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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MZ세대에 부는 골프 열풍

“힐링 되고 스펙도 되니 골프 치죠”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사바나] MZ세대에 부는 골프 열풍

  • ● 저녁에 젊은 수강생으로 예약 꽉 차
    ● 다른 스포츠 경기장 폐쇄로 골프로 눈 돌려
    ● 해외여행 못 가면서 힐링 대체재로 애용
    ●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골프장 비용 낮춰야
    ● 전문가 “코로나19 끝나도 유행 지속할 것”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MZ세대 골프 열풍이 불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로 인해 MZ세대 골프 열풍이 불고 있다. [GettyImage]

“10년 전에는 40대가 골프를 시작해도 이르다고 했는데 요즘은 2030세대 수강생이 제일 많아요.”

골프 강습 15년차인 조진민(38) 에이스타 골프 대표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그는 “평일 저녁은 퇴근한 직장인들로 강습 일정이 꽉 차 있다”며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기존 수강생이 친구에게 골프를 권해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난해 여름부터 젊은 수강생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라고 부연했다.

조 대표의 말대로 최근 MZ세대(1981~2004년 출생자) 사이에 골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부유한 중장년층의 사교 활동을 위한 스포츠’라는 편견이 깨지고 젊은 골퍼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KB경영연구소가 6월 발간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골프 인구는 2019년 대비 46만 명 증가한 약 515만 명이다. 특히 골프에 입문한 지 3년 이하인 사람 중 65%가 20~40세로 나타났다.

젊은 골퍼가 늘어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스포츠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집단감염 위험이 비교적 낮은 골프를 즐기게 된 것.



“라운드 나가 잔디를 밟으면서 힐링”

2017년 골프를 처음 접하고 그만뒀다가 올해 6월 다시 골프클럽을 잡은 정모(27) 씨는 원래 축구 마니아였다. 정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축구장이 폐쇄되자 다시 골프로 눈을 돌린 경우.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축구 경기가 끝나면 팀원들과 회식을 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며 “반면 골프는 소규모 그룹으로 하기에 낮 시간에 같이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해외여행을 일상의 도피처로 여기던 젊은 세대가 하늘길이 막히자 그린으로 향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년차 아마골퍼 황모(32) 씨는 “라운드를 나가 4~5시간 잔디를 밟으면 힐링이 된다”며 “골프 리조트 시설이 모두 최고급이다 보니 ‘돈 벌어서 쓰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골프를 시작한 이서린(30) 씨는 계절마다 웨이크보드와 스노보드를 바꿔가며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 그는 “그동안 골프를 접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안 하다가 이번에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골프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이씨는 “골프 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기분 전환이 된다”며 “라운드하러 교외로 드라이빙하는 걸 특히 즐긴다”고 말했다.

MZ세대 골프 열풍에는 이용료가 저렴한 스크린 골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골퍼 대다수는 스크린 골프로 골프를 처음 접했고 스크린 골프장을 자주 간다고 말했다. [뉴스1]

MZ세대 골프 열풍에는 이용료가 저렴한 스크린 골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골퍼 대다수는 스크린 골프로 골프를 처음 접했고 스크린 골프장을 자주 간다고 말했다. [뉴스1]

젊은세대에서 골프가 유행하는 데는 야외 라운드에 비해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스크린 골프장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은 연 단위로 회원비를 내는 회원제 골프장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나뉜다. 대다수의 골퍼는 대중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3월 23일 발표한 ‘코로나 사태 이후 폭등하는 골프장 이용료’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 1인당 라운드 비용은 평일 평균 20만7000원, 토요일에는 평균 25만4000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자료(‘레저백서 2020’)에는 대중제 골프장의 평균 캐디 비용은 12만2900원, 평균 골프 카트 이용료는 8만4500원이었다. 보통 4명이 한 팀으로 라운드에 나서고 캐디 비용 등을 나눠 내는 걸 감안하면 토요일에는 30만 원 넘는 비용을 내는 셈이다.
반면 스크린 골프장 시설 이용료는 훨씬 저렴하다. 골프 시설 예약 서비스 ‘김캐디’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 이용료는 18홀 기준 오전 11시 1만6630원, 오후 7시 1만8286원이다.

2년차 아마골퍼 황씨는 “골프 인기가 많아지기 전까지는 라운드 가격이 요즘처럼 비싸지는 않았다”며 “(비싸진 가격으로 인해) 최근에는 라운드 횟수를 줄이고 대신 스크린 골프장에 자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 배워 나쁠 게 없다”

MZ세대에게서는 골프를 일종의 ‘스펙’처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골프를 잘 치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다. 최근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직장인 심모(27) 씨는 “요즘 골프 재미에 푹 빠졌다”며 “기왕 시작한 거 잘 배워놓으면 나중에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유용할 것이기에 일찍 시작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 마니아’ 정씨도 “부모님이 골프 레슨비를 직접 내주는 등 적극 지원해 주신다”며 “사교나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골프가 유용하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골프업계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젊은 세대의 ‘골프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현안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오른 골프장 가격 조정 문제다. 대중제 골프장 주중 이용료는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 사이 13만5000원에서 15만3000원으로 약 13% 올랐고, 토요일 이용료는 18만1000원에서 20만 원으로 10%가량 인상됐다(한국레저산업연구소 보고서).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골프 대중화를 목적으로 2000년부터 대중제 골프장을 대상으로 취득세·재산세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왔고, 이용객들의 개별소비세 등도 감면해 줬다. 그러나 최근 골프장 요금 인상이 잇따르자 6월 김정배 제2차관이 주도하는 ‘골프 산업 전문가협의체’를 만들어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 개혁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구선 한국골프학회 부회장(서경대 경영문화대학원 교수)은 “짧은 시간이지만 골프가 MZ세대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런 열풍을 계속 이러가려면 골프장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며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국내 골퍼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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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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