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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집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사교육비 월 700만원, 자기 비하 못 이겨 정신과 치료…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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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특목고 열풍

‘외고 특별전형 경쟁률 껑충’ ‘특목고 인기 다시 살아난다’…. 11월초 언론은 예년보다 상승한 외고, 과학고의 경쟁률을 알리며 일제히 ‘특목고 열풍’을 보도했다. 내신강화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이 발표되면서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특목고의 인기가 올해 되살아난 것. 이는 2008학년도 입시 이후 대학별 고사와 다양한 특기자 전형이 강화되면서 특목고 출신이 진학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목고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준말로 예술계 고교나 실업계 고교도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 국제고 등을 지칭한다. 최근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는 제목의 책이 인기를 모을 만큼,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특목고 예찬’이 절정을 이룬다. 평준화 고교에서 접할 수 없는 고급 커리큘럼과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목고의 가장 큰 장점. 게다가 고교 시절 뛰어난 학생들과 사귀면 훗날 훌륭한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특목고 진학 열풍의 이면엔, 앞서 등장한 두 사람의 고백처럼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특수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립된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기관’으로 전락하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성적에 특히 민감한 상위권 학생들이 뛰어난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좌절을 내면화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지난 봄 서울과 인천의 과학고, 대전 지역의 외고에서 전해진 특목고 재학생의 자살 소식은 특목고 교육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과열된 경쟁을 피해 특목고를 떠나는 학생도 종종 눈에 띈다. 올해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 이모(19)양은 서울 A외고 1학년 재학 시절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매번 피 말리는 등수 경쟁으로 초조해하기보다,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로 고2 때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모교인 외고가 아닌 일반고행(行)을 택했다.



“수업시간에 쪽지시험을 보면 점수를 공개했어요. 선생님이 ‘다 맞은 사람, 한 개 틀린 사람’ 하고 물으시면, 학생들이 손을 드는 거죠. 하루는 우리 반 과반수 의 학생이 쪽지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는데, 전 하나를 틀린 거예요. 그것 때문에 예민해져서 다음 수업 시간 내내 양호실에 누워 있었어요.

학교에선 모의고사 시험 성적을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붙여놓곤 했어요. 중학교에서 1, 2등 하던 학생들끼리 0.1~0.2점 차로 경쟁하는데, 50등 안에 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동아리 선배가 ‘넌 왜 50등 안에 못 드느냐’고 물으면 어찌나 자존심 상하던지…. 그런데 내 점수면 일반고에선 전교 1, 2등도 가능하겠더라고요.

매번 이렇게 가슴 졸이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반 친구의 70%가 외국에서 살다온 걸 보고, 저도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됐죠. 짧은 중국 유학 생활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정말 즐거웠어요. 성적만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주저 없이 일반고를 택했어요. 외고 출신이라 ‘왕따’ 당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는데, 친구들이 따뜻하게 맞아주더라고요.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마음 편한 일반고 생활이 훨씬 행복해요.”

“무조건 서울대 가라”

특목고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좌절하는 학생들의 문제를 그저 ‘나약한 심신’ 탓으로 돌려야 할까. 서울 모 대학 교육학과 J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해간 특목고가 다시 그 아이들을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서열화하고 있다”며 “특목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특성화 교육을 실천하기보다 입시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 입학처장을 맡았던 그는 “우리 대학에 진학한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못 간 것에 대한 피해의식과 고등학교 때 느끼던 열등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성적으로 주눅들게 만드는 교육행태가 우수한 학생들에게 자기비하감만 심어줬다”고 비판한다.

서울 C외고 출신 김만석(26·가명)씨는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씁쓸하게 떠올린다. 그는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도 얻었지만, 모교를 찾아가는 일은 마냥 껄끄럽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이 반에서 1~5등 하는 애들은 모두 당신의 성을 붙여서 이름을 부르시곤 했죠. 면담할 땐 성적순으로 불려 나갔고요. 선생님은 10등 이후의 아이들 이름은 거의 기억을 못하셨어요. 그냥 ‘야!’ 하고 부르셨죠.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은 없는데….

‘서울대에 몇 명이나 입학하느냐’가 관건이다 보니, 입학원서 쓸 땐 재미난 풍경도 벌어져요. 담임선생님은 학생에게 ‘서울대 낮은 학과를 지원하라’고 권유하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특차로 사립명문대 상위학과에 가겠다’고 우겨 밤새 승강이가 벌어지는 거죠. 학교 간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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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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