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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공(骨空) 경전

  • 서경원

골공(骨空) 경전

골공(骨空) 경전

일러스트·박용인

새는 오래전에 비행법을 잊어버렸다

창살 밖 햇살은 얼마나 눈이 시릴까

겨울나무 사이로 난 길은 또 얼마나 정다울까



숨 막히는 일상의 아침은 언제나 더디게 오고



퍽퍽해진 깃털을 만지며 출항을 준비하는 가장

몰가치와 몰염치로 채워진 뼈 속

날지 못하는 새를 새라고 부를 수 있나



단단히 걸린 고리를 쪼느라 무뎌진 부리

깃털 하나 뽑는다

여전히 날갯짓이 버겁다

남은 깃털 하나 둘 버리고 또 버린다

뼛속 깊이 묻어둔 욕망도 긁어내고 집착도 지운다



저릿한 통증이 몰아오는 한 가닥 빛줄기

뼛속을 관통한다

새는 홀씨처럼 가벼워져

길이란 길은 모두 통로가 된다



*서경원 시집 ‘유리에 뜨는 달’ 중에서

서경원

● 1958년 부산 출생, 전 부산동항중 국어교사
● 2009년 ‘열린시학’ 등단, 허균·허난설헌 문학상 수상
● 시집 ‘늙은 느티나무와 의자’ ‘유리에 뜨는 달’


신동아 2015년 3월호

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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