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지사를 만나러 창원 경남도청으로 향했다. 서울~창원 KTX 직행이 하루에 몇 편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됐다. 서울에서 밀양까지 KTX로, 밀양에서 창원까지 무궁화호로 갔다. 세 시간쯤 걸렸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
“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오랜만이네요.” 홍 지사가 반갑게 맞았다. 붉은색을 끔찍이 좋아하는 그는 여전히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2010년 8월 그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할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홍준표에게 법무장관이라는 칼을 쥐여주면 세상이 좀 시끄러워지지 않겠는가”라던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단 주저하면 혼란”
▼ 경남지사가 된 지 2년 2개월이 됐어요. 그동안 고향을 좀 발전시켰습니까.
“제가 왔을 때 경남은 쇠락하고 있었어요. 조선(거제), 기계(창원)의 불황으로 미래가 안 보였어요. 그래서 ‘5+1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을 유치하기로 했죠. 창원 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9000억 원)를 시작했어요. 지난해 12월 국가산업단지인 나노테크단지·우주항공단지·해양플랜트단지를 유치했어요. 항노화클러스터를 정부와 확정해 진행 중이고.”
▼ ‘+1’은?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만들려고요. 경남의 50년 번영을 위해 착착 준비해요. 지방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해요. 나라 경제는 어렵지만 경남 경제는 살아나요.”
▼ 다른 관심 사안은.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를 ‘한국의 알프스’로 만들려고 합니다. 10.5km운행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해발 1500m 중턱에 복합 리조트를 짓고요. 거기서 천왕봉에도 오를 수 있게 하고. 국제적 사계절 휴양지로 만들고 싶어요. 제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가 법을 만들고 있어요.”
홍 지사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한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6년 정계 입문 후 4선 의원을 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냈다. 2012년 4월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8개월 뒤 경남지사로 부활했다.
▼ 도지사가 된 뒤 달라진 게 뭔가요.
“도는 외교, 국방 기능만 없지 정부와 비슷해요. 매일 행정가로서 경험을 축적하면서 제 자신이 달라지고 발전하는 것을 느낍니다. 언행도 훨씬 신중해지고요.”
▼ 그렇지만 요즘도 자주 부딪치는 것 같던데요.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게…어떤 리더십을 택할 것이냐의 문제니까요.”
▼ 상당수 행정가는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인데….
“기준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입니다. 충분히 소통하되 대다수 도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단할 것은 해야 한다고 봐요. 사마천의 사기에 ‘결단을 주저하면 혼란을 부른다(當斷不斷反受其亂)’는 말이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되는 일 없는 답답한 나라’가 돼버렸어요. 박근혜 정부 2년을 보세요. 눈치만 보고, 회의만 하고….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모든 정권이 정말 지지부진하게 나라를 끌고 왔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