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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 미래국가전략 최고위과정 지상중계 ②

공로명 전 외무장관의 新 한일관계론 특강

“냉철한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 공로명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 전 외무부 장관

공로명 전 외무장관의 新 한일관계론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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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이 진정으로 우호 관계를 수립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비정부기구나 개인끼리는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대 국가로서 중국과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져 관계를 맺는다. 중미관계에는 다른 국가간 관계보다 강력한 애증이 녹아 있다. 두 국가의 연결고리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소가 꼬여 있으며, 이것이 왕왕 교차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그의 회고록(‘The White House Years’)에서 중국인을 “힘의 정치에서 가장 냉철한 이해타산가”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인용한 것은 우리 외교가 감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적어도 ‘손 안에 들어온 복’을 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21세기 국제정치판에서 살아남고 번영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성숙한 민족이 돼야 한다.

2002년 6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사건은 반미운동의 인화점이 됐다. 뒤이어 일어난 촛불시위는 그해 대통령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부대 이동 중이던 미국 장갑차가 노상에서 일으킨 사건은 분명 과실치사다. 그런데 왜 이것이 그렇게 큰 사건으로 번졌을까. 우리가 좀더 냉철하게 생각했다면 반미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일관계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쓸데없이 양국의 긴장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

캐딜락과 쏘나타



독도 문제가 그렇다.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밉다는 이유로 독도에서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나쁜 쪽으로 일이 진행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에게 국민감정이 있듯 일본도 국민감정이 있다. 만약 양국이 독도 주변에서 물리적 힘겨루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본은 F-15 전투기를 190대(한국은 F-16 140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는 이지스함을 4척이나 갖고 있다. 전투비행단장을 지낸 한 공군장성은 “F-15는 캐딜락이고, F-16은 쏘나타”라고 비유한다. 두 자동차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이와 같은 일본의 군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국방위 의원들이기에 그들의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외교안보 정책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려고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독도 얘기를 좀더 해보자.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 기념일’ 지정이 우리의 독도영유권을 훼손하는 것일까. 일본은 이미 1905년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도는 엄연히 삼국시대부터 우리의 영토이며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일부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독도에 경찰수비대를 상주시켜 관리하고 있다.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우기면서 기념일을 지정해도 독도의 지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외교부 성명 하나로 그들의 행동이 부질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초등학생까지 독도가 당장 일본 땅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들었다.

1952년부터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부의(附議)하자고 우리측에 요구했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약에 따르면 분쟁 당사국들이 재판의 결정을 수락한다는 합의 없이는 재판소가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의 동의 없이 일본이 독자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안건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이 물리적인 힘으로 독도를 강제점거하지 않는 한 독도에 대한 실효적 권리는 우리 손에 있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말했듯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독도 활동가’가 아니라 ‘독도 연구가’다. 독도 전문가가 많이 나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이를 단번에 격파해야 한다.

국제 문제를 다룰 때는 냉철함과 동시에 균형감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일본의 보수 우경화와 개헌 문제가 자주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단세포적으로 대응하다가는 대세를 그르칠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일본이 자위대 300명을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두고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한다. 사실 일본은 헌법 제9조의 해석과 자위대법에 묶여 파병한 자위대원의 자체방어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인근 네덜란드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국가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의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개헌 움직임도 편견을 갖고 볼 필요는 없다. 이번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둬 개헌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헌법 제9조 개정의 초점은 ‘일본이 집단 안전 보장권을 갖느냐’에 맞춰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헌법 논의를 볼 때, 일본이 20세기 전반기의 군국주의로 돌아가거나 국가정책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냉철하게 관망해야 한다.

일본은 아시아 성장의 자극제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일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일본이 재무장하더라도 오늘의 국제정세가 20세기초처럼 군사력을 투사하도록 허용하지는 않는다. 미일동맹은 미국이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며 일본의 안보를 지켜주는 동시에 일본이 패권국가화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일본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 살펴보자. 한국 경제의 토대는 196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와 양국의 경제협력으로 구축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30대 재벌기업 중에 일본의 상업차관 신세를 지지 않은 기업이 있을까. 우리가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일본이 많은 부분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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