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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서울아산병원-동아일보, 파키스탄 지진참사 의료봉사

‘공격목표’ 각오, 탈레반 은신처까지 찾아가 진료

  • 글·사진 이종승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아산병원-동아일보, 파키스탄 지진참사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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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팀은 이정선 단장(일반외과), 송태효(일반외과 개업의), 강석중(정형외과), 윤경은(가정의학), 차명일(응급의학), 유병주(인턴)씨 등 5명의 의사와 최현웅 약사, 이은숙 내과전문 간호사, 이은희·민들레 응급전문 간호사, 이은숙·오소영·박경애·정지영 외과전문 간호사, 신대성 행정요원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의 파키스탄 진료 자원자 모집에 자원한 50여 명의 의사와 간호사 중에서 선발됐다. 오소영 간호사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쓰나미 진료를 다녀온 경험이 있고, 나머지 의료진은 이번이 첫 해외 응급 구호 활동이었다. 송태효 원장은 개업의인데도 대한의사협회의 파키스탄 의료진 모집 공고를 보고 서울아산병원팀에 합류했다. 송 원장은 “파키스탄 지진 참상 보도를 보고 외과의사로서 피해자들을 돌보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빈 라덴 은신 추정지 이동 진료

서울아산병원 의료 지원팀은 아유브 대학병원 인근 숙소에 여장을 풀자마자 진료에 나섰다. 반나절 동안 1차 의료진과 함께 합동 진료를 했다. 첫날은 업무 인수인계가 주목적이었는데, 4시간의 오후 진료 시간에 무려 200여 명의 환자가 몰렸다. 예상은 했지만 환자가 이처럼 많이 모여들자 의료진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13명의 의료인력이 하루 400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음날에는 환자가 더 많이 몰려왔다. 의료팀은 진료를 마친 29일까지 하루 6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봤다. 24일부터 29일까지는 이동 진료를 했다. 이동 진료는 의료진의 모든 의사와 간호사가 돌아가며 맡았는데,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팀이 이동 진료를 한 지역은 발라코트시로, 건물의 90% 이상이 파괴된 지역이었다. 인구 2만명인 이 도시는 지진피해 사상자 수가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더욱이 발라코트는 탈레반의 은신처로 알려져 있어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산맥이 즐비한 파키스탄 서북부 고산 지역인 이곳은 9·11 테러의 기획자로 알려진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됐기에 의료팀이 활동하던 중에도 미군이 많은 병력과 트럭,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미군은 이번 지진으로 탈레반의 기동성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보고 이때가 빈 라덴 색출의 호기라고 판단했다. 발라코트는 탈레반의 은신처인 만큼 반미정서가 매우 강한 곳인 데다 때마침 미군이 대규모 작전을 개시했으므로 미군과 발라코트 주민 간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라크에 파병한 한국의 의료진도 충분히 공격목표가 될 수 있었다.

의료팀은 발라코트시에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곳으로의 이동 진료를 회피하는 건 의료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뜻을 모았다. 한국 의료진이 탈레반 및 그들을 심정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하는 준(準)전시 상태의 도시를 5시간 넘게 무방비로 넘나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면서도 내린 결론이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의사와 간호사들로 구성된 우리 의료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의료팀의 열정은 매일 7시간의 강행군 진료를 오히려 ‘즐기게’ 만들었다. 외과 텐트에서 쉼없이 의료도구를 소독하던 민들레 간호사는 “나눌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워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의 눈빛이 많은 말을 하는 것 같고 그 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제가 가진 것을 하나라도 더 주고 갈 겁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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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종승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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