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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 깃발 든 장기표의 일갈 “한국당 전원 사퇴해 국민 감동시켜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신당 창당’ 깃발 든 장기표의 일갈 “한국당 전원 사퇴해 국민 감동시켜야”

  • ● 한국당은 文 정권 유지 도와주는 세력
    ● ‘국민 저항’ 폭발하는데 野가 더 걱정…기가 찬다
    ● 제대로 된 야당 있었으면 文 정권 벌써 끝나
    ● 시대 변화 맞는 새 이념·정책 못 내놔
    ● ‘적폐’ 대통령, ‘탄핵 공방’ 야당…‘과거 타령’
    ● 하명수사, 감찰무마 사건은 정권 말기 증상
    ● 한국당, 통합하려면 유승민보다 태극기와 먼저 손잡아야
    ● 새 정당 만들어 야권 통합 물꼬 틀 것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장기표(76) 국민의소리 공동대표의 삶은 여전히 투쟁의 삶이다. 50여 년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섯 차례 투옥돼 9년간 옥살이를 했고, 12년을 수배자로 도망 다니며 재야 운동을 했다면 이제 좀 쉴 만도 한데, 그는 매주 토요일 오후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그의 투쟁 대상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지만, 요즘 그는 문재인 정권과 투쟁하고 있다. 

그의 운동권 후배들이 대거 포진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데도 “국정을 파탄 내는 문재인 정권 종식”을 주장한다. 동시에 제1 야당을 향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이념이나 정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2019년 12월 10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룸에서 그를 만났다. 

- 2019년 4월 국민화합과 민생복지를 기치로 정치결사체 ‘국민의소리’를 출범시킨 데 이어 최근 정당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어제(12월 9일) 국민소리당(가칭)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본격적인 창당 작업을 하고 있다.”


정당을 만드는 이유

장기표 국민의소리 대표가 2019년 9월 15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조국·문재인퇴진행동’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표 국민의소리 대표가 2019년 9월 15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조국·문재인퇴진행동’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1989년에 민중당을 창당했고, 김영삼(YS) 김대중(DJ), 이명박(MB) 등 역대 대통령들의 영입 제안에도 거리를 뒀는데 이 시점에 창당하는 이유는 뭔가. 

“그동안 새로운 진보 이념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영입 제안도 있었지만 기존 정당정치는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나의 능력 부족 탓이다. 내가 이 나이에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나. 국정을 총체적으로 파탄 내는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고, 국민적 저항과 분노가 폭발하는데도 야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야권 통합을 이뤄내고 통합된 야권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당 출현이 필요하다.” 

- 한국당 중심의 야권 통합은 난망하다고 보나. 

“그렇다. 총체적 국정 파탄에 이어 최근엔 ‘조국 사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논란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데도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기가 막힐 일이다. 분열된 야권이 통합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물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신받은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고 해도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당장 ‘위력적인’ 정당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정책을 통해 설득하고 인재 영입으로 뒷받침한다면 야권 통합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본다.”




한국당의 참회, 혁신, 새 모습

- 매주 토요일 광화문 집회도 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정, 예를 들어 경제 파탄, 안보 실종, 외교 고립, 교육 붕괴, 국민 대립 등을 규탄하고 있다. 특히 안보가 실종된 게 큰 걱정이다.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장관인지 북한 장관인지 헷갈린다. 대통령은 미국이 2년 만에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는데 내한공연을 한 (아일랜드 록밴드) U2 리더를 만나 ‘한국민이 남북 평화통일을 바라는 열망이 강해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하명(下命)수사 논란과 감찰무마 의혹이 불거졌는데 이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정을 유린한 사건이다. 한동안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조국 사태’가 개인의 일탈이었지만, 이 사건들은 권력 중심부가 개입된, 정권 말기 증상 아닌가.” 

- 정권 말기 증상? 

“하명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은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범죄 유무를 떠나 정권이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뜻이고, 다른 사람들도 이 정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유재수 사건’ 감찰 무마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 지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권이 와해돼 간다는 느낌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고,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다.” 

- 정권의 실정은 제1 야당이 강력 비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좋겠지만, 현재의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유지를 도와주는 세력 같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이 정권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잘못을 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왜냐. 국민들은 ‘문 정권과 여당이 그래도 한국당보다 나은 게 아니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도와준다는 게 뭔가. 제대로 된 야당 세력이 있었다면 문 대통령은 벌써 끝났을 거다.” 

- 한국당은 왜 ‘제대로 된 야당’이 아니라고 보나.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보수가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이념이나 정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건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함께 탄핵당한 거다. 탄핵당했으면, 첫째 반성을 해야 한다. 잘못한 건 참회하고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최근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니 아직도 ‘친박’ ‘비박’ 타이틀이 따라다니더라.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이라는 과거를 먹고살면 제1 야당이라도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하는데 이들도 아직 과거를 먹고산다. 국민이 뭘 보고 지지하겠나. 우리나라 선거는 아직도 당이 좋아서 지지하기보다 더 나쁜 당을 떨어뜨리려고 투표한다. 정치로 인해 국민이 불행하다.” 

- 한국당은 왜 반성과 혁신을 안 한다고 보나. 

“운동권이 포진한 좌파 진영은 그래도 전략이 있다. 한국당은 그게 안 보인다. 사람의 지적(知的) 용량은 거의 비슷해서 어느 방향에 집중하느냐가 주요하다. 이게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문 정권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다. 한국당 의원들은 속으로는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집회를 하려면 정말 정권이 깜짝 놀랄만한 대규모 집회를 해야 하는데 매번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얌전하게 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랄 수 있나. 제대로 공격하려면 우선 나부터 잘해야 한다. 최소한 현 정권보다 나은 정책을 내놓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정치는 역사의식에 기초해야 한다. 오늘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인식 말이다. 정보화 사회, 세계화에 따라 우리 산업구조는 전면적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국가 운영 원리로서 정책과 이념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2010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도 전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해 사퇴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 보수 지식인들도 대부분 반대했다. 그런데 이후 보수정권은 누리과정(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을 만들고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보장을 확대했다. 말로는 복지 확대를 반대하면서 다 해왔다. 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보수당은 반대한다. 그러고는 ‘이념성’으로 정권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


“종미(從美)는 종북(從北)만큼 나빠”

- ‘이념성’ 공격? 

“광화문 집회를 하다 보면 원색적인 인신공격이나 ‘문재인 빨갱이’ ‘때려잡자 빨갱이’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가 아니라고 해도 국민은 보수당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러니 ‘수구꼴통’ ‘꼰대’ 소리를 듣는다. 태극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이는 상징이라고 쳐도, 문재인 정권 실정을 비판하는 집회에 성조기는 왜 들고 나오나. 보수의 맹목적 종미(從美)는 좌파의 맹목적 종북(從北)만큼 나쁘다. 보수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국민에게 내놓을 보수적 가치가 있어야 지지받는다.” 

- 경제정책 비전인 ‘민부론(民富論)’ 등 정책 발표도 있었는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민부론은 개개인이 부자가 돼야 한다는 게 핵심인데, 그러려면 구체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황 대표는 (2019년 12월 6일) 서울대 특강에서 최저임금제도와 주52시간제를 강하게 비판하더라.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는 연봉 1억 원 되는 사람도 많고, 2000만 원이 조금 넘는 최저연봉자도 많다(2019년 최저임금으로 최저월급을 계산하면 월 174만5150원). 그리고 주52시간제 역시 대기업 노동자들은 환영하고, 버스기사처럼 다른 한쪽에선 반대한다. 어느 한편만 보고 주장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보장제를 통해 이전소득이 많도록 해서, 전체적으로 임금이 낮아지게 한 상태에서 시행돼야 제대로 된다. 임금만 높이니 기업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값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니 일자리는 줄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생긴다.”


“무능, 부패 조목조목 비판하라”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문재인 정부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판하라는 거다. 전국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 중복 지급하는 과잉복지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이건 바꿔야 한다. 복지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제1 야당이라면 이런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 체계적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안 되니 국민들은 ‘야당은 진보정권이 항상 강조하는 복지에 무조건 반대하고 자유주의만 강조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친다고 공격한다. 이런 맹목적 공격은 시대착오적이면서 오히려 상대 페이스에 말려들 수 있다. 전략적이지 못하고, ‘무난하게 망하는’ 길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정권의 실정, 즉 무능과 부패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공격해야 한다. 경제정책이 이게 뭐냐, 국가 안보는 왜 튼튼히 안 하느냐고. 한국당 지도부는 진정성 있는 ‘이벤트’를 통해 국민을 감동시켜야 한다. 내 것을 다 내놓아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및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는 식이다. 그나마 최근 황 대표가 단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왜 그런가. 

“사실 ‘정치 단식’이라는 게 굉장히 ‘쇼’적인 게 많은데 황 대표 단식은 진정성이 보였다. 황 대표는 8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갔다. 단식 중 정신을 잃는다는 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도 수없이 단식을 해서 진정성 있는 단식인지 알 수 있다. 어쨌든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 12월 9일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의 심재철 의원이 당선했다. 새로운 지도부는 어떻게 보나. 

“언론에선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당선을 지략가와 전투형의 결합으로 평가하더라. 당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아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불출마’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래야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신과 아버지(김진재 전 의원)가 총 8선을 한 당을 향해 ‘좀비 같은 정당’이라고 비난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자신의 희생으로 당이 반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지….”


박근혜 지지 세력과의 통합

- 야권 통합을 위해 창당을 준비할 정도로 보수대통합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으로는 흩어진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통합의 핵심은 한국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 간의 통합이다. 다른 세력들은 비교적 쉽게 통합할 수 있다. 그런데 황 대표는 유승민 의원 측과 통합을 우선시하는 거 같다. 이래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과 통합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선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우리공화당과 통합하고, 이게 잘 안되더라도 ‘황 대표는 열심히 통합하려고 했는데 공화당이 좀 심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을 들여야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국민 지지를 내 쪽으로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유승민 의원 측과 통합 노력은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에 통합 반대 명분으로 작용한다.” 

- 탄핵 문제가 ‘보수가 넘어야 할 산’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 탄핵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탄핵 자체보다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무리하게 수사하고 재판한 정황도 곳곳에서 보인다. 형량만 32년(국정농단 25년(2심),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5년(2심), 새누리당 공천 개입 2년(확정))이다. 5년 정도 형량이라면 ‘아, 조금 잘못했구나’ 할 건데 이건 코미디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탄핵을 옳고 그르다고 따지면 안 된다. 우선은 문재인 정권을 끝내야 전직 대통령 명예 회복도 가능하다.” 

- 보수통합이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통합으로 희망적인 이미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망을 주는 세력이 나서서 통합 제안도 하고 추진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보수는 건국(建國)을 하고, 나라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기여한 점도 많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도덕적 타락 등 문제점도 많았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전에는 ‘진보는 분열해서 망하고 보수는 부패해서 망한다’ 했는데, 요즘은 진보 세력이 기득권화하면서 ‘보수는 분열해서 망하고 진보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한다(웃음).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신동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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