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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주제어로 비교한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조국 수호’ “팬덤 운동 아냐” vs “희대의 코미디·홍위병”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8가지 주제어로 비교한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 ●김어준은 “팩트체크로 진실 찾아” vs “사이비 교주, 정권 부역자”
    ●유시민은 “검찰·언론 문제 짚어” vs “허위, 날조로 선동 방송”
    ●노무현 두고 “조국, 盧처럼 검찰에 당해” vs “盧 정신 왜곡”
    ●서초동 집회 “정치검찰 예봉 꺾어” vs “희대의 코미디”
    ●적폐는 “檢과 그 의도에 넘어간 言” vs “586이 특권 대물림”
    ●동양대 표창장 “말로도 얻는데 왜 위조?” vs “유시민도 위조 알아”
    ●딸 입시 의혹 “한국사회 구조 문제” vs “학벌 세습 위한 몸부림”
    ●코링크PE는 “익성이 실질 소유” vs “조국의 돈”
조국백서(白書)와 조국흑서(黑書) 사이에는 거대한 균열선이 있다. 두 책의 집필 동기가 정반대인 만큼 ‘조국 사태’를 비롯해 정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판이하다. 유일한 공통점이라고는 두 책의 필자 공히 진보진영으로 분류된다는 것뿐이다. 

백서 격인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은 김민웅 경희대 교수와 전우용 역사학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지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김유진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임병도 아이엠피터뉴스 대표 등이 썼다.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 집필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했던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참여했다. 

두 책은 ‘친문 진보’와 ‘반문 진보’ 사이의 첨예한 전선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 백서는 “경제권력, 검찰권력, 언론권력 등 수구보수 카르텔에 포위된 개혁 정부”라고 했고 흑서는 “입법‧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권마저 가지려는 초강력 정권”이라고 했다. 8가지 주제어로 두 책을 비교 분석했다.

팩트체커냐 사이비 교주냐

8월 12일 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 백서)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8월 12일 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 백서)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①레거시냐 김어준이냐: 두 책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전통 언론)를 바라보는 데서 극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백서에서 전우용 씨는 “그가(조국)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자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는 언론 대기업들은 그의 흠을 찾는데 몰두했다. 조국에게 ‘위선자’ 낙인을 찍음으로써 적폐청산을 위한 정책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조 전 장관 임명 과정에서 나온 기사들이 “나치 시대 독일 언론의 광기와 흡사하다”고 했다. 

백서 집필진이 보기에 레거시 미디어와 검찰은 ‘한패’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열쇳말은 ‘친일’이다. “나라 도처에 친일분자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역사의 진전을 막으려는 자들이 손에 쥐고 있던 강력한 무기가 정치검찰”(김민웅 교수)이라는 거다. 조 전 장관은 사악한 무리에 결연히 맞서는 투사다. 촛불은 악(惡)과 싸우는 투사들이 두른 머리띠다. 백서에는 ‘검찰과 언론 vs 촛불시민’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소수의 언론’과 ‘다수의 시민’을 갈라치기하는 방식이다. 



백서에서 김유진 전 민언련 사무처장과 인터뷰한 이종원 시사타파 PD는 “조 후보자를 공격하는 주체는 검찰, 수구보수정당, 다수의 레거시 미디어였다”면서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검찰을 향해서만 귀를 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 PD는 조 전 장관 옹호자들이 모인 서초동 집회를 주최한 단체의 대표였다. 

흑서 집필진의 인식은 180도 다르다. 진중권 전 교수는 “기성언론에 대해 쓰레기라고 하는 건 ‘경멸어’(pejorative)이지, 사실 판단이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이 잘못되면 정정을 한다든지, 아니면 중재 절차를 밟는다. 데스크에서 스크리닝도 하고, 어느 정도 팩트 체크도 한다. 뉴미디어는 그런 절차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흑서가 기성언론을 옹호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MBC와 한겨레 등이 이들의 칼날 위에 오른다. 서민 교수는 “MBC가 어용언론으로 정부 편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이번에 보니까 완전히 선을 넘더라”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한겨레’가 요즘 완전히 어용이 돼 아예 뉴스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때 ‘한겨레’의 필진이었다. 

반대로 백서 집필진은 ‘레거시 미디어’를 비판하면서도 MBC와 한겨레 기사를 근거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한다. 백서는 MBC PD수첩이 2019년 10월 1일 방송에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주장을 검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PD수첩’은 표창장 위조 문제와 관련해 원본을 입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본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문서감정사들의 증언을 소개했다”고 썼다. 또 PD수첩 보도임을 전제로 “최 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게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또 조 전 장관 측이 사모펀드를 실소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한겨레의 기사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관련 내용은 ‘⑧코링크PE 주인은 익성이냐 조국이냐’에서 후술할 계획이다.

정권 부역자인가 ‘독립운동가’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출간을 위해 모인 김경율 회계사,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왼쪽부터) [천년의 상상 제공]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출간을 위해 모인 김경율 회계사,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왼쪽부터) [천년의 상상 제공]

대신 백서 집필진이 의지한 인물은 방송인 김어준 씨다. 전우용 씨는 “절대다수 언론매체가 검찰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몇몇 뉴스 시사 프로그램이 입시전문가, 금융전문가 등을 출연시켜 검찰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을 소개했다”고 평했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이름으로 적힌 백서 서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서초동 집회에) 나서게 된 것은 ‘나는 꼼수다’ 이후 만개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TV’, ‘김용민TV’, ‘이동형TV’, ‘새가 날아든다’ 등과 같은 1인 미디어의 힘이 컸다”고 적혀있다. 김어준, 김용민 씨는 과거 ‘나는 꼼수다’에 함께 출연했다. 

이종원 PD는 “(조국 사태 당시) 그 수많았던 ‘특종’ 가운데 실체적인 진실로 드러난 보도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맞서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TV’와 같은 1인 미디어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팩트체크를 하며 진실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반면 진 전 교수는 “김어준 씨는 약간 사이비 교주 같다”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겉으로 티가 나기 마련이다. 김 씨는 그런데도 그냥 고(go)한다. 자기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백서와 흑서가 본 김어준은 마치 동명이인 같다. 

②‘여권의 입’ 유시민: 김어준 씨가 화제에 오르면 도매금처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따라붙는다. 강양구 기자는 흑서에서 “(친문 누리꾼에) 논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유시민, 김어준 씨 등이다. ‘프로파간다 머신’, ‘아키텍트(architect,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서 집필진은 공동명의로 쓴 ‘들어가는 말’에서 “유시민 씨와 김어준 씨의 사례에서 보듯, 여기(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이의를 제기해야 할 언론과 지식인들은 정권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며 두 사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흑서에서 유 이사장을 수차례 언급한다. 그는 한때 유 이사장과 팟캐스트(‘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진행했다. 진 전 교수는 “유 씨가 기성언론에 대해 한 얘기를 주관적 경멸어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로 둔갑시켜 버리고, 자기들이 말하는 것만이 진리라고 왜곡해버리면서 중세 말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했다. 또 다른 대목에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분은 허위, 날조, 거짓말로 선동 방송을 한다. 조국 사태 때 ‘검찰이 사전내사를 했다’고 했는데,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이어 유 이사장을 두고 “말 한 마디로 KBS 법조팀을 날려 버린 무서운 사람”이라고도 했다. 

반면 백서의 시각은 정반대다. 최민희 전 의원은 “(2019년) 8월 29일 유 이사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조국 후보자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각각 ‘마녀사냥’과 ‘가족인질극’으로 분석했다. 이 인터뷰는 조국 정국에서 드러난 검찰과 언론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어냄으로써 그동안 침묵했던 시민들을 결집시키고 여권 정치인들의 말문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유 이사장의 인터뷰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거치면서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다시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즉 백서 집필진에 유 이사장은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거악에 견결히 맞선 투사다. 한쪽에서는 부역자로 불리는데, 한쪽에서는 이른바 ‘독립운동가’ 위상을 부여받는 셈이다. 백서와 흑서가 본 유시민 역시 동명이인 같다. 김어준, 유시민 두 사람을 기점 삼아 전선이 확연히 갈린 모양새다.

노무현과 조국의 평행이론?

③노무현 계승인가 악용인가: 주제는 자연스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다. 백서 집필진이 보기에 조 전 장관과 노 전 대통령은 마치 평행이론처럼 시간만 달리한 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종원 PD는 백서에서 “조 후보자에게 했던 동일한 수사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뇌물을 준 사람이 없는데도 한명숙 전 총리를 철창에 가뒀다”며 “그들이 ‘표창장’ 하나를 트집 삼아 조국 가족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우용 씨가 백서에 쓴 ‘조국,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는 글에는 유독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는 “검찰과 언론이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것이 고작 10년 전 일이다. 상대가 다를 뿐 진행 과정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썼다. 전 씨는 “검찰과 언론의 행태는 이명박 정권 초기 노 전 대통령을 ‘정신 고문’하던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도 주장했다. 

흑서 집필진 역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애틋함을 표시한다. 권경애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지켜내고자 한 진보의 가치를 계승하지 않은 채, 그의 죽음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얻어 보려 요즘 노 전 대통령 어록을 찾아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친문’이라는 갈림길에서 두 책의 집필진은 뜨겁게 쟁투하고 미련 없이 헤어진다. 진 전 교수는 “(친문이) 노무현이라는 상징 자본을 이용해 기득권과 이권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신과 유산이 왜곡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며 “‘적들의 공격을 받아서 죽었다’라는 원한에 파묻혔다. 대중의 것이기도 한 그 원한을 아주 교묘하게 자기들의 기득권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같은 책에서 강양구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존재했으면 안희정, 이광재 그리고 지금 문재인 정부의 복심이라 말하는 양정철 등 노무현 정부를 망친 사람들이 발언권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④서초동 집회와 팬덤 정치: 백서가 출간된 8월 5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서초동의 촛불을 생각하며, 지금부터 읽겠다”고 적었다. 서초동 집회는 지난해 10월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주최로 대검찰청 앞에서 열렸다. 집회 장소에는 ‘조국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정경심 교수님 사랑합니다’ 류의 구호가 등장했다. 이내 과도한 팬덤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민웅 교수는 백서에서 “조국 개인을 아끼는 이들이 있었다고 해서 ‘조국 수호’가 곧 팬덤 운동은 아니었다. 조국을 겨냥하는 정치검찰과 언론의 의도가 뻔한 현실에서 그를 방어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중심을 잡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흑서 집필진은 ‘들어가는 말’을 통해 “서초동에 모여 ‘조국 수호’를 외치고, ‘정경심 사랑합니다’라며 울부짖은 건 역사에 남을 희대의 코미디”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의 비판은 강도가 특히 세다. 그는 “이 사람들이 택한 건 바로 허위와 날조를 통해서 조국이 죄를 안 지은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창조한 거였다. 그게 팬덤 내에서는 가능하다. 왜냐면 그 사람들은 뭐든지 믿어줄 준비가 돼 있거든”이라고 말했다.

포위된 개혁파냐 홍위병이냐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조 전 장관 지지 측(왼쪽)과 반대 측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격리 펜스를 치고 양측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조 전 장관 지지 측(왼쪽)과 반대 측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격리 펜스를 치고 양측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⑤적폐세력은 검찰‧언론인가 586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유행하는 단어가 적폐(積弊)다. 두 책 집필진이 규정한 적폐는 다르다. 백서 집필진이 보기에 ‘검찰-언론-보수야당-일부 종교계’는 신성동맹이다. 김민웅 교수는 “우리는 대통령만 바꾸고 이 사회의 기득권 체제에는 아직 손도 대보지 못했다. 승리했다고 여겼으나 사실은 포위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른바 진보언론이라고 여겨온 일부 신문조차 정치검찰의 입이 되었고, 검찰의 의도에 넘어간 언론들이 우리 사회의 뇌를 지배했다”고 썼다. 

전우용 씨의 시각은 더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해) 10월 3일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구속’과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전부터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며 시위하던 세력에 자유한국당과 개신교계 일부가 합류했다. 주도 세력은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시위’를 벌였던 세력과 거의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초동과 여의도 그리고 광화문에서 따로 열린 집회들은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역사적 대치선이 ‘조국과 검찰’ 사이에 그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썼다. 

반면 흑서 집필진은 친문과 586 정치엘리트를 신(新)적폐로 규정한다. 진 전 교수는 “이들이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사회에 뿌리내렸다. 착근이 확실히 이루어졌고 부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민은 신(新)적폐와 구(舊)적폐,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됐다”고 했다. 이어 “조국 사태는 그들이 그동안 구축한 특권과 기득권을 2세에게 대물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권으로 연결된 인맥이 형성돼 이미 굳어졌다. 그네들이 목숨 걸고 조국을 옹호하는 것도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친문 진영이 포위됐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서민 교수는 “친문이 지배하는 세상은 박근혜 때보다 더 심해질 듯하다”면서 “박근혜 때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엠팍 등)에서 박근혜를 많이 비판했다. 지금 ‘엠팍’에서 문 대통령 비판하는 것 쉽지가 않다. 문팬들이 우르르 와서 반박하고, 글쓴이를 일베로 몬다”고 주장했다. 이어 “완전히 홍위병 세상”이라고 규정했다.

상식과 용의주도한 언론플레이 사이

⑥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조국 사태’의 도화선 중 하나는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를 둘러싼 의혹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6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은 동양대 영어영재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2012년 9월 이 학교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받았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봤다. 

이를 두고 백서는 ‘상식’이라는 단어를 부쩍 강조한다. 전우용 씨는 “보직교수가 자기 대학 총장 명의로 발행하는 표창장을 굳이 위조할 필요가 있는가. 말로 부탁해도 얻을 수 있는 표창장을 굳이 ‘위조’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봉사활동 참여자에게 표창장을 발급해달라는 자기 학교 교수의 요청을 거절하는 총장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상식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교수 자녀들이 누리는 이런 종류의 ‘특혜’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이제껏 표창장이 ‘형사 문제’로 비화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책에서 김지미 변호사는 “‘피고인이 딸을 국내 유명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2012년 9월 7일 동양대에서 성명불상의 공범과 함께 학교 총장의 승인 없이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인데, 이 공소사실은 검찰의 상상과 추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썼다. 그는 “유명 대학은 어디를 말하는지, 딸의 어떤 입시에 활용하기 위해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인지 구체적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직접 찍어 날인한 것인지, 총장의 직인은 어떻게 구한 것인지 확인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총장이 자신 명의의 표창장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 전 교수는 “동양대에서 정 교수와 5~6년 함께 근무했고, 학교 돌아가는 것도 밖에 있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 조국·정경심 교수 측에서 동양대 교수들 중 총장에게 불만을 가진 교수 딱 두 분, 하필 딱 그 두 분을 선택해 미디어에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용의주도한 언론 플레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유시민 씨는 이미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가 알려줬거든. 흥미로운 건 그가 취한 태도다. 표창장이 실제로 가짜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 분이 이렇게 주관적 희망과 객관적 현실을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연줄 사회냐 세습 사회냐

⑦문제는 구조인가 개인인가: 표창장을 위조했을까, 안했을까. 판단은 법원이 가릴 테다. 문제는 목적지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봉사활동 표창장을 필요로 했다면, 이는 입시 과정에서 이른바 ‘스펙’으로 쓰기 위해서일 공산이 크다. 

백서에서 전우용 씨는 ‘구조론’을 어필한다. 그는 “조 전 장관의 딸이 다닌 한영외고는 학생들로부터 취득한 ‘학부모 개인 정보’를 이용해 재학생 스펙 쌓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가 만들어준 시스템과 관행 안에서 움직였다”면서 “문제는 계층 간 상하 연결은 끊어지고 계층 내 수평 연결만 유지되는 ‘연줄 사회’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갑자기 ‘연줄 사회’라는 거대 담론을 끌어들이는 걸까. 뒤에 해답이 있다. 

전 씨는 “자녀 입시와 관련한 이 사건은 조국이 평소 지향해온 ‘가치’와 비교하면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지만, 사회적 연줄망 안에서 작동하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욕망 실현 방식’과 비교하면 특별히 부도덕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보기에 “불공평한 상황은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와 입시 제도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조이지, 구조를 활용한 ‘욕망’이 아니라는 거다. 

반면 흑서에서 서민 교수는 “조국이 자녀 입시에서 무리를 한 것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학벌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세습하기 위해 몸부림친 거다. 표창장 위조만 안 했을 뿐, 문재인 정부의 주축인 586 정치엘리트, 현 정부 실세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인영 전 원내대표 아들은 그 비싼 스위스에 유학을 갔었고, 김두관 의원 아들은 역시 비싸기로 소문난 영국 유학을 갔다. 정의연 출신인 윤미향 의원도 딸을 미국에 유학 보냈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딸이 미국에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고 했다. 흑서의 방점은 개인에 찍혀있는 것이다. 연줄과 세습은 적폐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있지만, 한쪽에서는 옹호의 근거로 또 한쪽에서는 비판의 근거로 쓰인다.

조범동과 정경심 사이의 5억 원

⑧코링크PE 주인은 익성이냐 조국이냐: “뇌관은 사모펀드다.” 금융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에서 잔뼈가 굵은 야당의 한 보좌관은 ‘조국 사태’ 당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모펀드는 내용이 복잡하고 워낙 많은 이해당사자가 등장해 쉽게 숙지하기 힘든 이슈다. 두 책의 인식차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상황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5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31일 조 전 장관의 가족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이하 블루코어) 사모펀드에 74억5500만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정했다. 약정액이 조 전 장관의 신고 재산(56억4244만 원)보다 18억 원 정도 많다. 

조 전 장관 가족이 실제 출자한 금액은 정경심 교수 9억5000만 원, 자녀 각 5000만 원씩 총 10억5000만 원이다. 조 전 장관의 처남과 두 자녀도 블루코어에 3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모두 합하면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금액은 총 14억 원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돼 일정금액 이상 직접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의 사모펀드를 통해 차명투자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면서 정 교수가 코링크PE 운용에 관여했다고 본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5억 원’의 의미다. 검찰은 조범동 씨가 2016년 2월 코링크PE를 설립할 당시 “정 교수로부터 빌렸다”는 5억 원이 실제로는 투자 목적으로 전달됐다고 의심한다. 백서와 흑서 간의 인식 차도 정확히 결이 같다. 

백서에서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빌려준 5억 원 중 코링크PE의 투자금으로 사용된 것은 총 1억6500만 원 이내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이렇다. 박 대표는 “코링크PE 설립 초기 자본금은 익성 자금 8500만 원을 포함해 총 1억 원이었고, 뒤이어 유상증자를 통해 2억5000만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설립 초기 자금 1억 원에서 익성 투자금을 뺀 1500만원과 유상증자 액수 1억 5000만 원이 전부 정 교수의 대여금이라고 해도 결국 정 교수가 조 씨에게 건넨 5억 원 중 1억 6500만 원만 조 씨의 투자로 사용됐고 3억 원 이상은 다른 곳에 쓰였다”는 것이다. 

뒤이어 박 대표는 한 가지 추정을 내놓는다. 그는 “조범동 씨가 당시 신용불량자였던 만큼 개인 빚을 갚았거나 당장의 생계를 위해 부인에게 넘겼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검찰과 언론의 주장대로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대여한 5억 원이 코링크PE 실소유를 위한 차명 투자라는 의혹이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국 운명 가를 ‘투자냐 대여냐’

이에 백서는 코링크PE를 익성이 실제로 지배했다고 본다. 박 대표는 “조 씨 공판 과정에 증언이 나왔다”면서 “코링크PE 건물에 익성 회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었고 익성 부사장이 코링크PE에 상주하며 실질적인 대표로 활동했다”고 썼다. 또 “코링크PE 설립 직후 가장 먼저 조성된 ‘레드펀드’는 익성의 투자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레드펀드가 다시 익성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한겨레’의 기사를 제시했다. 

다만 기자가 찾아본 해당 기사는 “코링크 설립은 익성을 상장시키기 위한 성격이 컸다”, “코링크 설립 당시 자금이 상당 부분 익성 쪽에서 왔고, 실무 책임도 (익성의) 이 부사장이 지는 구조였다”는 ‘사건 관계자’의 말을 전했을 뿐이다. 레드펀드 투자금과 관련해서는 “40억 원이 익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만 표현돼 있다.(한겨레 2019년 9월 20일 ‘익성 부사장 “회장님이 구도대로 가는 게 맞겠다 말씀”’ 참조) 

반면 흑서에서 김경율 회계사는 “레드펀드 투자자 명단을 입수해 가지고 있다. 레드펀드 자금 40억 원이 익성 자금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40억 원 중에는 피앤엠코스메틱스와 회사 대표가 각각 10억 원씩 투자한 것으로 나온다. 피앤엠코스메틱스는 한국피앤지(P&G)의 협력업체인데, 화장품 SK-II 마케팅인력 교육사업을 한다. 그런 회사가 익성의 차명주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링크PE 건물에 있던 익성 측 사무실과 관련해 권경애 변호사는 흑서에서 “익성 회장이 코링크PE 사무실 한쪽에 사무실 얻어 쓰면서 보증금 10억 원을 익성 자금으로 지급한다. 계약이 끝나면 코링크PE가 익성에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이어 “조범동은 이 돈을 웰스씨앤티(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에 줘서 최 모 사장한테 2억7000만 원을 쓰게 하고 7억3000만 원을 수표로 빼 가는데, 이 수표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다. 

백서는 코링크PE와 조 전 장관의 연결고리가 헐거운 근거로 시점을 제기한다. 백서에는 “코링크PE 설립 시점은 2016년 초였고,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투자한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김 회계사는 흑서에서 “코링크PE 설립이 레드펀드 운용 이외에도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권 취득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면서 “웰스씨앤티가 2015년 12월쯤 작성한 문서를 보면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세세한 업무추진 계획은 물론 주주 구성안까지 만들어 놨다. 정 교수가 조범동의 처 계좌로 5억 원을 입금했던 즈음”이라고 반박했다. 

권 변호사는 “웰스씨앤티가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위해 피앤피플러스를 만들었고, 코링크PE는 피앤피플러스의 투자자문을 맡았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2015년이라고 하더라도 박원순 시장이나 임종석 정무부시장 등과의 관계에서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었을 테니”라고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서울시 측과 또렷한 연결고리가 있어 투자 사실을 공개하기가 꺼렸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1심이 곧 ‘익성 실소유설’ 근거 아냐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범동 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860만원씩 총 1억5000여만 원을 지급해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 “정 교수는 이자를 받았을 뿐 코링크PE의 회삿돈을 횡령하는 데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간 정 교수 측은 횡령 혐의에 대해 “대여금에 따른 이자를 지급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언뜻 흑서 집필진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듯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흑서는 ‘조범동 1심 판결문과 조국 전 장관의 거짓말’이라는 별도의 소챕터를 만들어 “재판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며 이렇게 정리했다. 

“①코링크PE 설립 시나 유상증자 시 납입된 주식대금이 대부분 조범동이 (정경심 등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이고 ②레드펀드 40억 원과 블루펀드 14억 원도 조범동이 유치했고, 익성의 이○직 회장이나 이○권 부회장은 실명으로든 차명으로든 코링크PE나 WFM의 주식을 소유한 바 없으며 공식적인 임직원으로 임명되거나 고용된 바 없는 점, 코링크PE가 익성의 상장을 위한 사업만 진행한 것은 아닌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조범동은 코링크PE와 WFM의 사실상의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다.” 

즉 법원이 조 씨를 의사결정권자로 본 점이 곧 ‘익성 실소유설’을 지탱하는 근거는 아니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흑서는 재차 “조범동은 조국의 5촌 조카이고, 코링크PE의 총 자본금은 2억5000만 원이며 조국 가족은 코링크PE에 10억 원에 대한 출자증명서를 작성했고 월 860만 원 가량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수령했다. 코링크PE의 모든 자금은 조국 일가 자금인 것”이라고 적었다. 

권 변호사는 “코링크PE 설립 자본금 1억 원 중에서 8500만 원이 조국 계좌에서 나온 돈이고, 조범동의 처 계좌로 보낸 5억 원도 코링크PE로 갔다는 사실은 정 교수 변호인도 재판 과정에서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코링크PE는 처음부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다. 김어준 류가 코링크PE는 익성 소유라고 끈질기게 주장하는데 코링크PE가 익성 소유라고 주장하려면 하다못해 통장 한 줄, 전표 한 장이라도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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