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으로 기운 정치 지형 극복 여부가 변수
전화 면접조사는 민주당, 자동응답조사(ARS)는 범보수 후보 유리
리얼미터 대선후보 선호도 추이는 보수 야권 선전 예고
유선 비중 높고 ARS 방식 땐 국민의힘 지지율 상대적으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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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권은 아직은 유동적이다. 윤석열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다소 불안하다는 시각이 있다. 윤 후보는 부인과 장모 등 가족 의혹이 현재 진행인 데다가 잇따른 설화에 시달리고 있다. 준비 부족이란 의문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형 후보는 7월 중순 입당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8월 초순을 지나면서 홍준표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홍·최 후보가 2위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10여 명의 대선주자가 9월 15일 8명에게 주어지는 1차 컷오프 통과를 노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는 행선지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야권으로 기운 정치 지형
거센 정권 심판 정서가 거꾸로 범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어냈다. 20∼30대가 범진보 진영을 이탈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 이준석 당대표가 당선했다. 20∼30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도 계속 이어졌다. 60대 이상으로 지지 기반이 위축됐던 국민의힘은 20∼30대 지지를 바탕으로 지지 기반 확장에 성공했다. 민주당 지지 기반은 40∼50대로 축소되면서 범보수 우위의 새로운 정치 지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가장 보편적인 정치 지형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어느 선거든, 선거는 통상 정권에 대한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유권자들은 내년 3월 대선 기표소에서 문재인 정부 5년 성적표를 작성하게 될 것이다.
한국갤럽 8월 2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36%에 그쳤다. 반면 직무 부정률은 53%를 나타냈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 전후를 기록하고, 백신 확보가 차질을 빚으면서 부정 여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24회에 걸쳐 각종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수도권 아파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한국갤럽 자체, 8월 10~12일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대선주자 여론조사 정확성에 의구심
문 대통령 국정 직무 수행 평가는 4·7 재·보궐선거 전후로 긍정률이 가장 낮았다. 4월 3주 여론조사에서 긍정률 30%인 데 비해 부정률은 62%를 기록했다. 차이가 무려 32%에 달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9.18%를 득표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7.50%)에 18.32%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가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5월 말∼6월 초를 기점으로 호전되기 시작했다. 8월 1주에는 긍정률-부정률 격차가 10%포인트까지 줄어들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선 다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부동산대책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맞닥뜨리게 될 불리한 정치 지형이다.대선이 임박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사 기관, 조사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전화 면접조사는 응답률이 높은데, 대체로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유리하다. 자동응답조사(ARS)로 실시되는 유선 비중이 높은 여론조사에선 상대적으로 범보수 대선주자들에게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다만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는 정확하다고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민주당은 예비후보가 6명으로 압축됐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는 13명이나 된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은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선거운동이 한창인 정당과 대선후보들은 언론 노출 빈도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다소 플러스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로는 결과의 정확도나 대선후보의 우열이 실제 여론과 같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리얼미터의 범진보·여권과 범보수·야권 선호도 추이를 비교해 보면 내년 대선은 보수 야권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될 것임을 알 수 있다. 3월엔 범보수·야권 선호도가 51.7%로 범진보·여권(41.3%)에 비해 10.4%포인트 앞섰다. 4·7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4월에도 범보수·야권 선호도가 49.7%로 범진보·여권(41.4%)를 상당한 차이로 앞질렀다. 그리고 이러한 범보수·야권 선호도 우위는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선거 승리로 나타났다(오마이뉴스 의뢰, 8월 9~10일 203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리얼미터 선호도 추이는 보수 야권 선전 예고
정당 지지율은 빼놓을 수 없는 정치 지형 구성 요소다. 정당지지도는 역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유선 비중이 높을 때, ARS 방식을 사용할 때, 응답률이 낮을 때, 무작위 전화걸기(RDD)를 사용할 때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무선전화 비중이 높을 때, 전화 면접조사 방식을 사용할 때, 응답률이 높을 때, 통신3사 제공 가상번호를 활용할 때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곤 한다.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전국지표조사(NBS)는 후자에 가깝다.
NBS에 따르면 8월 2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올해 초 여유 있게 앞섰으나 3월부터는 국민의힘과 차이가 줄어들어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4·7 재·보궐선거 전후론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6월 전당대회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에선 거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형국이 이어지는 셈이다(4개 기관 공동조사, 8월 9~11일 101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포인트).
탈이념 탈진영 무당층 등장은 민주당에 불리
문제는 무당층 분포다. 무당층은 20대(18·19세 포함) 41%, 30대 29%, 40대 26%, 50대 17%, 60대 18%, 70대 23% 순이다. 과거 무당층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곤 했다. 무당층은 기존 정당이나 정치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이지만 현실에 비판적이고 참여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0대와 30대가 탈이념, 탈진영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 20대와 30대 무당층은 민주당 대선후보에 투표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60대 이상은 보수 야권 대선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40대와 50대만 범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탈이념 탈진영 무당층의 등장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표다.대선주자들에게 호감, 비호감 여부는 지지율 못지않게 중요한 데이터다. 지지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비호감도가 높으면 당선하기 어렵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서 거푸 패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모두 졌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 정부에서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 전 총재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사사건건 김 전 대통령과 맞섰다. 이 전 총리는 대쪽 총리로 불렸다. 여기서 얻은 인기로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를 꿰찼다. 일테면 국민의힘 윤석열·최재형 후보의 원조인 셈이다.
이 전 총재는 “투표일 빼놓고 항상 1위를 차지했다”고 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을 치른 10년간 거의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단지 대선 투표일에만 2위로 밀려났다. 이 전 총재의 발목을 잡은 것 중 하나는 비호감도였다. 이 전 총재는 아들 병역 의혹에 내내 시달렸고, 당내 리더십과 호화 주택 논란을 거치며 좋지 않은 이미지를 쌓았다. 이렇게 쌓인 비호감도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 전 총재의 당선을 가로막았다.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비호감도는 ‘가능하면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여야 주요 대선후보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호감도, 비호감도 모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호감도는 40.1%로 국민의힘 윤 후보(46.0%)에 미치지 못했다. 이낙연 후보도 37.9%로 윤 후보는 물론 최 후보(39.4%)에 비해서도 낮았다(오마이뉴스 의뢰, 8월 3∼4일 1005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비호감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모두 50%를 넘었다. 이는 유권자 절반 이상이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심각한 데이터다. 반면 국민의힘 윤, 최 후보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 비호감도는 56.5%, 이낙연 후보는 57.1%였다. 윤 후보 비호감도는 50.0%였고 최 후보는 가장 낮은 46.8%에 그쳤다. 이러한 호감도 조사 결과는 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재명, 이낙연 후보의 비호감도는 당내외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이 있다. 특히 여야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선주자 5명 외에 국민의힘 대선주자 13명, 3지대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여배우 스캔들, 음주운전, 핵심 공약인 기본시리즈 부정적 공방이 반복되면서 비호감도가 쌓이고 있다. 이낙연 후보도 이재명 후보와 네거티브 공방은 물론 2위를 노리는 당내 대선주자 4명의 거센 공세에 노출되면서 호감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 경선이 결선까지 간다면 누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비호감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본선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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