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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前 울산시장의 ‘격정토로’ “황운하는 현대판 궁예? 관심법 쓰듯 유·무죄 판단”

“무혐의 나오니 ‘무혐의 밝히는 게 경찰 의무’ 라더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김기현 前 울산시장의 ‘격정토로’ “황운하는 현대판 궁예? 관심법 쓰듯 유·무죄 판단”

  • ● ‘김기현 사건’은 정권과 개인 욕심 합작품
    ● 공천 당일 압수수색 ‘생중계’…“조국 일가는 어땠나”
    ● ‘고래고기 사건’ 조사 특감반원 내 사건 담당 과장 만나
    ● 3·15 부정선거와 김대업이 생각나는 이유
    ● 靑 ‘거짓 해명’ 보니 ‘아, 이제 다급하구나’ 생각
    ● 자녀 넷 충격, 동생은 정신과 치료…“누가 보상해 주나”
    ● 선거무효 소송 제기…“끝까지 바로잡겠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경찰이 2018년 3월 울산시 압수수색 전부터 모두 9차례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보고하면서 정보를 공유했고,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서 넘겨받은 관련 첩보는 반부패비서관실 행정관이 밀봉한 채 경찰청에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백 전 비서관은 ‘단순 이첩’을 강조하지만,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울산시장 관련 문건만 백 비서관에게 직접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 비위 관련 최초 제보자는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청와대 ‘거짓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이상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송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과 후원회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명 수사’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어쨌든 이 수사로 가장 타격을 받은 인물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던 김 전 시장은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송철호 현 시장에게 12.81%포인트 차이(김기현 24만475표, 송철호 31만7341표)로 뒤져 낙선했다. 

2019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충정로 ‘신동아’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전 시장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그는 “역시 진실이 가장 강한 힘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진실이 가장 강한 힘”

- 최근 검찰 수사로 청와대 하명 수사 정황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 너무나 억울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법 위에 권력이 존재하는 지금의 시대에 ‘과연 이게 밝혀질까’ 하고 낙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 김 전 시장과 자유한국당은 오래전부터 청와대 하명 수사를 주장했는데, 

“2017년 8월 황운하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그러니까 2017년 9, 10월부터 여러 얘기가 들려왔다.” 

- 어떤 얘기들인가. 

“당시 내 동생의 ‘30억짜리 용역계약서’가 있다며 수사 담당 경위를 다그쳤다는 얘기도 들렸다. 기존 사건 내사 기록에는 그런 용역계약서 자체가 없었는데 ‘황 청장은 도대체 어디서 (계약서를) 봤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갓 부임한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다니 좀 의아했다. 그런데 이후 나와 관련된 ‘5가지 리스트’를 들고 와 청와대 하명을 받았다는 말도 들렸고, 대규모 수사팀을 보강하는 등 심상치 않았다. 이미 황 청장이 나와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2년여 지나 최근에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박형철 전 비서관은 ‘김기현 첩보’ 한 건만 백원우 전 비서관이 봉투에 넣어 전달했다는데,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 의도적이었다? 

“수많은 첩보 중에 왜 나와 관련된 첩보 딱 한 건만 전달했느냐는 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첩보를 이첩할 때는 통째로 서류를 보내고 공문서 대장에 등재하거나, 전화를 해서 전달하거나, 직접 봉투에 넣어서 전달하는 방법이 있는데 ‘밀봉한 봉투 전달’은 높은 보안이 요구될 때 주로 쓴다. 그리고 2018년 3월 울산시 압수수색 전에도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경찰청이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 횟수만 9차례다. 백원우 전 비서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말도 서로 다르다.” 

‘하명 수사’ 의혹 핵심으로 떠오른 백원우 전 비서관은 2019년 11월 28일 입장문을 내고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후 사건 처리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지만,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다음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압수수색 전 한 번 보고를 받았고, 압수수색 20분 전에 압수수색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황운하 부임하자 ‘김기현 뒷조사’ 얘기 들려”

- 경찰은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김기현 첩보’를 넘겨받았고, 이를 검토한 뒤 12월 28일 우편으로 울산청에 첩보를 보냈다고 했다. 황 청장은 경찰청의 첩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형식적인 면피용이라고 본다. 이미 (2017년 8월) 울산에 올 때부터 내 뒷조사를 했다. 경찰이 누굴 만나 어떤 내용을 조사했는지는 내게도 직·간접적으로 들어온다. 민주당 당원 출신의 A씨는 2017년 10월 1일자로 진술조서가 작성됐다. 나의 후원금 문제와 관련된 사람이다. 2017년 12월 28일 이전이다. 이미 온갖 혐의를 다 뒤지고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었다.” 

- A씨는 누구인가. 

“건설 하도급 업체 대표로, 과거 새누리당 당원이었다가 민주당 당원이 된 인물이다. 그는 2011년 한 대기업의 공장 신축 공사 하청을 받게 됐는데, 대기업과 공사비 분쟁이 생겼다. 그래서 2017년 8월 청와대에 진정을 냈는데 여기에 2012년 나에게 2000만 원 후원금을 낸 사실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공사 인허가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데, 우리는 ‘쪼개기 후원’인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회계 직원이 합법적으로 후원금 처리를 했다. 그런데 경찰은 2017년 진정을 바탕으로 ‘후원금을 가장한 뇌물’로 나를 엮으려 한 거 같다. A씨도 경찰 조사에서 ‘김기현에게는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얘기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는데 경찰은 당시 A씨는 물론 분쟁 중인 대기업 임원들 다 불러 조사했다. A씨도 ‘경찰이 불러서 대기업 ‘갑질’을 조사하는 줄 알았더니 김기현에 대해서만 물어보더라’고 했다. 선거가 다가오니 네거티브 이슈를 찾으려고 7년 전 사건에서 후원금 부분만 도려내 수사했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이 수사한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당시 김기현 시장 비서실장과 울산시 국장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다른 지역 소재 레미콘 업체를 배제하고 울산 소재 특정 레미콘 업체에 일감을 주라고 강요한 혐의,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건설 시행사와 30억짜리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부당하게 인·허가에 개입한 혐의다. 이 두 사건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전술한 ‘쪼개기 후원금’ 문제로 김 전 시장 인척 등이 포함된 6명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압수수색 생방송, ‘대단한 연출’ ”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19년 11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19년 11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김기현 첩보 문건’을 입수했다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의혹’이라고 적힌 4장 분량의 첩보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송병기 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작성한 이 문건에는 ‘하명’ 내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첩보 문건에는 측근들의 업체 유착 의혹 등이 3개 파트로 나뉘어 정리돼 있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에게 제보를 받아 문건을 만들었다는 얘기 아닌가. 일반적으로 정보와 첩보가 들어오면 각자 관계된 사람이 하나씩 자기 걸 생산하지, 어떻게 한꺼번에 세 가지로 구분한 첩보를 내놓겠나. 그리고 청와대가 먼저 첩보를 달라고 요청해 보냈다는 게 ‘최초 제보자’ 송 부시장 증언이다. 그러니 청와대가 앞장서서 이 리스트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특히 선출직인 광역단체장의 경우 청와대 첩보 수집 대상이 아닌데도 수집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본다.” 

-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심각성을 느낀 건 언제인가. 

“(2018년 3월 16일) 전방위 압수수색에 앞서 이런 뒷조사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웃어 넘겼다. 사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당 공천을 받고 본격적으로 선거를 준비하려는 날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들어오니 황당했다. 잔칫날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더욱 황당한 것은 ‘밀행(密行)성’이 생명인 압수수색을 하는데 느닷없이 여러 방송국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태풍 재난방송하듯 비장하게 압수수색 상황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니 울산시민들은 엄청난 비리 사건처럼 받아들였다. 

이건 경찰이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때 뭔가가 굉장히 ‘기획’된 느낌을 받았다. 경찰에 소환된 동생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얼굴 그대로 방송됐다. 동생과 30억 원 용역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은 반론 없이 중계방송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때와는 딴판이었다. 나는 공천받자 마자 비리 정치인으로 낙인찍혔으니 ‘대단한 연출’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어쨌든 국·과장들을 불러 확인했다.”


“직원들에게 상 줄 일을 ‘엮었다’ ”

- 시청 직원들 반응은 어땠나. 

“2017년 4월과 5월 시청 국장실에서 국장과 직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건설 현장에 울산지역 소재 건설업체와 자재를 사용해 달라’고 권고했는데, 이걸 경찰은 ‘특정업체(D레미콘)에 특혜를 줬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라. 여러 명이 배석한 시청 사무실에서 국장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라고 할 수 있나. 당시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도 특정 업체를 지칭하지 않았고, ‘일상적인 권고’라고 진술했다. 원래 아파트 신축 사업은 사업계획 승인 때 조례(‘울산시 지역건설산업발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울산시 소재 업체와 자재 60% 이상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는 조건이 있다. 전국의 광역단체장들은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룰’을 조례로 정하고 수시로 참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다. 시청 직원들에게 포상을 할 일이지 나와 ‘엮을’ 일인가.”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99쪽에 달하는 방대한 ‘불기소이유통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찰은 2018년 5월 11일 울산지검에 전 비서실장 등 피의자들 모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송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정도를 넘어, 울산청의 의견서 기재 피의사실과 그 피의사실이 유죄인 것처럼 보도됐고, 나아가 이 사건과 무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울산청 수사팀과 지휘부만 알고 있어야 할 정치후원금 단서에 대해 여죄 수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 경찰은 울산시 조례와 달리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지자체 조례 중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 확대 조항을 폐지 또는 개선하라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권고가 대법원 판결인가. 전국의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조례를 정하는데, 공정위가 권고하면 조례의 효력이 정지되는가. 이걸 울산경찰청장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공정위 권고(하도급 비율 확대 조항 개선)도 3년간 해보고 다시 살펴보자는 ‘임시 권고안’이었다.” 

-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도 뇌물수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비서실장의 비위 여부는 곧 시장의 도덕성과 연결된다. 

“비서실장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니 시민들은 ‘김기현도 그렇겠지’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더라. 경찰은 당시 ‘(울산 소재) D레미콘 업체에 특혜를 주고 두세 차례 골프 경비를 지원받았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로 비서실장을 ‘걸었다’. 그런데 다행히 비서실장은 경찰이 ‘접대를 받았다’고 지목한 골프장에서 자신이 당일 직접 카드로 계산한 전표를 찾아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밝혀진 거다. 다른 골프장 접대 건은 경찰이 지목한 4명이 함께 운동을 했는지 기억과 말이 서로 다르니 검찰이 수사 보강을 지휘했다. 이런 수사를 해놓고도 경찰은 비서실장에 대해 기소의견을 고집하니 검찰이 세 차례나 수사를 보강하라고 지휘를 하고 무혐의 처분을 한 거 아닌가.”


‘검찰 수사 방해’ 주장하는 경찰

- 황 청장은 ‘검찰의 수사 방해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무리하게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이미 ‘김기현 죽이기’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를 강요했는데 무혐의가 나니 검찰 탓을 한다. 경찰은 D회사에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해 업무 다이어리까지 다 가져갔다. 통화 기록도 다 뒤졌다. 그런데 업체 대표가 나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시장을 하면서 관내 기업체나 유관기관의 명절 선물도 다 돌려보낸다. 작은 선물 하나라도 받았다면 벌써 기소됐을 거다. 경찰은 입건조차 못했다.” 

김 전 시장 말처럼, 당시 경찰은 ‘김기현 사건’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가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약 4개월간 총 38회에 걸쳐 30여 명의 관련자를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6회 신청해 83가지 압수물을 확보하는 등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수사 인력이 ‘김기현 사건’에 집중돼서일까. 황 청장은 2018년 10월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울산의 토착비리 단속 실적이 하위권’이라는 권미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김기현 전 시장 측근과 관련된 크게 ‘세 갈래의 수사’ 등에 (수사 인력이) 많이 투입돼 토착비리 단속 실적이 저조해 송구하다”고 했다. 

- 경찰은 줄곧 김 전 시장 수사는 ‘하명 수사’가 아니라 ‘울산지역 토착 비리 수사’였다고 말한다. 

“토착비리 조사 대상자가 어디 김기현뿐인가. 현직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나. 소가 웃을 일이다. 황 청장이 울산에 재직하면서 ‘하명 수사’ 외에 토착비리 관련해 수사한 적이 있는가. 황 청장은 부임하자마자 일선 경찰서 수사 인력을 지능수사대로 불러 확대 개편하고 나에 대한 첩보를 모았다. 당시 팀별로 나와 관련한 5개 수사 리스트가 내려갔고, ‘하명 수사’를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수사 인력 3분의 2를 투입해 모든 걸 털었지만 결과는 무혐의였다.” 

그동안 차분히 인터뷰하던 김 전 시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으면 최소한 죄송한 마음이 있어야지.”


황운하의 ‘배은망덕’ 발언

- 무슨 말인가. 

“황 청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시장을) 소환조사할 수도 있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 봐줬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김기현은) 배은망덕하다’고 했다. 무슨 왕조 시대도 아니고, 울산청장이 특혜를 줄 권한이 있나. 황 청장 말대로 나를 피의자로 조사할 수 있었는데 봐줬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선거 직전까지는 온갖 혐의를 씌우고 방송에 내보내더니, 선거가 끝나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입건도 못했다. 그런데도 ‘봐줬다’? 이게 대한민국 경찰이 할 말인가. 

패주 ‘궁예’가 관심법을 부리듯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이다. 검찰이 법률 검토를 거쳐 세 번이나 보강 수사를 지휘했는데도 ‘우리는 수사를 잘했는데 검찰이 문제다’라고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선 안 된다. 본인이 봐서 유무죄를 판단한다? 궁예의 관심법으로 유죄를 인정하면 검사, 판사가 왜 필요한가. 대한민국 헌법 질서는 검사가 기소하고 판사가 합리적 판단을 통해 결정하면 그 결정이 최종 결정 아닌가. 그걸 ‘수사 방해’로 표현하면 판사, 검사가 왜 필요한가. 황 청장 혼자서 다 결정하면 되지. 검찰과 법원은 안중에도 없고, 공직자가 정치인 행세를 한다.” 

- 동생의 ‘30억 용역계약서 사건’ 내막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임 시장 때 김모라는 사람이 아파트 사업시행 허가를 받았는데 자금 사정이 나빠 대부분의 땅이 경매에 넘어갔다. 그런데 동생 지인이 김씨와 동생 간에 다리를 놓아 2014년 초에 용역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동생이 사업 시행 허가를 받아주기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동생은 공사업체 선정, 분양 대행, 파이낸싱을 하고, 일이 마무리되면 최종적으로 30억 원을 받기로 하는 적법한 민사상 용역계약을 했다. 

그런데 동생이 일을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니 땅 소유권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곧장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이 일도 내가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2014년 초에 벌어진 것이다. 동생은 선금을 받은 적도 없고, 김 씨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적도 없다. 있었다면 잡혀갔을 거다. 시장이 되고 난 뒤 김씨가 등기우편을 보내 동생과 맺은 용역계약 서류와 ‘협박문’을 보냈더라. 잘못한 게 있어야 협의를 하거나 설득을 하지…. 고민도 안 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선거철이 되니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더라.” 

이 일로 김씨는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 등 3형제를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 전반을 수사한 뒤 2017년 7월 내사 종결했다. 그런데 2018년 1월 김씨는 경찰에 다시 고발장을 내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최근 언론 보도로 다시 핫뉴스가 됐는데, 2018년 1월 다시 고발장을 낸 이유가 울산경찰청 수사팀장이 김씨와 만나 ‘다시 김기현 고발장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에 알려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수사팀장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12월 20일 수사팀장은 울산경찰청 2층 조사실에서 김씨와 단둘이 만나 직무상 비밀인 ‘검사 압수수색 검증 영장 기각 결정서’를 보여줬다고 돼 있다. 이후 수사팀장은 2018년 1월 5일 이미 무혐의가 난 사건 죄명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바꿔 재고발할 것을 제안했고, 경찰은 고발장 접수 당일 김 전 시장 동생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고발장 접수 당일에 기다렸다는 듯 소환을 통보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김씨는 50억 원대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해당 수사팀장은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2019년 4월 구속됐다.


“송철호 ‘1등 공신’ 송병기”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019년 12월 9일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책 출간을 기념해 북 콘서트를 하고 있다. [뉴스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019년 12월 9일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책 출간을 기념해 북 콘서트를 하고 있다. [뉴스1]

-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수사팀장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사건 고발인 김씨와 535회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울산에서는 둘 사이의 유착 소문이 파다해 수사팀장이 이 사람으로 바뀔 때부터 내부 반대가 많았다고 들었다. 결국 이 사람은 수사팀장이 된 후 김씨에게 수사 착수 보고서 등 기밀을 건네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수사팀장이 시켜 다시 고발장을 냈지만 결국 이 사건도 무혐의로 끝이 났다. 나는 아예 관계가 없고, 형도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당시 경찰은 ‘무혐의를 밝히는 것도 경찰의 의무’라고 하더라. 코미디가 따로 없다. 동생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미 경찰이 내사 종결한 사안을 경찰이 나서 다시 고발장을 내게 하는 게 말이 되나. ‘짜고 치는’ 데 어이가 없었다. 왜 이렇게 무리하는지….” 

- 왜 무리했다고 보나. 

“2011년 경무관으로 승진한 황 청장은 정권 교체 후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계급정년을 7개월 앞두고 은혜를 입었고, 또 고향 대전으로 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고 했을 거다. 이미 울산청장 시절에도 대전 출마설이 파다했다. 만약 이번에 출마가 여의치 않거나 황 청장 뜻대로 안 되면 하명 수사 관련 폭로도 할 수 있다. 정권도 조마조마할 거다. 

그런데 당시 정권 차원에서 나의 비위 사실이 알려지면 부산·경남 전체의 한국당 후보들의 도덕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민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부산·울산·경남지역 광역·기초단체장과 의원을 민주당이 휩쓸었다. ‘하명 사건’은 개인 욕심, 정권 욕심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사건 최초 제보자는 송병기 부시장인데, 송철호 시장은 몰랐다고 했다. 송 부시장은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가명으로 박 전 비서실장과 울산시 국장 등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는데. 

“송 부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부터 오랫동안 임기계약직으로 있었고, 교통건설국장을 오래 했다. 그래서 내가 취임하고 울산발전연구원으로 옮겼다가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송 부시장이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라는 걸 전혀 몰랐다는 송 시장의 말에 어이가 없다. 송 부시장이 송철호 시장의 일등 공신이 돼 부시장이 된 이유를 이번에 알았다. 일단 부인하고 보는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고민정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명은 모두 앞뒤가 맞지 않았다. 2017년 10월 김 전 시장의 비리 제보자는 공직자로 정당 소속은 아닌 걸로 안다고 했지만 제보자는 송 부시장이었다. 그는 그당시 송철호 후보 캠프에 있었고 민간인 신분이었다. 청와대는 제보를 받은 문모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 했는데, 이튿날 송 부시장은 “친구 소개로 만난 사이”라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실 특감반원 2명이 2018년 1월 울산에 내려간 데 대해서도 “울산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울산에 간 시점(2018년 1월 11일)은 청와대가 공개한 보고서의 날짜보다 하루 빨랐다.


‘김기현 수사’ 담당 과장 만난 靑 감찰반

- 청와대가 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보나. 

“정권 차원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논란은 빨리 끝내고 싶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는데 너무 다급했던 거다. 다만, 고래고기 사건을 조사하러 갔다면 고래고기 사건 수사 담당자인 형사과장을 만나야 하는데 왜 ‘김기현 사건’ 담당자인 수사과장을 만나고 갔겠나. 뻔한 거 아닌가. 청와대는 숨기고 싶으니 해명이 자꾸 어긋나는 거 같다.” 

- 얼마 전에 ‘선거무효 소송’ 기자회견을 했는데, 다시 시장에 출마하나. 

“정치인으로서 선거를 하다 보면 질 수도, 이길 수도 있고,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 선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3·15 부정선거처럼 공권력이 개입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뒤집은 ‘공작’ 아닌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죽이기 위해 김대업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설훈 민주당 의원은 20만 달러 수수라는 거짓말을 퍼뜨려 헌정 질서를 뒤집었다. 이 사안은 반드시 선거무효를 시키고 법 개정도 해야 한다. 2020년 총선에 출마해 끝까지 법 개정에 노력하겠다.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 

- 심정은 어떤가. 

“‘김기현 첩보’가 그렇게 엄중한 사건이었다면 나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게 나왔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전부 무혐의다. 사형선고 해놓고 나 몰라라 한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과 뭐가 다른가. (화성 8찰 사건에서) 윤모 씨도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나는 정치인으로 각오하고 나섰지만 졸지에 아버지가 비리 정치인이 된 자녀 넷은 무슨 죄가 있나. 며칠 전 딸이 친구에게 ‘우리 아버지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며 오히려 격려하더라. 안타깝게도 동생은 경찰에 소환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사업도 완전히 망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동생 변호사를 통해 들으니, 법정 최후진술을 하면서 ‘정치인 가족으로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했다더라. 이 피해를 누가 보상해 주나. 나는 2020년 총선에서도 제2의 황운하, 제3의 황운하가 나올 수 있고, 이런 피해자들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신동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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