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37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논의하고 지휘관계에 대해서는 한미상호 방위전략 차원에서 계속 협의키로 합의했다.
필자는 지휘권 문제를 장기적 협의과제로 남긴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 인식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쟁 발발시 우리 군을 우리나라 지휘관이 직접 지휘하는 것은 주권(主權) 차원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당장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졌거나 북한의 군사위협이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전시작전지휘권이란 용어는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에 참전한 유엔군 사령관(맥아더 장군)에게 모든 군 지휘권을 위임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휴전이 성립되고 1954년 11월7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작전지휘권’은 작전권만 위임된 ‘작전통제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은 유엔군 사령관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로 이양돼 오늘에 이르렀다.
작전지휘권은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군수·행정지원 같은 부대 운영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작전통제권은 부대 전투력을 통합하고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對)북한 군사작전에 한정하고 있으며 인사, 군수, 행정 같은 부대 운영 권한은 한미 양국군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한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 양국 대통령을 통수권자로 하며, 양국 합참의장을 대표로 하는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침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을 공동 지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비록 미군 장성이 연합사 사령관을 맡고 있지만 그의 권한 행사는 한국군 연합사 부사령관(대장)과의 협의하에 이뤄진다.
연합사는 한미 공히 50대 50으로 편성돼 있으며, 연합사 예하 7개 구성군사령부(지상·해상·공중·해병대·연합특전·연합심리·연합항공) 중 4개 구성군 사령관(지상·연합특전·연합심리·연합항공)은 한국군 장성이 지휘권을 맡아 지휘하고 있다.
작통권 환수 서두를 이유 없어
한국군이 현시점에서 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없어져 힘의 공백을 초래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과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고, 전시 작전계획인 ‘작계 5027’을 작성, 발전시키는 것이 주 임무다. 만약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이양한다면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할 일이 없어지고 해체가 불가피하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없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반도에 힘의 공백을 초래해 심각한 안보위협이 될 것이다.
둘째, 전시 증원군의 전력은 한국군의 작전 지휘 능력을 초과한다. 전쟁 재발에 대비해 한미 양국이 마련한 작계 5027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이 재발하는 순간 본토로부터 시차별 부대전개목록(TPEDD)에 따라 미 해군 전력의 40% 이상, 공군의 50% 이상, 해병대의 70% 이상의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기지로부터 항공기 2000여 대, 함정 160여 척, 해병상륙군, 지상군 등 유사시 한반도로 이동해 오는 미군은 69만명에 이른다. 평시 한국군의 총병력이 68만명인데 이보다 더 많은 미군의 증원 병력과 장비를 과연 한국군 지휘관이 지휘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나아가 유엔의 결의에 따라 유엔군이 지원될 경우 현재의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환수된다면 이는 지휘한계를 벗어나는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