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뉴멕시코 북부에는 미국의 여느 도시와는 전혀 다른 도시, 샌타페이(Santa Fe)가 있다. ‘어도비(Adobe)’라고 하는 스페인식 황토 흙집이 가득한 아름다운 멕시코 마을이다.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Georgia O’Keeffe Museum)은 샌타페이 한복판에 자리한다. 역시 아담하고 소박한 어도비 건물로, 미국의 여성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를 기념하는 개인 미술관이다.
오키프와 뉴멕시코
오키프 미술관은 1995년 설립되기 시작해 그의 사후 11년이 지난 1997년에 개관했다. 140점의 오키프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000여 점으로 늘었다. 전 세계에서 오키프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가장 많이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유산과 작품 세계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기념관 성격이 강하다. 2001년 미술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연구센터(Georgia O’Keeffe Museum Research Center)를 열어 미국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모더니즘 미술을 연구하는 유일한 연구시설이다.
샌타페이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오키프가 말년에 살던 시골 마을 아비키우(Abiquiu)가 나오고, 거기서 또 북쪽으로 20분을 더 가면 그가 작업장으로 쓴 농장 고스트랜치(Ghost Ranch)를 만날 수 있다. 아비키우와 고스트랜치 모두 아름다운 캐년으로 둘러싸인 사막 마을이다. 오키프는 1940년 고스트랜치에, 1945년엔 아비키우에 집을 마련했다.
오키프의 재산은 조지아 오키프 재단(Georgia O’Keeffe Foundation)이 소유했는데, 재단은 2006년 재산을 모두 오키프 미술관에 넘기고 해산했다. 재단이 소장한 800여 점의 오키프 작품도 미술관이 맡았다. 아비키우와 고스트랜치도 미술관이 인수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미술관이 명실공히 오키프를 기념하는 심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오키프 미술관은 그가 주로 활동한 뉴욕과 한참 떨어진 샌타페이에 있는 걸까. 그는 마흔두 살이던 1929년부터 20년간 거의 매년 뉴멕시코를 찾았고, 1949년 이후에는 아예 뉴멕시코에 눌러앉았다. 아비키우와 고스트랜치에 거주하며 그린 작품도 많다. 이러한 연고로 뉴멕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예술도시를 자처하는 샌타페이에 오키프 미술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샌타페이는 미국 속 스페인 도시다. 크기는 뉴멕시코에서 4번째이지만 인구 70만 명의 어엿한 주도(州都)다. 본래는 인디언들이 살던 곳으로, 1100년경에는 이 지역에 푸에블로족 인디언 마을이 많았다고 한다. 샌타페이에 백인이 진출한 것은 1598년으로 기록된다. 물론 멕시코에서 온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1810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스페인 땅이었다가 멕시코에 귀속됐고, 이후 미국에 편입됐다.
샌타페이는 예술가가 많이 살고, 관광객도 많이 놀러 온다. 기후가 따뜻하고 여느 미국 도시와는 다른 풍경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집도, 건물도, 거리도 모두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라 할 만큼 갤러리가 도처에 널려 있다. 갈색의 어도비 흙집으로 가득한 풍경은 한국의 옛 시골 정취와도 흡사해 정겹다. 맑은 하늘을 상징하는 코발트색 창틀은 어도비와 산뜻하게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