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은 특히 환경에 유해한 것으로 압니다만.
“국내 화력발전소에 가보신 적 있나요? 가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내부에서 석탄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거든요. 그 정도로 환경과 청결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내 화력발전소 열효율은 평균 40.6%(2004년)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회의 67%는 재활용하고, 탈황(脫黃)기술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화력발전의 비율을 낮춰야 합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CO2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의 비율을 낮추지 않으면 기후변화협약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더욱 높여갈 생각입니다.”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율을 높인다고요?
“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2004년 발전원(源)별 전기발전량 비율을 보면 화력발전이 60%, 원자력발전이 38.2%, 수력발전 및 대체에너지가 1.8%입니다. 그러나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7%대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를 훨씬 적게 배출합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소비증가율을 감당할 때까지는 빈 자리를 원자력이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연료전지는 ‘블루오션’
한 사장은 특히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애착을 드러냈다. 신·재생 에너지란 연료전지, 수소, 석탄액화 가스 등 3개 신에너지와 태양열, 태양광, 10MW 이하 소수력, 풍력, 바이오 매스, 지열, 해양, 폐기물 등 8개 재생 에너지를 뜻한다. 한전은 1990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분야에 338억원을 투자했고, 2012년까지 발전회사와 공동으로 약 3800억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한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라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특히 연료전지는 그 활용분야가 다양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거든요. 연료전지인 250kW급 용융(鎔融)탄산염 발전시스템을 2010년에 보급,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태양광 발전을 보급하기 위해선 2006년까지 기술 토대를 확립할 예정입니다. 이미 2002년부터 3년간 중규모 집중형 120kW급 태양광 시스템을 개발해 태안화력발전소에 설치했죠.
풍력발전은 1980년대부터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20kW급 풍차 국산화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해 남부발전소에 6MW급 풍력단지를 조성했지요. 발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삼성SDI, LG화학, GS퓨얼셀 등 사기업들도 연료전지 개발에 나섰습니다. 사기업과 경쟁하는 데 자신 있습니까.
“다른 기업과의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한전은 사기업들과는 용도가 다른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지요. 현재 민간기업에서 집중하는 것은 휴대전원용, 운송용 연료전지입니다. 휴대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 PC 등에 사용되는데 삼성SDI 등이 개발하고 있고, 운송용 연료전지는 자동차용 충전지로 현대자동차에서 집중 투자하고 있지요. 한전은 회사 특성에 맞게 ‘발전용 연료전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전력회사들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등 수요자 관리에 발벗고 나선 반면, 한전은 아직 ‘전력을 파는 회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합리적인 수요자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수요 관리는 제2의 생산’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수요 관리는 한전으로서도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와 같이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 관리는 물론, 전력 최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하계 휴가보수기간 조정 지원제도 및 자율절전 지원제도’를 시행했죠. 그 결과 상당량의 전력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에너지 절약 및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저소득층에 고효율 조명기기를 무상으로 지원했고요. 고효율 기기는 기존 형광등에 비해 36~75%의 절전효과가 있습니다.
수요 관리 활성화로 세계 최고 수준의 부하율(2004년 기준 76.2%)을 유지해, 최근 미국 부하관리협회(PLMA)가 개최한 수요관리 세미나에서 한전의 업적이 높게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한전의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이 큰 것 같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전력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왔습니다. 사실 국내 전기료는 무척 저렴합니다. 한국의 전기료가 1kWh당 74원인 데 반해, 일본의 전기료는 1kWh당 200원 정도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기술과 최저 수준의 송배전 손실률은 한전의 자랑거리죠.”
한전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송변전 시설을 늘리는 일이다.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감안할 때 한전은 2017년까지 매년 송전선로 700km와 변전소 20개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반대와 주민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행정 처리로 송변전 설비를 적기에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은 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민을 설득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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