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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namsung@korea.ac.kr

‘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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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중국 지린성의 3개 철강기업이 향후 50년간 개발권을 확보한 북한 무산광산.

11월2일자 홍콩의 대공보(大公報)는 2005년 10월 지린(吉林)성의 퉁화철강그룹, 옌볜톈츠철강그룹, 중강그룹 3개 기업이 향후 50년간의 무산광산 개발권을 따내는 계약을 북측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가동률이 미미하지만 총매장량 30억t, 가채 매장량이 13억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산철광 개발을 위해 이들 기업이 제시한 투자금액은 최소 70억위안(약 9000억원). 그 가운데 50억위안은 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20억위안은 지린성 퉁화에서 무산을 잇는 철도, 도로 등 수송시설 건설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를 통해 무산철광에서 매년 1000만t의 철광석을 캐낸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동북아시아 최대의 철광산인 무산광산에서 100만t의 철광석을 채굴해 지린성에 제공했다. 원래 무산탄광에서 채굴된 철광은 무산광산연합기업소로부터 청진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이르는 길이 100km의 정광(精鑛) 수송관으로 운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산광산에서 채굴되어 선별된 정광은 국경 인근에 있는 중국측 더화(德化)진에 야적되어 대형 트럭으로 중국의 제강소에 옮겨지고 있다.

2003년 694만달러 규모이던 북한의 대중국 철광석 수출은 2004년 6배가 넘는 4452만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중국 지린성은 5000만t의 철강석을 생산하고 있지만 성(省)내의 자급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연간 생산량이 252만t인 퉁화철강그룹은 2007년 무렵 철광석 수요가 82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자 북측에 50년의 합작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해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후 10월초에는 북한 내 최대 무연탄 광산인 용등 탄광이 중국 비철금속 대기업인 우쾅그룹과 처음으로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제일재경일보’ 2005년 2월3일자에 소개된 바 있는 양강도 혜산청년동(銅)광산 개발 프로젝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측이 2억2000만위안을 투자, 지린성의 풍부한 전력을 북한에 제공하고 북한은 중국에 동(銅) 광산 채광권을 주는 일종의 바터 거래다. 이러한 방식의 사업은 회령 금광, 만포 아연광산 등에서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자원을 필요로 하는 지린성과 전력을 필요로 하는 북한의 요구가 맞아떨어 이루어진 사례다.

중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하자원뿐이 아니다. 현재 랴오닝(遼寧)성 관전현 대서차진 림강촌 지역에는 임시통상구인 대북(對北) ‘화물경유지’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림강촌 지역은 평안북도 벽동군 동주리와 압록강을 사이에 둔 지역으로 벽동군 일대의 목재 집하장. 랴오닝성은 이 출입구를 통해 총 1만2000㎥에 달하는 목재를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천연자원의 채굴 못지않게 의미심장한 것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대한 중국 자본의 발빠른 움직임이다.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맞아 2005년 10월9일 방북한 중국의 우이 국무원 부총리는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와 면담하면서 자원개발과 함께 기초 인프라 건설 참여의사를 강조했다.

인프라 건설의 대표적인 분야는 지난 가을 알려진 라진항의 50년간 독점사용 사업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북지방 개발에 대비해 기존의 다롄항을 대체할 새로운 항구로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라진항에 주목하고 상당 기간 북한에 공동개발을 타진해왔다. 그러던 중 올 들어 북한이 중국측 제의를 수용해 라선시 인민위원회가 중국의 훈춘(琿春)시 둥린무역공사 및 훈춘국경경제협력지구보세공사와 50대 50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라선국제물류합영공사를 설립키로 한 것이다.

바로 이 라선국제물류합영공사가 라진항 제3부두와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제4부두를 향후 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중국측 합작 파트너는 우리 돈으로 약 390억원 규모의 자금을 북한 내 도로 건설, 관광시설 및 공업단지 조성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서 북·중 양측이 기대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북측은 외자유치로 육로운송 조건이 크게 개선됨으로써 주변에 풍부한 철광석, 석탄, 희귀 금속 및 도자기 원료 등을 채굴하고, 수려한 풍광을 이용한 관광업은 물론 교통요지를 활용한 무역업과 제조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중국은 동북부 개발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출구를 확보하게 됐다. 중국은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 라진항을 50년간 독점 운영함으로써 한국의 속초와 부산, 러시아의 자루비노와 포시에트, 일본으로 이어지는 운수통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린성의 최대 공업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훈춘은 태평양 진출을 위한 출구로 삼기 위해 라진항이 필요했다.

이렇듯 북한과 중국의 서로 다른 이해가 묘하게 일치함에 따라 사업은 양측 모두에 윈윈(win-win) 게임이 된 형국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사업은 동해안의 물류 이동권을 중국이 조차하도록 허용한 것이므로 한국의 처지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통일과정에서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우리의 영토주권이 장기간 상당한 정도로 제한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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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namsu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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