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경기도가 보증한 ‘일하기 좋은 직장’

경기신용보증재단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5-02-24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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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신용보증재단은 경기도가 ‘보증’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다. 경기도가 도내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근무환경과 복지, 직장문화 등을 종합 평가해 2회 연속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GGWP)’으로 인증한 것. 직원들은 “경기신보의 인본주의 철학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가 보증한 ‘일하기 좋은 직장’

    김병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설 경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2월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광교로에서 만난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 임직원들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공공기관 특유의 관료적 분위기나, 공연히 불안하게 만드는 은행 보증심사팀 분위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신보는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가 부족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기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보증을 서주고 자금 지원을 받게 해주는 경기도 공공기관. 은행 문턱이 높은 중소기업인과 서민에게는 없어선 안 될 금융기관이다. 1996년 전국에서 처음 설립돼 지난해 전국 최초로 보증공급액 14조 원을 기록한 국내 신보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직장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직원 생애주기별 지원

    입사 5년차인 경영지원부 신흥석 계장은 “영세기업과 서민을 돕는 만큼 일터에 대해 갖는 프라이드가 높고 임직원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라 이직하는 직원도 거의 없다”며 “입사 평균 경쟁률이 200대 1에 달할 정도로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신 계장의 말처럼, 경기신보는 경기도가 ‘보증’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다. 경기도는 도내 공·사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적 업무 분위기 △최고경영자의 가족친화경영 의지 △근무조건 △성장잠재력 △직장문화 △대외적 이미지 등을 종합 평가해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GGWP)’ 인증을 하는데, 경기신보는 2011년 GGWP 인증을 받았다. 유효기간 3년이 지난 지난해 6월 재인증을 신청했고, 11월 GGWP 인증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신보 임종관 과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GGWP 인증을 위한 방문·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생애주기별 지원과 건강관리 지원, 가족의 날 제도 시행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농촌봉사활동 같은 대외봉사활동 실적도 뛰어나 대외적 이미지가 좋게 형성된 게 인증 주 요인이 됐다. 도내 영세 기업인과 서민을 주고객으로 하다보니 직장 곳곳에 인본주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경기신보의 인본주의는 임직원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생애주기별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 때문. 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 보육시설 이용, 자녀 학비 보조, 대학생 자녀 등록금 무이자 대출 등 다양한 복지제도가 촘촘히 짜여 있다. 매년 가족단위 수상레저 스포츠 행사와 그린캠프를 마련하고, 하계휴가 사진전을 열고, 정년퇴직 대기자들이 재취업 은퇴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한다는 ‘경기신보 인본주의’가 바탕이 됐다.

    직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매주 수요일 저녁은 ‘의무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의 날’로 정해져 있어 야근과 회식이 허용되지 않는다.

    감정노동 스트레스 관리

    경기신보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인과 소상공인은 누구나 대출 보증을 원하기 마련. 그러나 보증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고객을 설득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직원들이 이른바 ‘감정노동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경기신보는 전 직원이 종합병원 건강검진을 받고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했으며, 한국 EAP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직원 스트레스 진단과 심리상담을 하도록 했다. 상담 신청을 하면 심리 전문 상담기관의 상담사가 나서 6회 정도 대면·유선 심리상담을 한 뒤 해결책을 마련해준다. 다음은 이철환 본부장의 설명이다.

    “보증 업무 일선에서 일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증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물짓는 고객들을 보면 직원들도 우울해지고, 어쩌다 기름을 뿌리거나 흉기를 들고 위해하려는 고객이라도 만나면 감정이 격해진다. 주로 이럴 때 상담 신청을 하는데, 회사일, 가족일 관계없이 대화하면서 ‘힐링’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상담 결과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한다.”

    경기도가 보증한 ‘일하기 좋은 직장’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에 나선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들(왼쪽).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서.



    경기도가 보증한 ‘일하기 좋은 직장’

    경기신용보증재단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공공기관인 만큼 도지사나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업무 방향이 크게 바뀔 수도 있을 터.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작지 않을 듯한데, 직원들은 “업무 규정과 흐름이 시스템화해 있어 윗사람이 바뀐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윤호 감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공공기관 감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결재하는데, 경기신보에서는 모든 일상 업무에 대해서도 감사가 결재하도록 해 처음엔 짐짓 놀랐다. 여기에 대출·보증규정 등 모든 업무 흐름도 투명하게 공개해 부정과 외압이 개입할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다.”

    신입사원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최근 3년간 경기신보의 입사 경쟁률은 200대 1에 육박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서 접하는 낯선 근무환경과 직장 선배들과의 관계는 고민거리가 되기 마련. 경기신보는 최소 3개월 동안 4~10년차 선배들이 멘토(조언자)가 돼 신입직원의 안착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10여 명의 멘토는 각자 맡은 멘티(피조언자)에게 직장생활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금융과 회계 등 필수 직무를 쉽게 익히도록 전문서적을 추천하는 등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또한 멘토는 멘티의 취미를 파악해 축구, 야구, 등산, 마라톤, 사진, 영화관람 동호회 등 사내 10여 개 동호회 가입을 이끄는데, 동호회마다 10~40명의 선배들이 가입해 있어 신입사원의 ‘직장 연착륙’을 유도한다. 멘토링을 잘 수행한 멘토에게는 상품권을 시상해 사기를 북돋운다.

    여직원을 위한 휴가제도도 세심하게 운용한다. 여직원이 90일 이내 출산전후 휴가를 요청하면 특별휴가를 허락하고, 만 8세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1년 이내의 육아휴직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여직원이 유산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주묵 부장은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의 빈자리에는 업무 유경험자를 임시로 고용해 다른 직원들의 추가 업무 부담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방위 봉사활동

    사내 직원들만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만큼 대외봉사와 기부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본사와 지점이 도내 9개 농촌마을과 자매결연해 농촌 일손이 부족할 때는 언제든 달려가는데, 경기 화성의 한 마을에서는 포도 농사, 경기 이천의 한 마을에서는 고구마·복숭아 농사를 돕는다. 수확기가 되면 이런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거나 판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공연관람동호회는 고아원 어린이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고, 축구동호회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불우 어린이들과 함께 축구관람을 하는 등 봉사활동도 전방위적으로 펼친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때는 직원들이 1500만여 원을 모금해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고, 급여 끝전공제와 성금 모금을 통해 2009년부터 모두 3억1000만여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평택 해군2함대 장병들을 위해서는 도서 3000여 권과 성금을 기부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에 주력한다.

    임종관 과장은 “매년 포도순을 제거하고 잡초를 뽑는 농촌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농사일과 농촌 현실에 대해 잘 알게 돼 보증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며 “공공기관이어서 그런지 기부·봉사문화가 정착돼 매년 직원들이 기부 금액을 스스로 정해 모금한다. 이런 성금만 매년 400여만 원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 김병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글로벌 스탠더드 주도하는 자부심 커”


    경기도가 보증한 ‘일하기 좋은 직장’
    지난 1월 경기신보 제12대 이사장에 취임한 김병기 이사장(사진)은 행정고시 16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과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를 지낸 금융·경제 전문가다. 서울보증보험 대표 시절에는 신용불량자에게 특별 채무감면조치를 시행하는 등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무척 높은 것 같다.

    “직장은 모름지기 ‘일하고 싶은 직장’이 돼야 한다. 출근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업무 효율과 만족도가 오르기 마련이다. 일하고 싶은 직장은 결국 소통과 배려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 간에 자주 소통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나는 전 직장에 있을 때 직원들과 자주 영화관에 갔다. 경기신보의 각 지점 업무 파악을 끝내면 동호회 활동과 영화관람 같은 스킨십 기회를 늘리고 노조와도 자주 만날 계획이다.”

    -직원들의 자부심도 체감하게 된다.

    “경기도는 전체 인구(1300만 명, 26.5%), 사업체 수(71만 개, 21.0%), 경제활동인구(652만 명, 24.3%) 등에서 대한민국의 4분의 1이 모여 있는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열심히 돕는 게 우리 임무다. 광역단체 신보 중 가장 먼저 설립된 만큼 경기신보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크다.”

    “포트폴리오 다각화해야”

    -정부와 경기도의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능도 해야 할 텐데.

    “물론이다. 민선 6기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보증공급액을 34% 확대해 매년 1조8000억 원 이상 보증 공급을 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경기도가 추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아이뱅크(I-Bank)’ 설립도 적극 지원하고, 자회사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만들어 보증뿐 아니라 투자, 융자 업무도 수행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인터넷 은행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다.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기업도 경기도에 있고, 지금까지 신용보증을 지원한 40여만 개 기업에 대한 정보도 축적돼 있어 경기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경기신보는 그 주체가 될 거다.”

    -현재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를 빌려 쓰고 있는데, 그처럼 다양한 일을 하려면 언젠가는 사옥도 마련해야겠다.

    “19년이나 된 재단이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웃음). 직원들 사기를 높이고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자산운용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자체 사옥은 필요하다. 경기신보 운용액 6000억 원을 금리 2%짜리 은행에만 맡겨놔서야 되겠나. 자체 건물 임대사업 등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도 생각해볼 시점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聯政)에 따라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첫 이사장이기도 하다. 청문회는 어땠나.

    “좋은 경험을 했다. 1차는 비공개 도덕성을 검증하고 2차는 공개 정책 능력을 검증했는데, 비공개로 도덕성을 검증한 것은 후보자 신상도 보호하고 소모적인 정쟁도 막는 기능을 했다고 본다. 1, 2차 청문회 시스템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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