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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코로나 이후 활개, 기상천외 담배·마약 밀수 백태

마약 우표, 마약 통조림… 담배는 공해상에 던져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추적] 코로나 이후 활개, 기상천외 담배·마약 밀수 백태

  • ● 밀반입한 중국산 담배 53만 갑, 서해 공해상서 적발
    ● 밀수 조직 수출용 국산 담배 갑당 800~1000원 시세차익 남겨
    ● 창고 적재 직전 담배 빼돌리기, 수입업체 명의 도용하기
    ● 진공포장해 통조림에 은닉, 그림엽서나 우표 형태로 밀반입
    ● 코로나19 벼랑 끝 서민들, 밀수 범죄 유혹 넘어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담배와 마약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 유행 이후 담배와 마약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1월 27일 오전 1시, 중국 화물선이 서해 가거도 서북쪽 공해상 약 180㎞ 지점에서 국내 선박과 접선했다. 중국 화물선에는 중국산 담배가 담긴 종이상자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밀수 조직 일당은 중국산 담배를 목포항으로 몰래 들여오기 위해 국내 선박에 이를 나눠 싣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른바 ‘분선(分船) 밀수’ 수법이다. 이들은 국내 밀수 과정에서 이들의 운항 행태를 수상하게 여긴 목포세관과 목포해경의 합동조사반에 적발됐다. 수사관들이 선박 내부를 수색하자 갑판과 어창 공간에서 중국산 담배가 다량 발견됐다.

목포해경이 이날 발견한 중국산 담배는 총 53만5120갑. 시가 28억 원에 달하는 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밀수 조직 일당은 총책, 밀수책, 인수책, 운반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총책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밀수 범행을 실행하기 위한 대포폰 유심을 마련하고, 밀수책이 밀수 담배를 운반하고 보관할 선박과 창고를 임차했다.

공해상 밀반입 중국산 담배 53만 갑 적발

담배 밀수범이 공해상에서 분선 밀수 방식으로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중국산 담배들. [관세청 제공]

담배 밀수범이 공해상에서 분선 밀수 방식으로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중국산 담배들. [관세청 제공]

인수책은 밀수 담배를 운송할 운반책을 섭외한 후 운반책에 줄 수고비를 마련하는 식으로 각자 역할을 나눴다. 총책 역할을 맡은 A씨는 4월 27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경찰과 세관 단속에 걸려 밀수에는 실패했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53만 갑이 넘는 중국산 담배의 국내 유통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 사건은 밀수 범죄가 얼마나 교묘하고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세관 직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담배나 마약같이 한 번 성공할 경우 큰 이득이 보장되는 ‘고수익’ 물품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며 “특히 정상 화물을 가장한 담배 밀수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담배 밀수입 단속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정상 화물을 가장해 담배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모두 13건. 지난해 같은 기간(5건)에 비해 160% 늘어난 수치다. 담배 밀수 금액 또한 해당 기간 118% 증가율을 기록했다(33억→72억 원). 반면 항공여행자가 휴대 반입하려다 적발당한 담배 밀수 사례는 같은 기간 98.3% 줄었다(209→13건). 종류별로는 수출용 국산 담배가 90만6710갑, 중국산 담배가 88만8260갑에 달한다(올해 1분기 기준).



세관 당국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 또는 항공여행자의 밀수품 반입이 어려워지자 정상 화물을 가장한 담배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수 조직 갑당 800~1000원 시세차익 남겨

밀수는 국가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악성 범죄다. 현행 관세법 제269조 제2항은 ‘밀수 행위를 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제8항에 따라 단체나 집단을 구성해 밀수입을 하는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밀수범들이 담배 밀수에 매달리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 큰 이득이 보장되는 데 있다. 특히 국산 밀수 담배는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담배보다 가격이 크게 저렴해 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이 추정하는 동남아 수출용 국산 담배의 밀수 원가는 1000~1300원 선. 밀수 조직은 도매상에 이 담배를 갑당 1800~2300원에 넘긴다. 도매상은 외국 식품점, 유흥업소, 성인오락실 등 소매상에 이를 2500~3000원에 납품하고, 소매상은 소비자에게 3000~35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밀수 조직이 거둬가는 마진을 1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50만 갑의 수출용 국산 담배를 밀반입할 경우 약 5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서 물류비용 등을 제하면 밀수 조직이 실제 가져가는 범죄 수익은 이보다 적을 것이란 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담배 제조사가 동남아 A국가로 국산 담배를 수출하는 경우 이 화물의 주인이 국내 담배 제조사에서 A국가 수입상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A국가 수입상이 밀수 조직과 결탁해 일부 물량을 밀수품으로 빼돌린다. 밀수 조직은 이렇게 빼돌린 수출용 국산 담배를 A국가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환적(換積)한 후 B국가로 이동하는 환적 화물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 밀수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밀수 담배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저렴한 것은 세관에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몰래 수입하는 방식으로 각종 세금을 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담배를 수입하는 경우에는 관세 외에 부가세,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이 부과된다. 담배 1갑에 붙는 세금은 총 2909원으로, 소비자 가격(4500원)의 64.7%에 달한다.

세관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세관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몰래 들여오려는 밀수범들의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담배 밀수의 가장 흔한 방식은 컨테이너 안에 특수 제작한 합판 팔레트 수십 개를 겹쳐 쌓고 그 가운데를 네모난 모양으로 파내 담배를 넣은 후 다시 합판을 쌓아 숨기는 것. 이 수법은 너무 많이 알려져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요즘 담배 밀수범들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보세(保稅)운송을 악용한 빼돌리기가 대표적 수법이다. 보세운송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물을 입항지에서 통관하지 않고 세관장에 신고하거나 승인을 얻어 외국 물품 상태 그대로 다른 보세지역으로 운송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보세창고 이용 빼돌리기, 수입업체 명의 도용도

밀수범들은 컨테이너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수출입하는 화물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에 물품을 반입한 후 보세운송 도중에 밀수 담배를 빼돌리는 방법을 쓴다. 보세창고 운영자 또는 운송업자 등과 짜고 화물을 보세창고에 반입하기 직전 미리 준비한 차량에 밀수 담배를 실어 국내 유통업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것이다. 보세창고에 화물을 쌓는 과정에서 밀수 담배를 미리 준비해둔 빈 담뱃갑과 바꿔치기하는 수법도 활용되고 있다. 밀수범들은 담뱃갑 형태와 중량을 유지할 요량으로 수십만 개에 달하는 빈 담뱃갑 안에 스펀지와 고무를 넣는 수고로움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공해상에서 담배를 밀수하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외국 국적 화물선이 밀수 담배를 공해상에 투척하면 국내 선박이나 어선이 이를 수거해 인적이 드문 국내 소형 항구나 포구로 밀반입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밀수범들은 해상운송, 국내 운송, 국내 유통으로 역할을 각각 나눈다. 해상운송책이 공해상에서 건진 담배를 항구로 반입하면 국내 운송책은 담배를 트럭에 옮겨 싣고 이동한 후 준비된 창고에 보관해 놓는다. 유통책은 이를 외국인 식품점이나 유흥업소 등에 유통한다.

담배 밀수범들은 세관 검색을 피하기 위해 수출입 거래 실적이 꾸준한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밀수품을 몰래 들여오는 지능적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예 규모가 작은 수입업체를 인수해 해당 업체 명의로 밀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1월 18일 인천본부세관은 다른 업체 명의를 도용해 중국산 담배를 낚시가방 등이 담긴 LCL(Less than Container Load·소량혼재화물)에 나눠 담고, 컨테이너 앞쪽과 뒤쪽에는 세관에 신고한 상품을 싣고 중앙에는 가짜담배를 숨기는 ‘커튼치기’ 수법으로 담배 10만 갑을 밀반입하려 한 화물운송 주선업자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담배와 함께 마약의 불법 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특송화물 또는 국제우편을 이용해 마약류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모두 605건. 지난해 같은 기간(158건)에 비해 283%나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소량(10g 이하) 마약류 적발 건수는 25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67건)보다 286%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국내에서 주로 남용되는 필로폰이 해당 기간 24.5㎏에서 43.5㎏으로 77% 증가했다. 이는 국민 14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합성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MDMA·methylene dioxymethamphetamine),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밀수 적발 건수도 전년 상반기에 비해 각각 168%(19→51건), 200%(14→42건) 급증했다.

대마는 통조림으로, LSD는 그림엽서나 우표로

2월 1일 네덜란드에서 발송한 국제우편의 그림엽서 안쪽에서 우표 형태로 밀반입을 시도한 LSD 70점이 발견됐다. [관세청 제공]

2월 1일 네덜란드에서 발송한 국제우편의 그림엽서 안쪽에서 우표 형태로 밀반입을 시도한 LSD 70점이 발견됐다. [관세청 제공]

화물이나 국제우편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확산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금지돼 항공여행자가 마약을 직접 들여올 길이 막혔다는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다크웹을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접 구매한 젊은이도 많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사범은 2018년 2118명, 2019년 3521명, 2020년 4493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마약을 밀수하는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메스암페타민(Philopon·필로폰)의 경우 1㎏이 시가 32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일단 반입하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마약 밀수범들은 마약 탐지견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진공포장해 통조림이나 커피 가루에 숨기기도 한다. 심지어 종이 뒷면에 얇은 종이 한 장을 덧대 공간을 만들고 마약 가루를 은닉해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하기도 한다.

2월 1일 네덜란드에서 발송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국제우편의 한 그림엽서 안쪽에서 우표 형태로 인쇄된 LSD 70점이 발견된 바 있다. 강력한 환각제인 LSD는 무색·무미·무취의 백색 분말이다. 밀수범은 LSD 분말을 우표 형태로 인쇄해 이를 혀로 핥는 방법으로 투약하려 했으나 결국 세관 검색에 걸렸다.

앞에서 열거한 밀수 방식은 모두 지능적이고 교묘하지만 결국 세관과 수사기관의 검색을 넘지 못한 채 적발됐다. 그러나 밀수범들은 밀수 수법이 탄로 나면 이전보다 더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을 강구해 끊임없이 밀수를 시도하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밀수 범죄 수사에 정통한 수사관 A씨는 “밀수 조직이 날로 전문화, 거대화, 지능화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 많아지면서 밀수 범죄 유혹에 넘어가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모든 밀수를 다 차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조사·감시 인원을 늘리고 감시체계를 정비해 민생과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밀수가 성행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밀수 #담배 #신동아



신동아 2021년 9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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