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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의 대선출마는 자유다…그런데 이재명은?

[노정태의 뷰파인더㊺] 사이다 같은 ‘화끈한’ 개혁보다 중요한 것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음주운전자의 대선출마는 자유다…그런데 이재명은?

  • ● 이재명 2004년에 낸 벌금 150만 원
    ● 前 대변인이 촉발한 ‘음주운전 정국’
    ● ‘한 번의 실수’라 해도 괜찮은 범죄인가
    ● 반부패지수 높은 나라, 교통사고율 낮은 이유
    ● 한국인은 기회 되면 술 마시고 운전?
    ● 8월 4일 李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
    ● 음주 후엔 운전대 잡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8월 2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경기도-대전광역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8월 2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경기도-대전광역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음주운전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후보가 스스로 제출한 범죄경력증명원에 따르면 이 지사는 2004년에 음주운전으로 15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문제는 당시 음주운전자 초범에게 내려지는 형량이 벌금 70만 원 내지 80만 원이었다는 데 있다. 이에 이 지사가 재범이었기 때문에 15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이 지사는 반박했다. 그는 8월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래전부터 벌금 액수와 상관없이 모든 전과를 공천심사 때 제출했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음주운전 논란으로 빠져든 단초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캠프 소속이던 박진영 민주당 상근대변인이 제공했다. 그는 8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이준석과의 치맥, 부산에서 백주 대낮 낮술에 이어서 이번에는 같은 가롯 유다과(科)의 군상(금태섭 전 의원을 지칭)끼리 만나서 소주를 드셨다”라며 “그냥 술꾼으로 살든가”라고 적었다.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술꾼으로 살라니? 윤 후보가 음주운전이라도 했나”라고 맞받아쳤는데, 그 결과 음주운전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로 떠오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 지사 본인 뿐 아니라 박진영 전 대변인, 이재명 캠프의 조정식 총괄본부장 등의 음주운전 전과도 확인된 상태. 무더운 여름날 느닷없이 ‘음주운전 정국’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8월 4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토론회를 앞두고 서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후보.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8월 4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토론회를 앞두고 서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후보.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음주운전은 대체 왜 나쁜가?

이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이것은 고작 벌금 100만 원 내외의 범죄에 대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더 나아가 근대 문명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다. 어떤 후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좀 더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음주운전은 대체 왜 나쁜가?

대부분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을 못하기 마련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새삼스럽게 조명을 받은 박진영의 7월 15일자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그는 음주운전이 나쁜 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힘든 하루를 마치고 소주 한 잔 하고픈 유혹과 몇 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운운하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람들을 옹호했다. “한 번의 실수를 천형처럼 낙인찍겠다는 겁니까?”

물론 그가 음주운전 자체를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나 본인이 다른 범죄를 저질러서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면 이런 식으로 옹호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 번의 실수’라고 말해도 괜찮은 범죄, 그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보다는 처벌받은 사실을 이용하여 정치 공세를 펴는 게 부당하다고 항변할 수 있는 범죄. 박진영 전 대변인은 음주운전을 사소한 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음주운전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분들은 깜짝 놀랄 일이겠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음주운전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가볍게 한 잔 했을 뿐이고 집까지 천천히 안전운전을 해서 그 어떤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런 음주운전을 단속해서 처벌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거다. 요컨대 음주운전은 ‘피해자 없는 범죄’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물론 당장 있는 법을 없애자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심하게 비난하고 몰아붙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떠올려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반론을 펴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사안들이 대체로 그렇다. 우리는 상식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막상 ‘왜’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당황한다. 음주운전은 나쁘다. 왜 나쁜가? 그 질문에 답을 해보도록 하자.

‘한 뿌리’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다른 대목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원래 하나였지만 스페인과의 독립전쟁을 거치며 두 나라로 나뉘었다. 지금도 많은 제도와 관습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처럼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며 교통법과 제한속도 및 혈중알코올농도 제한 수치도 유사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거의 차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벨기에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네덜란드보다 두 배나 높다. 왜일까?

미국의 심리·과학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의 책 ‘트래픽’에 따르면, 그 원인은 뜻밖의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반부패지수(CPI)를 보면, 네덜란드는 2006년 현재 세계 9위인 반면, 벨기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세계 20위에 머물고 있다. 여러모로 거의 판박이라 할 수 있는 두 나라지만 반부패지수, 다시 말해 법과 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 차이가 교통사고 사망자 차이로 이어지는 논리를 밴더빌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교통사고 사망률이나 추돌 사고 비율이 높은 벨기에는 실제로 반부패지수나 국민의 교통법 준수 지수가 네덜란드보다 낮다. 벨기에의 하셀트대 경제학자인 로드 버릭은 교통법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 벨기에 사람이 교통법규에 대해 일종의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벨기에 국민은 네덜란드 국민보다 안전벨트 착용, 최저 속도제한, 음주운전(네덜란드보다 음주운전이 많다) 등 관련 법규에 대해 더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가 부패한, 혹은 부패했다고 믿는 나라일수록 사람들은 법을 믿고 따르지 않는다.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적대심을 갖고 때로는 일부러 교통법규를 어기기도 한다. 그 결과 더 많은 교통사고와 사망자, 부상자가 나오며, 이는 교통법규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요컨대 불신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반면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 싱가포르 등 반부패지수에서 늘 ‘모범생’으로 꼽히는 나라들이 있다. 이 나라들의 교통사고 통계가 어떨지 독자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심지어 스웨덴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교통사고 사망자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며 추진한다. 반부패지수, 더 나아가 사회적 신뢰와 교통사고 사이에는 우연이라 보기 힘든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핀란드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낮은 부패지수,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교통법규에 있어 인상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독자 분들에게도 친숙할 소득 비례 벌금이 바로 그것이다. 과속 범칙금이 부자들에게는 그저 푼돈에 지나지 않으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 확인되자, 소득에 비례해 과속 벌금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했고 지금도 유지중이다. 그런 제도를 떠올리고 국민적 합의 하에 입법했다는 점은 많은 뜻을 함의한다. 핀란드의 정치는 부패하지 않았고, 국민은 그런 국가와 제도를 신뢰하므로, 소득 비례 벌금제에도 기꺼이 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후진국형 범죄’가 잔존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황은 어떨까.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의 반부패지수 순위는 33위. 네덜란드나 핀란드는 고사하고 벨기에(2020년 현재 13위)보다 스무 계단이나 낮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비교해서 검토했던 방식을 연장해본다면, 한국인은 네덜란드인을 넘어 벨기에인보다도 교통법규를 불신하고 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최저 속도제한을 무시하거나 요령껏 피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음주운전도 할 것이며,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그 사실을 크게 부끄럽지 않게 여길 테다.

이재명 캠프에서 나온 음주운전 관련 논란과 추문은 이와 같은 추론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박진영 전 대변인의 말처럼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공무담임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할 수는 없다. 음주운전이 아니라 그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해도,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죗값을 치렀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 해서 이재명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가 지난 4월 페이스북을 통해 ‘재산비례벌금제’를 도입하자고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의아한 기분이 든다. 이 지사는 재벌이나 부유층 등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벌금을 걷어야 한다며 핀란드를 예로 들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핀란드는 재산이 아니라 소득에 비례하여 벌금을 낸다”고 지적하고 논쟁이 이어지면서 이 지사의 주장은 힘을 잃었지만, 이 시점에서 보면 더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핀란드는 국민 스스로가 음주운전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로만 따지면 이미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는 나라다. 기존의 제도를 부수고 새로 만드는 식의 ‘화끈한’ 개혁보다, 법과 질서와 정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공고히 다져나가는 게 더욱 필요하고 절실한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가 네덜란드나 벨기에 같은 서유럽, 혹은 핀란드 같은 북유럽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려면, 이제는 GDP보다 반부패지수 같은 다른 지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음주운전 같은 ‘후진국형 범죄’는 우리 사회에 더는 설 곳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 간단한 원칙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이재명 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설 자격이 아예 없다는 식의 단정적 주장을 위해 쓴 게 아니다. 이 지사는 8월 4일 민주당 대선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 자신의 음주운전 경력을 문제 삼는 경쟁자들의 지적에 “이 자리를 빌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허나 후보 본인 뿐 아니라 그의 캠프, 더 나아가 정치권에 포진한 수많은 음주운전자들도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그 간단한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행정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억압하는 꼴을, 유권자는 더 이상 참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음주운전 #반부패지수 #신동아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1년 9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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