕망의 본질을 꿰뚫는다.



영화는 주인공이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장중하게 말한다.

“넌 특별한 존재다. 넌 매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넌 선택된 존재다. 아일랜드가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초현대식 연구소 건물에서 생활하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 분)는 꿈을 꾸고 난 다음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통제받는다. 그곳에선 수많은 이가 똑같이 하얀 옷을 입고 관리용 팔찌를 차고 격리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장기 제공 위해 배양된 클론

이들은 모두 자신이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소원은 추첨에 당첨돼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다. 추첨 결과는 수시로 발표되는데, 아일랜드행(行)이 결정된 클론은 기뻐하고 다른 클론들은 그를 한없이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는 잔인한 속임수다. 이들은 인간에게 장기(臟器)를 제공하기 위한 클론일 뿐이다.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 분)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클론이다. 링컨은 조던과 가깝게 지내려 하지만 감독관에게 통제받는다.

최근 날마다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던 링컨은 제한되고 규격화된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던 중 연구소 건물에서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매코드(스티브 부세미 분)와 일을 하다가 통풍구를 통해 들어온 나방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나방을 잡아서 병 속에 보관하고 조던을 만나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밖에서 살았을까? 늘 바깥에서 여기로 생존자들을 데려오는데, 그 사람들은 어디서 오느냐 말이야.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야.”

한편 통제된 연구소 섹터에서는 인간복제 개발자인 메릭 박사(숀 빈 분)가 인공 자궁에서 배양된 클론을 계속 탄생시키면서 말한다.

“제품은 괜찮은 것 같군. 시설로 보내도록 하게.”

클론은 인간이 아니라 단순한 제품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 또다시 아일랜드로 가는 명단이 발표되는데, 거기엔 조던이 포함돼 있다. 조던은 기쁜 표정으로 링컨에게 “아일랜드에서 다시 만나”라고 말한다.

1/7
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연재

영화 속 논술

더보기
목록 닫기

‘아일랜드’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