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간송미술관도 하정우도 판다는 NFT, 직접 만들어봤다

만들긴 쉽지만 판매 수수료 내야…“아무나 예술가 되는 건 아니다”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8-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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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 NFT

    • 블록체인 기반 사실상 복제 불가능

    • 업계서 소외된 디지털 아트에 적용

    • 1년 만에 131배 커진 시장

    • 네이버·카카오도 뛰어들었다

    • NFT 만들어보니 10분 만에 뚝딱

    • 사고팔 때 약관 확인하고 안정적 플랫폼 이용해야

    대체불가능토큰(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로 암호화폐와 달리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GettyImage]

    대체불가능토큰(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로 암호화폐와 달리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GettyImage]

    # 7월 22일 간송미술관은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디지털화한 작품에 대한 대체불가능토큰(NTF)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 토큰 수는 모두 100개로, 개당 1억 원에 판매된다.

    # 7월 28일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NFT 플랫폼 ‘클립드롭스’를 오픈했다. 신진작가의 작품을 NFT 형태로 판매하는 공간이다. 8월 2일 배우 하정우의 작품 ‘The Story of Marti Palace Hotel’은 경매를 통해 4만7000클레이(clay·암호화폐의 일종)에 판매됐다. 1클레이 가격을 판매 당일 기준인 1150원으로 가정하면 5405만 원이다.

    NFT가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유명인의 트위터 게시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도 NFT로 만들어져 고가에 판매된다. NFT는 디지털 파일에 고유의 식별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무형의 자산에 대한 일종의 품질 보증서다. 이름부터 복잡하게 느껴지는 NFT, 원리부터 앞으로의 전망까지 분석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품질 보증서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여기서 ‘대체불가능(Non-fungible)’이라는 단어가 NFT의 중요한 특징을 시사한다. 하나의 NFT는 희소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코드라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유사하다. 타인이 소유한 1비트코인과 자신이 소유한 1비트코인의 가치는 같지만 세상에 같은 NFT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디지털로 된 자산의 기능을 한다.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의 가능성이 적다. NFT에는 이름과 설명을 비롯해 생성일, 거래 이력, 거래 금액이 함께 기재돼 있다. 과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맨 앞장에 꽂혀있었던 도서대출카드를 생각하면 쉽다. 도서대출카드 대신 블록체인이 디지털 장부 역할을 한다.



    게임업계가 처음 NFT 기술을 적용했다. 2017년 12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게임 ‘크립토키티’가 출시됐다. 단순한 게임이다. 이용자는 랜덤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받는다. 이를 다른 고양이와 교배시켜 새로운 고양이를 만들어내는 육성 게임이다. 크립토키티 내 모든 고양이는 저마다 다른 세부정보를 갖고 있다. 각 고양이가 하나의 NFT인 셈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고양이를 수집하고 거래한다. 희귀한 특성을 가진 고양이일수록 비싸게 팔린다. NFT가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기존 미술 시장의 대안적 개념”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934만 달러(당시 환율로 785억 원)에 거래된 작가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크리스티 경매 홈페이지 캡처]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934만 달러(당시 환율로 785억 원)에 거래된 작가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크리스티 경매 홈페이지 캡처]

    현재 NFT기술은 디지털 아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진품이 실물로 단 하나만 존재하는 회화나 조소 등 기존의 예술작품과 달리 디지털 아트 작품은 복제가 쉽다. 가령 내가 찍은 사진파일을 메신저를 통해 보내기만 해도 복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예술의 중요한 특징인 고유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과거 디지털 아트 거래에서는 창작자와 구매자 사이에 소유권을 증명하는 계약서를 서류 형태로 작성했다. NFT가 등장하면서 손쉽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아트 작품의 원본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NFT 미술 작품은 이미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다.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934만 달러(당시 환율로 785억 원)에 거래된 작가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 대표 사례다.

    앞서 언급한 훈민정음 해례본처럼 기존 예술작품을 디지털화 한 뒤 NFT로 제작하기도 한다. 간송미술관은 훈민정음 혜래본 NFT 외에도 고려청자 등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들로 구성된 일러스트 카드를 제작할 예정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NFT시장은 기존 미술 시장의 대안적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술 시장에서 비교적 홀대받던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NFT 시장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둑경기부터 트윗까지 NFT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22세기 미디어’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국 대결 과정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쳤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5월 11일 60이더리움(당시 가격으로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오픈씨 캡처]

    블록체인 스타트업 ‘22세기 미디어’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국 대결 과정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쳤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5월 11일 60이더리움(당시 가격으로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오픈씨 캡처]

    미술품뿐만 아니라 소장가치가 있는 디지털 콘텐츠는 NFT로 제작되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22세기 미디어’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국 대결 과정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쳤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5월 11일 60이더리움(당시 가격으로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최초의 트윗(트위터 게시글)을 NFT로 만들어 290만 달러(34억 원)에 판매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한정판 음반·굿즈 등이 NFT로 제작돼 팔려 나간다.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NFT 시장조사 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NFT 거래량은 20억 달러(약 2조24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분기 대비 131배다. 8월 첫째주에만 거래된 NFT가 3억7500만 달러(4300억 원)를 넘었다.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bus)와 NFT가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가수가 공연을 해도 10만 명이 모이는 게 전부다. 가상세계 ‘제페토’에서는 블랙핑크가 팬사인회를 하면 4600만 명을 모인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공간이 아예 달라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가상세계에서도 예술이 필요할텐대, NFT가 가상세계 속 미술 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NFT에 대한 기대감으로 7월 20일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는 1억 달러(1170억 원)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NFT 거래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NFT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맥스에 NFT 플랫폼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6월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크래프터스페이스’ ‘클립드롭스’ 등을 론칭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NFT는 창작자에게 유익한 소통구조가 될 것”이라며 “미술품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활로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NFT, 나도 만들어보자!

    8월 12일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서비스 ‘크래프터스페이스’에 등록된 기자 소유의 NFT. NFT 플랫폼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NFT를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 [크래프터스페이스 캡처]

    8월 12일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서비스 ‘크래프터스페이스’에 등록된 기자 소유의 NFT. NFT 플랫폼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NFT를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 [크래프터스페이스 캡처]

    기자는 요즘 ‘핫’하다는 NFT 발행을 직접 해봤다. 그라운드X가 만든 NFT 발행 서비스 ‘크래프터스페이스’를 이용했다. 가상 지갑만 만들면 최대 10메가바이트(MB) 한도 내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NFT로 만들 수 있다. 기자는 기사 마감을 하다말고 회사 책상 사진을 하나 찍었다. 제목은 ‘마감노동자의 책상’이라고 붙였다. NFT 발행 서비스에 가입하고, 사용자 계정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고, 사진을 업로드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현재 크래프터스페이스에서는 NFT 발행만 가능하다. 이를 판매하려면 발행된 NFT를 오픈씨와 같은 NFT 거래 플랫폼에 등록해야 한다. 이 때 수수료에 해당하는 ‘가스비’를 내야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혼잡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8월 12일 기준 41달러(약 5만 원)이 든다. 기자의 ‘작품’이 5만 원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NFT 거래 플랫폼 등록은 포기했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작가라면 5만 원을 주고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는 거래 사이트에 업로드 하는 일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현재 ‘오픈씨’에 등록돼 있는 NFT 개수만 1800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NFT가 디지털 아트 작가에게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이미 유명세를 탄 작가의 작품은 NFT로 만들어도 비싼 가격에 팔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품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디지털 아트를 일정 수준의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NFT로 만들어내려면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작업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들기도 한다. 또, 아직 신생 시장이라 NFT 플랫폼이 저작권 관리를 제대로 할지 의문도 있다.”

    “안정성 높은 거래 플랫폼 이용해야”

    실제로 한국에서 유명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은 NFT 경매에 나오려다 저작권 문제로 취소됐다. 5월 31일 경매업체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NFT로 만든 작품을 경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기 재단이나 박수근 작가의 유족 등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경매업체 측은 작품 소장자와 협의를 거쳤으나, 작품의 소유권과 2차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저작권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NFT 창작자나 소비자도 NFT를 매매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NFT는 영구 삭제되지 않지만 NFT 거래 플랫폼이 사라지면 해당 NFT로 접속하는 링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법 전문인 캐슬린 김 변호사는 연결고리가 끊어진 NFT를 ‘우주 미아’에 비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NFT 시장이 날로 커지자 한국에서도 다수의 NFT 거래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 창작자는 거래 시 약관을 잘 살펴 소유권과 저작권을 함께 구매자에게 넘겨주는 것인지 확인해야한다. 소비자는 비교적 규모나 크고 안정성이 담보된 NFT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NFT #디지털자산 #메타버스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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