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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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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 발행된 ‘시사저널’은 이 시장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회창 전 총재측이 이 시장에게 크게 화를 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듯했다. 그때였다. 이 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일단 발빠르게 해명과 사과의 글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써올린다. 그리고 며칠 뒤인 24일, 이 시장은 밤 늦게 이회창 전 총재의 모친상 상가를 찾는다. 문상을 겸한 사과 방문이었다. 그는 2시간이나 그곳에 머물며 문상객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 시장은 이른바 ‘노가다 언어’를 구사한다. 그의 말은 직설적이다. 본의 아니게 오해받기 일쑤다. 주위에서 이 점을 지적해도 그는 “나는 여느 정치인과 다르다”며 일소에 부친다. “내가 정치적이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가 뭐가 있냐”며 자신의 언어를 적극 변호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즉각 자신의 말에 대해 사과했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 시장의 ‘말투’가 달라졌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것은 11월10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다. 이 시장은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를 주문받자 이렇게 말했다.

“어렵다…. (잘못하면) 큰일나잖아. 계속 장점만 봐야지. 영원한 경쟁자이자 협력자, 동업자다. 상당한 리더십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굳이 표현하라면 ‘아름다운 리더십’이랄까.”

아름다운 리더십. 이 시장 측근 인사는 이 표현이 즉석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고쳐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도 깨달은 듯하다. 우선 경쟁자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심미적 표현’을 즐겨 찾았고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리더십’이었던 것이다. 김병일 대변인은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님이 강한 표현을 쓰면 기고만장하다고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는 참모들이 이 시장의 말에 대해 조언을 하면 이 시장과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좀 부드러운 표현을 쓰라고 하면 이 시장은 ‘내 식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이 시장은 참모들이 조언하면 잘 받아들이더라.”

이 시장은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의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하게 했다. 대신 조촐한 사인회로 대체했다. 시장 임기 말의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오페라하우스’ 착공식도 시장 임기 이후인 내년 8월로 연기했다. 그는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다.

10월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자택은 모처럼 활기로 넘쳐났다. 평소 고즈넉하기만 한 이곳에서 MBC 오락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밤에’ 촬영이 한창이었다. 박 대표는 랩도 부르고 탁구도 쳤다.

박근혜, 그 바쁜 중에 랩 부르다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0월30일 방영된 MBC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김용만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MBC제공

10·26 재·보선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닫는 시점이었다. 촬영을 끝낸 박 대표는 경기 부천의 지원 유세장으로 가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단 10분이 아쉬울 만큼 바쁠 때였다. 문제는 촬영시점과 방송시점. 19일 촬영된 이날 녹화분은 30일 방송됐다. 그 중간에 10·26 재·보선이 놓여 있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날 녹화분은 박 대표가 당내 비주류로부터 공격을 받는 와중에 방송될 수도 있었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소장품을 경매해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는 취지입니다.”

방송 내용에 대해 설명하자 박 대표는 “취지가 좋네요”라고만 했다. 그 바쁜 일정 속, 민감한 시점에 촬영에 응한 이유가 그저 ‘취지가 좋아서’만이었을까.

올해 초만 해도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주자들 가운데 단연 1위를 달리던 박 대표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중적 지지도라면 박 대표였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특수(特需)가 가시화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여러 분석이 제기됐다. 한 측근은 “박 대표에게 ‘콘텐츠’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실제로 콘텐츠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모습,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수동적, 정적인 ‘공주 이미지’로는 강한 추진력과 업적을 앞세운 이 시장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MBC 오락프로그램 출연은 적극적인 스타일로 변화하는 전주곡이었다. 실제로 MBC 출연이 대중적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져 한 여론조사에선 박 대표가 처음으로 고건 전 총리마저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박 대표 측근인 유승민 비서실장은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표라야 한다.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정말 투철하고 원칙과 소신도 있는 분이다. 특히 민생경제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남다르다”고 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직설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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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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