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정세균 “이재명은 독불장군…상대 존중, 배려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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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08-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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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리 탐하는 게 아니라 국민 삶 책임지려 도전

    •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3명이 중용 ‘준비된 대통령’

    • “이광재(강원), 양승조(충남) 응원에 ‘이변’ 생길 것”

    • 이낙연에 없는 ‘정통성, 경제 전문성, 성과’로 차별화

    • 이재명 ‘기본주택’은 비현실적 ‘봉이 김선달’식 공약

    • 총리 취임 뒤 부동산 정책 공급 위주로 방향 전환

    • ‘미래씨앗통장’은 흙수저에게 국가 찬스 주자는 것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대통령이 중용한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조영철 기자]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대통령이 중용한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조영철 기자]

    국정 운영을 위한 ‘스펙’만 보면 여야를 통틀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이력이 가장 화려하다. 정책조정위원장, 정책위의장, 원내대표와 당대표, 국회의장까지 역임했다. 정당 주요 직책과 국회직을 두루 거친 그는 산업통상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 풍부한 행정 경험도 갖췄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그의 스펙은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도전한 그에게 그의 뛰어난 스펙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미래 5년에 대한 선택이자 과거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교차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는 대한민국 미래 5년을 이끌 능력과 함께 과거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을 참신한 새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역대 대선에 이전 정부 2인자가 차기 정권을 창출한 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다. 정권 연장보다 변화를 선호하는 유권자의 표심이 대선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 후보가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후보는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이란 젠틀하고 합리적인 대선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유권자의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정 후보는 어떤 전략과 메시지로 민주당원과 선거인단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것일까. 8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정세균 후보를 만났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중용한 준비된 대통령

    - 국회의장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정 후보가 대통령선거에 나선 것을 두고 ‘욕심’이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은 벼슬하는 자리가 아니다. 책임지는 자리다. 자리가 탐나서 나선 게 아니다. 지금 우리는 굉장히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할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분 대통령께서 모두 중용한 사람은 나 하나다. 그 점에서 나는 세 분 대통령의 뜻을 이을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장관, 국회의장, 총리 등 중요한 직책을 수행할 때마다 뚜렷한 성과를 냈다. 국민께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대통령직을) 감당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지, 벼슬을 더 하려는 게 아니다.”

    -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와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지적이 많다.

    “이낙연 후보와 차별화를 못 한 건 내 책임이다. 그런데 그분과 나는 전문성도, 정체성도 다르다. 나는 경제인 출신이고, 그분은 언론인 출신이다. 정체성도 다르다. 나는 한길을 걸어와 정통성이 있지만 그분은 중간에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자리를 맡든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분은 내로라할 성과가 없다. 나와 이 후보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 국정 운영을 위한 좋은 스펙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아직 때를 못 만난 것이다. 정세균의 시간이 오고 있다.”

    - 경선에 돌입하면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여론조사와 경선 결과가 무관할 수는 없다. 상관관계에 놓여 있긴 하다. 그렇지만 여론조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우리 당 경선은 선거인단이 결정한다. 대전·세종·충청에서 첫 순회 경선이 시작되는데, 경선이 시작되면 지금껏 여론조사에서 보지 못한 전혀 다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는 투표권이 주어지는 권리당원 50%와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국민 50%의 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세 차례 당대표를 지내며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한 덕에 전국적으로 지지해 줄 응원군이 많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경선 때 정 후보를 지지해 줄 당원과 선거인단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다른 후보에) 빠지지 않게 모았다. 전국적으로 지지 세력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광재 의원과 내가 단일화를 했는데 이 의원의 영향력이 센 지역에서 내가 높은 득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양승조 충남지사가 나를 지지한다. 그분은 공직자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으로 나를 직접 도와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분이 나를 응원하는 것으로도 충청권에서 나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할 수 있도록 포석이 잘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든 주역, 정세균 캠프 대거 참여

    정세균 후보 캠프에는 2002년 대선 때 ‘노풍’(노무현 바람)을 만든 주역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광재 의원과 박재호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 후보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2016년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큰 지지율 격차로 뒤처져 있다가 막상 총선 투표일에 역전극을 펼친 경험을 상기시켰다. 정 후보는 “종로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경선에서도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얼마 전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김수미 씨를 만나 ‘욕 레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젠틀하게 선거운동해서 되겠느냐. 좀 달라져야 한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데 욕이라는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나는 성격상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국민 듣기에 속 시원하게 세게 좀 얘기하라고 주문하신 것으로 이해한다.”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을 지내는 동안 그에게 붙은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 그러나 지난해 1월 국무총리에 취임한 이후 ‘코로나 총리’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총리 취임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총리 재임 중 중앙재해대책본부장으로 노란 점퍼를 입고 하루가 멀다하고 코로나 방역 대책을 진두지휘한데서 붙은 별명이다.

    - ‘코로나 총리’이자 전직 중대본부장으로서 지금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어떻게 보나.

    “철저한 방역으로 정부가 4차 유행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했을 텐데, 4차 유행이 현실화돼 안타깝다. 그런데 방역이라는 게 말처럼 짧고 굵게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로 올라가면서 자영업자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방역과 민생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까지 감안해서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말씀은 모범답안인데, 경제와 민생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할 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강화할 때는 강화하되, 경제에 끼칠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방역 전문가들과 충분히 의논하되 자영업자들과도 적극 소통해야 한다.”

    - 백신 수급 문제로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 것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모더나 백신 계약 물량이 많은데, 그게 제때 들어오지 않아 생긴 문제다. 백신 계약 잔량이 많은데도 여러 이유로 국내 도입 속도가 느려 지금은 일시적으로 접종률이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9월이 되면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접종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을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확보한 백신 물량을 어떻게 최적 배분해서 접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가 방역 당국의 과제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인내해 주셨으면 한다. 내년 백신 물량도 추가로 정부가 계약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자체적으로 백신 3상에 들어갔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쯤에는 국내 백신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주어진 조건하에서 더 많은 국민께 접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고, 국민께서도 인내심을 발휘해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 코로나 확산 방지 위주의 방역 조치를 중증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소수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외국에 비해 치명률은 상당히 낮다. 그렇지만 독감처럼 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최소한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전 국민 70% 접종 이후에 고민해 볼 문제다. 한두 달 뒤면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할 시점이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재명 기본주택은 ‘봉이 김선달’식 비현실적 공약

    정세균 민주당 대선후보가 8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포함한 280만 호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민주당 대선후보가 8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포함한 280만 호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백신접종이 더딘 것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오른 집값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6월에 내가 ‘공급 폭탄으로 주거 사다리를 회복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여러 후보가 다양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제와 금융 등 규제만으로 주택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이제라도 이해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제시한 주택공급 정책의 기본 방향은 중산층에게는 적정 가격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서민층에게는 질 좋은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주택 130만 호, 민간 공급 150만 호 등 총 280만 호 주택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학교를 품은 아파트(학품아)가 주목받았다.

    “도심지 내 국공립학교 부지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여 1층부터 5층까지는 학교 시설, 6층 이상은 주거 공간으로 조성해 학생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부모들이 거주하도록 하는 게 ‘학품아’의 기본 개념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서울에서만 입주 가능한 임대주택 약 20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

    - 총리 재임 때 충분한 공급 대책을 마련해 뛰는 집값을 잡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총리로 취임해 살펴보니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 규제 중심이었다. 공급 대책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총리 취임 뒤 내가 주로 한 일이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를 공급 위주로 확 바꾼 것이다. 지난해 8·4대책과 올 2·4대책은 내가 총리 때 주도해 만든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이다.”

    - 정책 기조를 공급 위주로 바꿨다고는 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은 공산품이 아니다. 최단 3년, 보통 5년, 길면 10년이 걸린다. 택지를 찾아 지정하고 정리해서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데 최소 몇 년이 걸린다. 우리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의 효과는 다음 정부가 되면 확실히 나타날 것이다.”

    -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려는 이들이 있다.

    “지금 서둘러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자칫 상투를 잡을 우려가 있다. 정부를 믿고 기다리면 주택이 대규모로 시장에 공급된다. 서울시의 경우 용적률도 높이고 층고도 높여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도록 예정돼 있다. 그런 정책이 현실화하면 주택 부족 현상은 많이 해소될 것이다.”

    - 이재명 경기지사도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 250만 호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 공약은 비현실적인 ‘봉이 김선달’식 공약이다. 기본주택뿐 아니라 기본 시리즈가 다 그렇다.”

    - 왜 기본주택이 봉이 김선달식 공약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역세권 30평대 10억짜리 기본주택 100만 호를 임대료 60만 원에 공급하겠다는 게 실현 가능한가. 우선 역세권에 100만 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다. 그리고 10억 원 아파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50만원 수준이다. 월세 60만 원은 비현실적이다.”

    - 이 지사의 기본소득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돈만 많이 들어가고, 재원 대책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다.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대안으로 미래씨앗통장을 제시했다.”

    미래씨앗통장으로 흙수저 청년에 국가 찬스 주자

    - 미래씨앗통장?

    “우리 청년들이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됐다고 느끼는 것은 자산의 불평등 때문이다. 매월 용돈 수준의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것으로는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부모 찬스’ 없는 흙수저 청년들에게 국가 찬스를 주자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흙수저 청년들에게 사회적 상속을 해주자는 게 미래씨앗통장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매월 30만 원씩 국가가 적립해 20세가 되는 해에 1억 원의 자산을 마련해 주도록 설계돼 있다. 상속세와 보유세로 재원을 마련하고 미래돌봄연대기금에서 운용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 소득 하위 88%에게 지급하기로 한 5차 재난지원금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민 100%에게 모두 지급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당과 정부, 청와대가 협의하고, 국회에서 논란 끝에 여야 합의로 예결위를 통과한 것이다. 당·정·청, 여야 합의안을 무시하고 경기도만 100% 주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독불장군 아닌가. 그러면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전혀 없다.”

    - 선거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득표의 많고 적음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우선 당내 경선 통과가 급선무인데….

    “좋은 정책과 도덕성, 통합의 리더십을 국민께 더 적극 알려나가겠다. 그 길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급하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비현실적 주장을 하지는 않겠다. 나는 앞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발이 늦은 후발 주자다. 제대로 된 평가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 정책으로 더 열심히 소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가겠다. 학교를 품은 아파트, 5대 도시 도심 철도 지하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대학도시 건설과 신수도권 전략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더 많은 정책을 국민께 제시할 예정이다. 지금 정세균의 시간이 오고 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신동아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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