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기간 3.7배 증가한 日 코로나 환자
IOC의 또 다른 이름은 ‘올림픽주식회사’
IOC 독점 사업인 올림픽, 비용은 모두 개최국이?
환경·철거민 문제는 ‘나 몰라라’
결국은 돈…IOC 4년간 수입 7조 원
중계권자 입맛대로 달라지는 경기 시간
‘최고의 경기’ 보여준다는 원칙 무너진 지 오래
폭염에 쓰러진 선수들…정상적인 경기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립한 국제올림픽아카데미(IOA)는 올림픽을 인류의 절대적인 유산과 문화로 제도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생산하고 있다.
심각한 올림픽 적자도 예상된다. 2012년 올림픽 유치 당시 8000억 엔(약 8조3000억 원)으로 계상됐던 올림픽 비용은 최대 3조4600억 엔(약 36조 원)으로 늘어났다. 비용은 4배가 훌쩍 넘었는데 수입은 줄었다. 무관중 개최로 인한 티켓 판매 손실만 94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고 자평한다. 일본은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를 얻어 금메달 기준 미국·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림픽의 성공은 무엇인가. 올림픽은 과연 희망을 선사했는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IOC의 이익은 침해받지 않았다. 경기 시간은 미국 시청자를 위해 들쭉날쭉 변경됐다. 폭염 아래 마라톤 경기가 강행돼 42.195km를 뛴 선수들이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스포츠 경기 개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올림픽은 계속된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해 강행한 2020 도쿄 올림픽의 전개 과정을 보면 ‘올림픽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IOC의 생존 방식, 올림픽 신화 만들기
7월 23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나루히토 일왕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간 올림픽은 수많은 위기와 변화를 겪어왔다. 이 속에서 IOC는 생존 비법을 터득한다. ‘올림피즘(Olympism·올림픽 정신)’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올림픽을 인류의 유일한 평화 축제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다. 올림피즘은 쿠베르탱이 창안한 올림픽 이념이다. 쿠베르탱은 스포츠가 인성 함양과 도덕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이를 바탕으로 진보하는 세상을 꿈꿨다. 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평화·우애·국제친선 등 인류 보편의 가치는 모두 올림피즘에 담겨 있다.
IOC는 1961년 국제올림픽아카데미(IOA·International Olympic Academy)를 만들었다. IOA는 올림픽을 인류의 절대적인 유산과 문화로 제도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생산하고 있다. IOA가 만들어낸 올림픽 교육의 내용은 스포츠 윤리와 올림픽 역사와 모토, 성공한 올림피언(올림픽 선수)의 말과 글, 올림피즘에 대한 설명 등으로 채워져 있다. 대개는 올림픽에 대한 기본 정보이거나 비슷한 개념을 반복하고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 올림픽 교육의 목적이 올림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올림픽 리터러시(Olympic Literacy) 함양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평화·평등·국제친선·스포츠맨십·전인적 인간의 형성·개인의 노력과 같은 언어적 수사로 올림픽을 평화의 축제로 이미지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IOC의 생존전략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올림픽 교육의 목적은 ‘올림픽 신화’ 만들기다. IOC는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의 신화를 전파하고자 올림픽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선수들을 영웅화한다. 올림픽의 정치경제적 효과를 ‘기적의 스토리’로 가공해 올림픽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그렇다면 올림픽은 실제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신화 뒤에 숨겨진 올림픽의 현실이 있다.
IOC의 매직 ‘소원을 말해 봐’
올림픽은 국가적 프로젝트다. 경기장과 선수촌은 물론 도로·철도·공항 건설에 막대한 사회간접자본이 투여된다. 이 때문에 올림픽은 늘 환경·철거민 문제를 야기한다. 김동원 감독의 영화 ‘상계동 올림픽’(1988)은 88서울올림픽으로 발생한 철거민 이야기를 다뤘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울 200여 곳에 재개발 사업이 추진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이주해야 했다.33년 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1년 도쿄에서도 주경기장 건설로 200여 가구가 퇴거명령을 받았다. 2016 리우 올림픽 개최를 위해 빈민가 119개 마을이 철거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무려 150만 명이 ‘올림픽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올림픽 때마다 철거가 반복되다 보니 ‘올림픽 난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올림픽 난민’은 IOC의 관심 밖 사안이다. 개최 국가에서 올림픽으로 인해 야기되는 인권 문제에 대해 IOC가 개입·조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독립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실탄 사격으로 유혈 사태까지 빚은 참극이었다. 중국이 이토록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는 간단하다. 올림픽 기간에 시위나 분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위장된 평화를 위해 죽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해 IOC는 침묵했다. 평화를 보여주고자 평화를 깨는 이중성은 IOC의 실체가 올림피즘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올림픽 개최는 각국 정부 당국의 이익과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 도쿄 올림픽 36조 원, 평창 동계올림픽 14조 원, 소치 동계올림픽엔 58조 원이 투입됐다. 막대한 재정을 사용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유는 정치적 목적성이다. 중국은 G2 등극 선포, 러시아는 푸틴의 재집권 강화, 일본은 ‘일본 부흥’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며 올림픽을 개최했다. 올림픽을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정부 당국의 효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대표 사례다. 북한이 극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했고 남북 단일팀도 구성됐다. IOC는 ‘소원을 말해 봐’라고 묻는 마법사다. 여자 아이스하키단일팀 구성은 스포츠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불가한 사안이다. 그러나 IOC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듯 단일팀을 탄생시킨다. 규정은 상관없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함께 경기를 치르는 ‘평화올림픽’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IOC는 올림픽은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경제의 영역이라는 것을, 올림픽은 개최국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일찌감치 적자가 예상된 대회였다. 일본 경영컨설팅 회사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 손실액을 5조3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반대로 IOC의 수익은 조금도 침해받지 않았다. IOC의 주 수입원인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비용은 개최국이 모두 투자한다. 개최국과의 계약에서도 IOC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다. IOC는 어떠한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올림픽의 구조다.
IOC 수익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IOC가 2020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6년 4년간 총수익은 57억 달러(7조1600억 원). 수익의 73%는 중계권료, 18%가 스폰서십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IOC가 시작부터 부유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던 시기에 IOC는 파산 위기에 몰릴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스페인의 체육인이자 외교관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1980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사마란치는 스폰서십을 판매하고 중계권료를 대폭 인상했다. 프로선수 참가를 허용해 올림픽을 최고의 무대로 만들었다.
올림픽에선 입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등 사실상 모든 것이 제한된다. 코카콜라의 후원을 받는 ‘올림픽 존’에선 펩시콜라를 절대 마실 수 없다. IOC에 돈을 낸 기업의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IOC는 올림픽 파트너로 명명된 후원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고자 올림픽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사마란치 이후 올림픽이 상품과 로고의 전시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시간 바꾸고, 폭염에 선수는 쓰러지고
8월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브라질 준결승전 경기. 해당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1시에서 오후 9시로 변경됐다. [뉴스1]
최고의 선수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다는 올림픽 원칙은 이미 오래전 무너졌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안전과 관련해선 금기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폭염 상황에서 치러졌다. 테니스 여자 단식에 참가한 파울라 바도사(스페인)는 열사병 증상으로 중도에 경기를 포기했다. 경보 남자 50km 경기에선 참가 선수의 20%가 완주에 실패했다. 레이스 도중 주저앉아 구토하거나 쓰러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정상적인 스포츠 대회 개최라 할 수 없다. 만약 국내 스포츠단체가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참가자들이 도중에 쓰러졌다면 ‘대회운영은 뒷전, 목적은 돈’ ‘예고된 인재’라는 헤드라인을 단 언론보도가 쏟아졌을 것이다.
올림픽이라고 해서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가 불굴의 의지를 불태워야 하는 성역은 아니다. 폭염 속에 쓰러진 선수들이 IOC에 의해 소비되는 한낱 올림픽 구성품처럼 느껴진다면 지나친 감성일까. ‘캐나다의 스포츠(Sports in Canada: A History)’를 쓴 케빈 웜슬리 니피싱대 부총장은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올림픽은 선수들을 보름 동안 착취·활용해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올림픽은 이를 바탕으로 IOC와 계약한 기업들의 상품이 잘 팔리게 만드는 대규모 이벤트다.”
상업성을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선수나 스포츠 경기 자체보다 후원사가 우선되는 올림픽이라면 평화·인권·평등 같은 수사를 걷어버리는 것이 좋겠다. 언젠간 스포츠팬들도 ‘올림픽주식회사’의 이미지 광고에 지겨움을 느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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