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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 창당, 결국은 전교조당?

“국회에서 교육문제 직접 해결!”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교육당’ 창당, 결국은 전교조당?

  • ●이부영 전 위원장 등 전교조 지도부 출신 퇴직교사 주축
    ●3월 초순 창당, 4월 총선 원내 진출 목표
    ●‘교사의 정치기본권 요구’ 활동이 출발점
    ●“교육당 이름 걸고 좌편향 활동하면 어쩌나” 우려도
‘교육당’ 창당, 결국은 전교조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도부 출신 퇴직교사들이 교육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신당 창당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에선 현직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국회로 진출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신동아’ 취재에 따르면 가칭 ‘교육당’ 창당추진위원회(추진위)는 3월 초까지 실무 작업을 마무리해 4월 15일 치러질 21대 총선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이 선거에서 정당 지지율 3% 이상을 얻어 비례의석 1석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추진위를 이끌고 있는 이부영(74) 공동위원장은 당을 만드는 이유로 ‘교육 혁신’을 들었다. 그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한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정책 제안 정도에 그친다. 그동안 기성 정당은 교사들이 내놓은 아이디어 가운데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가져가 활용하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방치하고, 교육개혁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전문가들이 직접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교육 혁신을 정치권에 부탁하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 손으로 교육개혁”

이부영 공동위원장은 고등학교 국어교사 출신이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참여연대 창립 운영위원, 서울시 교육위원, 김대중 정부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위원회 위원 등도 역임했다. 

그와 함께 ‘교육당’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주영(66)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89년 전교조 결성에 참여한 인물이다. 해직 뒤 전교조 본부 홍보출판국에서 ‘한국교육운동백서’(1990)를 편찬했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 남북통합교육연구회 등에서 대안교육 및 남북 평화운동을 했고, 현재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당’ 추진위에는 김광철 전 전교조 초등위원장, 김창식 전 전교조 정책위원, 국내 최초의 전교조 출신 교장으로 알려진 임우택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영 공동위원장은 “교육당 추진위원 10명 중 7명은 전교조 출신 퇴직교사다. 나머지 3명은 비(非)전교조 출신 퇴직교사”라고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당’ 창당 논의는 2017년 시작됐다.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현직 교사 모임 ‘홍길동교사당’이 교원의 정치기본권 요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인 때다. 이들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와 손을 잡고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란 조직을 결성한 뒤 이듬해 2월 헌법소원을 냈다. 교사의 선거 출마와 정당 가입, 선거운동 등을 금한 현행 법률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해 11월 공립·사립학교 교사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교육공무원이 공직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90일 전까지 사직하도록 한 법률 규정 또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공익은 선거운동의 자유에 비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학교가 정치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학생들의 수학권(修學權)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공직선거나 교육감선거 입후보 시 교직을 그만두도록 하는 것은 교원의 직무 전념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원은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들로 하여금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공교육 제도의 주관자로 위임받은 자”라며 “그 직무인 교육활동은 고도의 윤리성·자주성·중립성·공공성 및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교원이 그 신분을 갖고 공직에 입후보하게 되면 당선을 위해 직무를 소홀히 한 채 선거운동을 하게 될 것이고, 학교는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높다”는 게 헌재 판단이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천재일우?

이부영 ‘교육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앞으로는 교육 혁신을 정치권에 부탁하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부영 ‘교육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앞으로는 교육 혁신을 정치권에 부탁하고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현직 교사의 직접 정치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교육당’은 전교조에 참여했던 전직 교사 중심으로 꾸려지게 됐다. 이부영 공동위원장은 “현직 교사들과는 교육 정책을 제안받는 것 이상의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사로 꾸려진 현재 전교조 집행부와도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지금 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21대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영향으로 군소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일단 당을 만들면 기성 정당과 연대하거나 군소 정당과 연합해 선거에서 ‘교육당 몫’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전교조 출신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기회에 정당을 만들어 직접 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당’ 창당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주축 세력이 전교조 출신인 만큼 정치 노선 또한 좌편향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당 창당을 지지하는 교사와 교육활동가 중에는 녹색당, 정의당, 민중당 등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가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부영 공동위원장은 “아직 특정 정당과 연대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창당에 도움을 얻고자 녹색당 등 일부 정당과 협의하고 있긴 하다”고 밝혔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번 총선에서 ‘교육당’이 원내에 진출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육당’으로 더 많은 전직 교사가 모이고, 현직 교사들의 지지가 이어진다면 다음 총선에서 원내 진출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들이 ‘교육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좌파 성향 정당들과 연대해 원내에 진출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선 “교육당 창당이 현직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국회에 진출하기 위한 전교조의 꼼수일 뿐”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즉, 교육당 추진위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교육당’은 실질적으로 전교조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전교조당’”이라는 것.


교육당 이름 걸고 노선은 좌편향?

서울시 교육의원을 지낸 최명복 한반도네트워크 이사장은 “‘교육당’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그간 행보를 볼 때 교육당의 교육 공약이 전교조 정치색을 띨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교육당’이 구상하고 있는 정책은 전교조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 ‘교육당’ 정책안 자료를 보면, ▲선거연령 인하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보장 촉구 ▲교직원회·학부모회·학생회에 기초한 학교자치위원회 법제화 ▲교장 공모제 확대 및 교감 공모제 시행 방안 마련 ▲교장 선출 보직제(교장 역할 수행한 뒤 평교사로 돌아가는 제도) 도입 ▲ 교육지원청 교육장 공모제 활성화 ▲성과급·성과연봉제·교원평가제 폐지 등이 담겨 있다. 이는 전교조가 꾸준히 주장해 온 정책이다. 

국내 정당사에서 교육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 창당된 것은 전례가 없다. 전교조 지도부 출신 중심으로 창당되는 교육당은 교육계와 정치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신동아 2020년 3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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