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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빠는 풍각쟁이야’

또 하나의 최초, 일제 강점기 대중가요史

  •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ymlee61@empal.com

‘오빠는 풍각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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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와 재즈송에 트로트·신민요와 동급의 지위를 준 것은 확실히 문학연구자로서의 면모가 보이는 지점이다. 왜냐하면 트로트와 신민요가 가사에서뿐 아니라 음악적으로 비교적 확고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만요와 재즈송은 음악적으로 보자면 고유한 특성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요는 그야말로 코믹한 가사를 지닌 노래이므로 음악적으로 분류하자면 트로트, 신민요, 재즈송으로 각기 나뉠 수 있다. 재즈송은 음악적으로 트로트에 비해 서양 색채가 강하다. 예컨대 5음계가 아닌 7음계를 구사하거나 블루스에서와 같은 블루노트를 쓴다. 그러나 저자는 음악적으로 트로트에 가까운 노래들도 화려한 도시 분위기를 담은 가사를 지닌 경우 재즈송으로 분류했다.

음악적으로 어떠하다 해도, 문학연구자의 관점에서 재즈송과 만요가 지니는 뚜렷한 성격에 주목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트로트가 응축된 서정성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에 비해, 재즈송과 만요는 도시를 묘사하거나 당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이 돋보이므로 저자는 이런 차이에 주목한 것이다.

이 책은 식민지시대 대중가요에 대해 포괄적이고 문화사적으로 풍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에 반해 개개의 작품에 대한 분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식민지시대 대중가요를 트로트와 신민요, 만요, 재즈송으로 분류하면서 몇몇 작품은 치밀하게 분석했다. 이 책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각 갈래를 대표하는 몇 곡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각각의 노래가 당시 대중의 어떤 경험과 정서에 맞물려 있는가로 모아진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 정작 식민지시대만의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은 제대로 구명되지 않았다. 예컨대 만요 ‘웃음으로 눈물 닦기’나 트로트 ‘부재한 임’에 대한 상실감을 전통시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식민지시대 대중가요가 전통시가에서 어떻게 달라졌는가다. 이것이야말로 식민지시대 대중가요의 ‘정서구조’(저자가 인용한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용어)를 밝히는 핵심 사항이다.

몇 가지 아쉬움



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각주와 인용의 방식은 연구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면서도 정도를 지키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저자는 선행연구와 의견일치를 보이는 부분에서는 각주 없이 선행연구를 받아들이고, 반박하는 대목에서만 각주를 붙여 인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4와 7음을 제거한 단조 5음계’를 트로트의 핵심적 음악적 특징으로 본 것, ‘황성의 적’ 등 트로트의 초기작이 보이는 3박자가 우리 전통음악의 3분박 체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지적, 당시에는 신민요로 보지 않았던 ‘오동나무’를 신민요의 초기작으로 간주하는 것 등은 당연히 선행연구의 성과를 이어받은 것으로 각주 처리를 했어야 했다.

잘못된 인용들도 있다. 김창남의 논문을 학교창가에서 유행가가 발생했다는 주장으로 오독(誤讀)한 것이나, 필자의 대중가요에 대한 정의에서 ‘그 나름의 작품적 관행을 지닌’이라는 핵심적인 구절을 제거하여 대중가요의 작품적 관행의 특성을 역사적으로 구명하기 힘들게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가요에 대한 애정이 워낙 깊다보니 이 시대 대중가요사에 대한 시각을 ‘욕이냐 칭찬이냐’의 이분법으로 몰고 간 것은 균형감을 잃게 만든 지점이다.

대중가요가 본질적으로 지닌 체제순응성이 당시 사회 속에서 어떻게 다기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구명을 ‘대중가요 욕하기’로 간주하면, 친일가요 문제는 멀쩡한 대중가요 사이에 끼어 있는 치욕적인 불순물로 볼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태도인) 창작·생산자 개개인의 도의적 문제 차원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드커버의 학술서를 부록으로 제공된 음반을 들으며 이토록 즐겁게 읽게 해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신동아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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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ymlee6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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