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설 경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신보는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가 부족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기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보증을 서주고 자금 지원을 받게 해주는 경기도 공공기관. 은행 문턱이 높은 중소기업인과 서민에게는 없어선 안 될 금융기관이다. 1996년 전국에서 처음 설립돼 지난해 전국 최초로 보증공급액 14조 원을 기록한 국내 신보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직장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직원 생애주기별 지원
입사 5년차인 경영지원부 신흥석 계장은 “영세기업과 서민을 돕는 만큼 일터에 대해 갖는 프라이드가 높고 임직원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라 이직하는 직원도 거의 없다”며 “입사 평균 경쟁률이 200대 1에 달할 정도로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신 계장의 말처럼, 경기신보는 경기도가 ‘보증’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다. 경기도는 도내 공·사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적 업무 분위기 △최고경영자의 가족친화경영 의지 △근무조건 △성장잠재력 △직장문화 △대외적 이미지 등을 종합 평가해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GGWP)’ 인증을 하는데, 경기신보는 2011년 GGWP 인증을 받았다. 유효기간 3년이 지난 지난해 6월 재인증을 신청했고, 11월 GGWP 인증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신보 임종관 과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GGWP 인증을 위한 방문·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생애주기별 지원과 건강관리 지원, 가족의 날 제도 시행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농촌봉사활동 같은 대외봉사활동 실적도 뛰어나 대외적 이미지가 좋게 형성된 게 인증 주 요인이 됐다. 도내 영세 기업인과 서민을 주고객으로 하다보니 직장 곳곳에 인본주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경기신보의 인본주의는 임직원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생애주기별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 때문. 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 보육시설 이용, 자녀 학비 보조, 대학생 자녀 등록금 무이자 대출 등 다양한 복지제도가 촘촘히 짜여 있다. 매년 가족단위 수상레저 스포츠 행사와 그린캠프를 마련하고, 하계휴가 사진전을 열고, 정년퇴직 대기자들이 재취업 은퇴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한다는 ‘경기신보 인본주의’가 바탕이 됐다.
직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매주 수요일 저녁은 ‘의무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의 날’로 정해져 있어 야근과 회식이 허용되지 않는다.
감정노동 스트레스 관리
경기신보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인과 소상공인은 누구나 대출 보증을 원하기 마련. 그러나 보증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고객을 설득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직원들이 이른바 ‘감정노동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경기신보는 전 직원이 종합병원 건강검진을 받고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했으며, 한국 EAP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직원 스트레스 진단과 심리상담을 하도록 했다. 상담 신청을 하면 심리 전문 상담기관의 상담사가 나서 6회 정도 대면·유선 심리상담을 한 뒤 해결책을 마련해준다. 다음은 이철환 본부장의 설명이다.
“보증 업무 일선에서 일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증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물짓는 고객들을 보면 직원들도 우울해지고, 어쩌다 기름을 뿌리거나 흉기를 들고 위해하려는 고객이라도 만나면 감정이 격해진다. 주로 이럴 때 상담 신청을 하는데, 회사일, 가족일 관계없이 대화하면서 ‘힐링’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상담 결과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한다.”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에 나선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들(왼쪽).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