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대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두 명의 사제가 천개(天蓋) 아래 담요를 덮고
곤히 잠들어 있을 뿐
그 옆에 개 한 마리 몸을 말고
함께 잠들어 있을 뿐
발전기의 소음 들리지 않는다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바람은 한 찰나에 멈춰 있어
더 이상 불지 않는다
굳어버린 깃발은 바람이 어떤 온도로 불어오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사원의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맞은편 건물 옥상 리버뷰 레스토랑의 푸른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 모든 것 그 이상을 말해준다
수면은 얼어붙은 듯 잠잠하고
그 위에 묶인 배들의 고요
나는 이 사진을 아직 찍지 않았다
● 1982년 울산 출생
●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
● 2015년 김수영문학상 수상
●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세상의 모든 최대화’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