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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익범 특검 “여론조작은 중대범죄…선거법 무죄 아쉽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 직격 인터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단독] 허익범 특검 “여론조작은 중대범죄…선거법 무죄 아쉽다”

  • ● 국민청원으로 드러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 지지율 고공행진 정권 향해 칼 빼든 다윗 특검
    ● ‘처음부터 실패각’ 맹탕특검의 저력, 김경수 등 12명 전원 유죄
    ● ‘김경수 무죄, 특검 유죄’…법리 논쟁보다 더 뜨거웠던 여론재판
    ● 안철수 등 상대편에 대한 극렬한 반대 작업, 대선 여론 왜곡
    ● 댓글 120만 개 전수조사, 10명이 하루 17시간씩 25일간 ‘노가다’
    ● 검사는 증거가 말하는 것을 전달하는 사람
    ● 노회찬 투신 그날, 어머니마저 떠나보내고 혼자 울었다
    ● 문 대통령 책임론과 특검 연장론은 정치적 발언일 뿐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2018-01-17 22:05:33)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2018-01-17 22:02:10)

2018년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댓글이 비정상적으로 추천(공감)을 많이 받고 있으며, 이는 매크로 및 프로그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과 함께 ‘네이버 추천 올라가는 속도’라는 제목으로 첨부된 동영상은 두 개의 댓글에 대한 공감 수가 2분 26초 만에 각각 1762개에서 2516개로, 1627개에서 2374개로 순식간에 늘어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유튜브로 공개된 이 영상에 “2분 30초 만에 600이 올라가네요. 좌표 찍어도 불가능한 속도. 매크로 아니면 저런 속도가 나올 수가 없죠” “매크로 미쳤다” 같은 댓글 665개가 달렸다. 청원 게시자는 “국정원 댓글 조작처럼 네이버 댓글 조작이 강력히 의심된다”며 법적 조치를 요구했다. 이 청원에 21만2992명이 동의했다. 한 달 뒤 청와대가 답변했다.

“네이버 수사 청원이 시작된 것은 1월 18일입니다. 당시 청원에 참여한 분들을 비롯해 네이버 댓글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네이버도 고민한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청원이 들어온 다음 날인 19일 댓글 의혹과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드루킹 불법 댓글 순위 조작 사건’은 이렇게 수면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13번째 특별검사로서 임무를 마친 허익범 변호사. [박해윤 기자]

대한민국 13번째 특별검사로서 임무를 마친 허익범 변호사. [박해윤 기자]

댓글 조작 고발한 민주당의 자충수

더불어민주당도 신속히 움직였다. 1월 31일 매크로를 통한 댓글 조작이 의심된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정식으로 고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댓글에 비정상적으로 공감 수를 늘리는 네이버 댓글 순위 조작은 보수진영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됐다. 그러나 4월 13일 서울경찰청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한 3명(이 중 한 명이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댓글 순위 조작을 주도한 김동원 느릅나무출판사 대표 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운영자)이 민주당원인 것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접촉한 여권 핵심 인사가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인 점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대변인 겸 정무특보로 활동하면서 드루킹 일당과 댓글 순위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샀다.

2018년 5월 21일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야당은 특검법 명칭에 ‘김경수’ ‘민주당’ ‘대통령선거’를 넣고자 했으나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그해 6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검사 출신 허익범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역대 13번째 특별검사였다. 허 특검은 당시를 회상하며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하고 추천을 수락했다”고 말한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서울변호사회 이찬희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나를 특검 후보로 추천하겠다기에 그냥 이름만 올리는 거라 생각했다. 그때까지 드루킹의 디귿자도 몰랐고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독배가 될 게 뻔한 특별검사직을 다른 많은 후보자가 고사했다는 사실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문 대통령 취임 1년 1개월 만에 출범한 특검 앞에는 ‘고난의 행군’이 예고돼 있었다. 역대 정부에서 특검은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같이 대부분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 도입됐다. 김대중 정부 2년차인 1999년 옷 로비 특검, 노무현 정부 2년차인 2004년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오히려 예외적이었다. 정부 출범 1년 만에 그것도 4·27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지지율이 70%대로 고공행진 중인 정권에서 대통령 최측근을 겨냥해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특검 준비기간(6월 7~26일) 중 치러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핵심 수사 대상인 김경수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당선했다.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 따라갔더니 김경수 유죄

“처음부터 실패각” “최약체 특검” “맹탕특검”으로 불린 허 특검은 활동 기간 내내 여야 모두로부터 “정치 특검” “편파 특검”이라는 비판과 의심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6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허 특검은 “정당한 수사 일정 하나하나마다 정치권에서 지나친 편향적 비난이 계속돼 왔음은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특검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계속됐고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영장 청구쇼”라고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드루킹 특검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3년 2개월의 긴 법정 공방은 허 특검의 승리로 끝났다.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갈 뿐”이라고 한 그의 말대로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2월 8일까지 여론조작에 동원된 댓글 120만여 개, 공감·비공감 또는 추천·반대 클릭 수 8800만여 개, 댓글 조작에 활용된 3개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 ID 3000여 개의 디지털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은 ‘유죄’였다. 이로써 2017년 대선에서 드루킹 일당이 자체 개발한 킹크랩(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으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늘려 그것이 지속적으로 상위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여론조작을 해왔음이 드러났다.

김 전 지사 항소심 재판부는 ‘드루킹’ 김동원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징역 2년형을 선고하면서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단순히 피해 회사(포털)의 업무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계적 방법에 의해 의도적으로 특정 여론을 조성하여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결국 전체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덧붙여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그 정당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목적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더 무겁다”고 했다.

“선거법 무죄 여전히 아쉽다”

7월 21일 대법원 선고 후 취재진 앞에 선 허 특검은 지방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가 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어느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하여 인터넷 여론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이며 앞으로 선거를 치르는 분들이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까지 다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여 제한적으로 적용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공정하고 적법한 선거를 최대한 보장하려고 한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며 정치계나 선거 관련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허 특검이 담담하게 입장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김 전 지사 지지자들이 “똑바로 해” “천벌 받을 놈”이라며 고함을 질렀지만 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법원이) 기소된 범죄 사실 대부분을 인정한 것이야말로 진실을 밝혀달라는 피고인에 대한 답”이라는 말로 비난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팀은 김경수 전 지사를 포함해 12명을 기소하고 전원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박해윤 기자]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팀은 김경수 전 지사를 포함해 12명을 기소하고 전원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박해윤 기자]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마지막 오찬

특검팀은 7월 30일 오전 세 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국회에 제출한 뒤 해산했다. 마지막 출근 날인 30일 금요일 오후, 허 특검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서울 서초구 진명빌딩에 있던 특검 사무실을 철거한 뒤 텅 빈 바닥에 종이박스를 펴고 앉아 남은 팀원들과 마지막 오찬을 즐기며 기념 촬영을 한 것이다. 사진 속 허 특검은 주먹 쥐고 파이팅 자세를 취했지만 쓸쓸한 미소 뒤엔 순탄치 않았던 38개월의 흔적이 보였다. 특검 마지막 임무인 ‘드루킹의 인터넷 불법 댓글 조작 사건 백서’ 발간까지 마무리한 뒤 자연인으로 돌아간 허익범 변호사를 8월 2일 만났다.

“오늘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소속 없이 지내는 날이다. 1986년 검찰에 들어가 2007년 3월 23일 퇴직한 다음 날 법무법인에 들어갔고 법무법인에 있다 특검이 됐다. 특검은 끝났지만 아직 복귀 신청을 안 했다. 이제부터 백수다.”

- 그사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됐다.

“어느 기사에서 2018년 7월 특검 출범 때 내 모습과 2021년 7월 모습을 비교해 놓았더라. 그걸 보니 늙을 만큼 늙었다. 시작 때 몸무게가 67kg였는데 61kg까지 빠졌다. 지난 한 주 쉬었더니 1kg 회복했다. 내가 1959년생이다. 특검 시작할 때는 50대(59세)였는데 지금은 60대(62세)다. 모든 게 달라졌다.”

- 12명 모두 유죄를 받아낸 ‘성공한 특검’치고 너무 조용한 마무리다.

“대법원의 확정 선고가 난 후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면 그 즉시 특별검사는 자동 퇴임이다. 당연히 특검 조직도 없어진다. 검찰청 하나를 설립했다 폐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설립 규정은 있어도 폐지 규정은 없다. 퇴임 마지막 날에 맞춰 사무실 임차기간 계산하고 전기·인터넷·전화요금 정산하고, 집기 내보내고 인테리어 철거하고 원상회복도 해야 한다. 철거업체 사람들도 여름휴가 기간이라 날짜 맞추기가 진짜 어려웠다. 그래도 국가 예산이 나가는 것이니까 1원이라도 틀리면 안 된다.”

- 최후의 오찬이 소박했다. 메뉴는 뭐였나.

“짜장면, 짬뽕, 탕수육 소자 하나.”

- 그 비용은 누가 냈나.

“특검 예산은 7월 21일 대법원 선고 다음 날로 중단된다. 그때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은 모두 반환해야 한다. 22일 오후부터 일체 개인 부담이다. 그러니까 오찬 비용은 내가 냈다.”

- 3년 2개월간 특검 예산은 총 얼마나 되나.

“정확히 계산은 안 해봤지만 38개월 동안 100억 원 정도. 인원이 가장 많았던 첫 1년에 거의 50억 원 정도가 들었다. 2018년 6월 27일 88명(특별검사 포함)으로 시작해 8월 25일 수사가 종료돼 파견 공무원들이 복귀하면서 22명으로 줄었고, 점차 줄다가 16명으로 마무리했다.”

-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했나.

“특검법에 1심 판결의 선고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7개월 안에 끝난다. 2018년 8월 24일 기소했으니 7개월 후인 2019년 3월 25일에 대법원 선고까지 끝났어야 했다.”

실제로는 기소 후 1심 선고까지 5개월, 그로부터 2심 선고까지 1년 9개월 이상 걸렸고, 다시 3심 선고까지 9개월이 걸리는 등 법정기한보다 5배나 더 지연된 고무줄 재판이었다. 덕분에 김 지사는 피고인 신분으로 4년 임기 도지사직을 3년 이상 수행할 수 있었고, 야권은 김 지사의 임기 채우기용 시간 끌기라며 특검과 재판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 특검 임명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가.

“사무실 임차.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 20일의 준비 기간이 있는데 그때 특검보를 2배수로 추천하고 행정 업무를 할 사람을 파견받는다. 그런데 사람이 와도 일할 곳이 없었다. 부동산중개소에 연락해 88명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인지 임차료는 적당한지 보안은 괜찮은지 확인하고 사무실 계약부터 했다. 사건의 방향을 잡으려면 (경찰과 경찰이 한) 수사 기록부터 검토해야 하는데 기록을 볼 장소는커녕 경찰 측에 기록을 보내달라고 공문을 작성할 곳도 없더라. 결국 사비로 임시 사무실을 빌려 급한 일을 처리했다.”

- 60일의 수사기간(2018년 6월 27일~8월 25일)이 끝나고 30일까지 허용되는 연장을 포기하자 부실 수사라는 의심을 받았다.

“더 수사할 사람이 있거나 더 수사할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수사기간을 연장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드루킹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지사의 상선(上線·윗선)이 있는 것 아니냐, 김 전 지사가 그 일을 하도록 지휘한 사람이 누구냐, 사후에라도 그 내용을 묵인하고 승인한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단서가 없었다. 수사팀에서 동영상(김정숙 여사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경인선도 가야지”라고 말하는 영상)도 있고 기사도 있다고 하기에 ‘이것만 가지고 수사하는 것은 검사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더 결정적인 단서를 가지고 오라’ 했다. 그런데 없었다.”

- 김 전 지사는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대법원 유죄판결 후에도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2016년 6월 30일 김동원(드루킹)을 소개받고 그해 11월 9일 경공모 산채(파주 사무실)를 방문해 킹크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시연을 참관한 다음 킹크랩 개발 및 운용을 허락했다. 이후 김동원으로부터 댓글 작업 기사 목록과 정보 보고를 전송받거나 반대로 김동원에게 인터넷 포털 기사의 URL을 전송해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유도했다. 2016년 11월 9일 김 전 지사가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 안 봤느냐가 쟁점이 된 것은 맞지만 그것 하나로 유죄가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유죄에 대한 확신을 갖고 기소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닭갈비 영수증’ 논쟁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김 전 지사 측은 산채 방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은 참관하지 않았다”며 그 증거로 당일 결제한 ‘닭갈비 영수증’을 제시했다. 닭갈비를 먹느라 그 시각 시연 참관이 불가능했다는 논리였다. 김 전 지사에게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는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방법 등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킴으로써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는 킹크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시연 참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 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로그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킹크랩 시연 날 김 전 지사의 행적을 재구성함으로써 ‘닭갈비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드루킹, 인사 청탁 무산되자 ‘역작업’으로 불만 표출

대법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7월 21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대법원 앞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7월 21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대법원 앞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김 전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순위 조작을 한 것은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단일팀 논란에서처럼 오히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댓글 순위가 치솟는 현상이 몇 차례 나타났다.

“김동원은 2017년 6월 7일 김경수에게 모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거절당했다. 그러자 6월 11일부터 15일 사이 여권에 대한 악플이 상위에 올라가도록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역작업’을 지시했다. 이후 김경수는 오사카 총영사직을 제안하고 후보자의 이력서를 받아 청와대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오사카는 어렵고 센다이 총영사는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김동원에게 다시 제안했으나 김이 거절하기도 했다. 일본 대사는커녕 센다이 총영사라는 말에 화가 난 거다. 2018년 1월 2일 김경수가 ‘시그널 메신저’로 센다이 총영사직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지 재차 묻자 김동원은 다시 역작업을 지시했다. 평창올림픽 댓글 순위 조작은 이러한 의도적 역작업의 결과였다. 김경수 측은 역작업이 어떻게 공모일 수 있느냐고 주장했지만 나는 이거야말로 공모의 증거라고 봤다. 다만 법원의 석명(釋明) 요구를 받고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나중에 역작업 부분은 전체 범죄일람표에서 뺐다.”

- 역작업을 가려내기 위해 댓글 120만 개를 전수 조사했나.

“항소심 중반부에 김 전 지사 변호인단이 ‘민주당 측에 불리한 댓글에 공감 클릭 수가 올라간 사례가 30%에 이른다. 이것은 공모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항소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도 그 부분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표했다. 원래 2심 선고일이 2019년 12월 24일이었는데 해를 넘겨 1월 21일로 연기됐고 선고 하루 전날 법원에서 ‘변론을 재개한다’는 통지가 왔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피고인(김경수)이 2차 방문 때 킹크랩 시연을 본 것은 맞다. 이것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시연을 본 것만으로는 공모가 인정되지 않으니 8가지 항목에 대해 석명하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변호인단이 주장한 ‘30%에 대해 특검이 답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댓글을 하나씩 읽어보고 분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이 아니어도 증거는 충분하니 굳이 다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후임 함상훈 재판장이 2020년 7월 31일까지 석명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 결국 분류 작업을 했나.

“범죄일람표에 들어간 모든 댓글을 전수 조사해 △문재인 후보에 우호적인 댓글에 비공감을 클릭한 부분 △문재인 후보 지자자들에 대한 비판적 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부분 △안철수 후보 지지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동시에 클릭한 부분 △의미 불명의 댓글에 클릭한 부분 △삭제된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클릭한 부분으로 분류했다. 나를 포함해 10명이 하루 17시간씩 25일간 작업했다.”

초성만 있는 댓글까지 120만 개 전수조사

특검이 25일간 전수 조사한 댓글은 정확히 118만6602개. 여기서 삭제된 댓글 29만1952개를 뺀 89만4650개 가운데 실수나 혼선으로 공감·비공감을 동시에 클릭한 경우는 1만11422개(0.96%)였다. 의도적인 역작업 기간을 제외한 기간에 작업자의 판단착오로 역작업이 된 경우는 4856개(0.67%)였다. 이 작업을 통해 킹크랩으로 순위를 조작한 댓글 가운데 문재인 후보에게 비판적인 것은 0.6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변호인단이 의미불명 댓글이라고 주장한 78개까지 재분석해 그중 52개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 의미 불명 댓글까지 일일이 분석한 이유는 뭔가.

“의미 불명 댓글은 김경수의 공모와 무관하다는 변호인단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댓글이 초성만으로 구성돼 있거나 이모티콘인 경우 의미를 파악하려면 기사를 봐야 한다. 기사가 민주당에 유리한 내용이고 댓글이 스마일 이모티콘인데 공감을 클릭했다면 킹크랩이 ‘정작업’을 한 것이다. 의미 불명 댓글을 분석하는 작업은 내가 직접 했다. 나중에 법정에서 댓글을 하나씩 보여주며 그 의미를 설명했더니 변호인단이 조용해지더라.”

예를 들어 “洪(홍준표), 수도권서 충청으로 유턴유세”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 “--”는 “실눈 뜨고 째려보겠다”는 것이다. 이 댓글의 공감 클릭 수가 133개라면 민주당에 유리한 작업이 된다. “설훈, 개성공단 폐쇄는 실책 중의 실책”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 “oㅈ”는 “인정”이란 뜻이고 공감 수 234개 역시 정작업이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에 떨떠름한 박원순” 기사에 달린 댓글 “ㅂㄷ”은 ‘부들’이라는 뜻으로 공감 수 51개도 정작업이다.

- 여론조작으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2~3%는 더 올랐을 거라고 했다.

“2~3%는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이다. 드루킹 일당은 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에 대한 기사나 댓글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 작업을 했다. 그 덕분에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올랐을 거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순위가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회찬의 죽음, 사퇴까지 고민했던 그날

- 김경수 재판에 제출된 증거목록만 1551개이다. “디지털 증거의 교본”이라 불린다.

“2018년 6월 27일 수사가 시작됐지만 포렌식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7월 4~5일부터다. 그로부터 8월 24일 일괄 기소 때까지 쉬지 않고 24시간 가동했다. 우리는 장비도 없고 분석 프로그램도 없었다. 각자 검찰청, 경찰청에서 쓰던 노트북을 가져왔다. 모든 증거는 법률용어로 동일성, 완결성, 무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이나 카톡 대화 내용을 다 읽고 그중 사건과 관련된 대화만 추려낸다. 그런 절차를 거쳐서 이미징(원본 그대로 복제)을 뜬다. 느려터진 노트북으로 작업하려니 너무 답답해서 워크스테이션(고성능 컴퓨터), 속도 빠른 노트북이나 PC를 빌려와 작업했다. 게다가 경찰과 검찰이 쓰는 프로그램이 달라 호환이 안 된다. 경찰팀과 검찰팀이 따로 포렌식한 뒤 아침에 보고하면 수사팀은 범죄 사실과 연관성이 있는 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매일 반복했다. 디지털 증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완전 ‘노가다’다.”

- 결국 포렌식 자격증까지 땄다.

“올해 7월 29일 합격 통지를 받았다. 2020년 11월 9일 상고한 뒤 대법원 선고가 계속 지연돼 이러다 파기환송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때부터는 또 증거 싸움이 되는데 대부분 디지털 증거 아닌가. 1, 2심을 거치면서 김 지사 측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우리가 즉답을 못하고 ‘전문가에게 확인해 본 뒤 답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재판부에 의혹의 씨앗을 남기는 것조차 싫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아예 디지털포렌식 자격증을 따서 전문가가 되자고 수사관들을 독려했다. 나를 포함해 6명 모두 자격증을 땄다.”

- 특검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18년 7월 2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예기치 않게 같은 날 저녁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정말 힘들었다. 노 의원 사망 소식을 듣고 오전 11시쯤 검정 넥타이 매고 기자회견 하고, 오후 11시 반 넘어 어머니 빈소에 가서 지키다 오전 6시 전에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하다 슬픔이 복받쳐 혼자 많이 울었다. 누가 보고하러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결재하고 나가면 또 울었다. 사람 생명을 끊게 할 만큼 가치 있는 수사였나. 끝까지 수사한들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해 4월 16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99일 만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니 특검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 그러다 치매이셨던 어머니도 지하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실 텐데, 여기서 끝내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으실 거라 생각하고 힘을 냈다. 그렇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하루 반 정도 수사 지휘를 못 했다.”

- 야권에서 댓글 조작 사건의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 활동을 연장해 진짜 책임자를 수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치적 발언일 뿐이다.”

- 13번째 특검인데 건의 사항은 없나.

“출범 초기 특검이 사무실 마련과 수사 장비, 행정설비 마련 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비용을 사비로 먼저 지출해야 하는 문제, 파견 공무원의 인사상 어려움, 특별검사보 임기의 구속력, 특히 디지털 증거의 취득과 증거능력 관련 규정 보완에 대해 백서 마지막 부분 ‘문제점 및 개선의견’에 상세히 썼다. 그러나 이런 실무적인 내용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법률에 ‘특별’ 자가 많이 들어가는 나라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검사가 있고 검찰제도가 있는데 왜 특별검사가 필요한가. 기존 법률이 있는데 왜 특별법이 필요한가. 특정범죄에 관한 특별법까지 특정, 특별이 붙는 제도나 법률이 과연 꼭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검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맞이한 첫 기일에 그는 어머니 묘소를 찾았다.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돌아온 일요일 노회찬 전 의원이 잠든 남양주 모란공원에 다녀왔다. 네 번째 방문이었다.

“이제 안 올 겁니다.”

담담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드루킹 #댓글조작 #허익범 #신동아



신동아 2021년 9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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